대전시가 허태정 시장 취임을 앞두고 새 관용차를 마련했다. 시장이 사용하는 관용차가 2대나 있는 데도 카니발을 새로 장만한 것이다. 4420만원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한다. 한 달에 120만원의 렌트비가 들어간다. 시장의 관용차 문제이니 허 시장의 뜻이라고 봐야 한다. 취임하기도 전부터 관용차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새 시장이 요구한 카니발은 실무형 차량이다. 언제부턴가 정치인들은 세단보다 이런 차를 많이 이용한다. 고위직 관료나 정치인이 카니발 같은 실무형 차량에 타고 내리는 모습을 보면 검소하면서도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해 뛰는 듯한 모습으로 비치기도 한다. 차량의 덩치가 큰 만큼 안전에서도 세단형 관용차에 뒤지지 않는다.

과거엔 뻔쩍이는 검정색 세단이 지위와 권위의 상징이었지만 이젠 그런 고급차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차종이나 크기 가지고는 차별이 안 되는 시대다. 이 때문인지 많은 정치인들은 카니발 같은 차량을 이용한다. 국민들에게 권위보다는 친근감을 주고 일하는 정치인의 이미지도 줄 수 있기 때문에 너도 나도 카니발 같은 차를 찾는다.

카니발은 세단형 관용차보다는 활용 공간이 다소 넓기 때문에 관용차를 달리는 미니 시장실처럼 쓸 수도 있다. 허 시장의 카니발 렌트 명분은 여기에 있을 수 있다. 차량 안에서도 시정을 고민하는 시장이 되어보겠다는 생각은 기특하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멀쩡한 고급 관용차가 2대씩이나 있는데 굳이 수천 만 원의 예산을 써서 처음부터 카니발을 고집해야 될까? 기존의 관용차로도 얼마든지 차량 안에서 시정을 고민할 수 있고, 사안이 시급해서 차량 안에서조차 시정을 논의해야 하는 경우에도 한 두 명은 함께 이동할 수 있다.

세단형 관용차로는 불가능한 것이 있다. 시장이 시민들의 눈과 언론의 카메라에 카니발 관용차에 타고 내리는 ‘서민형 시장’, ‘업무형 시장’등의 모습은 세단형 관용차로는 보여주기 힘들다. 이것이 카니발 구입의 진짜 동기였다면 허시장은 서민형도 업무형도 아닌, 이미지 추구형 시장일 뿐이다.

시도지사가 관용차 하나 바꾸는 것 가지고 시비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일은 새 시장의 생각이 어디에 가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사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일이다. 시장은 마땅히 자신의 모습이 시민들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지를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지 때문에 취임 전부터 새 관용차를 요구하는 시장이라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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