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약속 이행 않는 정부향해 연가투쟁 나서

전교조가 법외노조 철회를 요구하며 투쟁 중이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긍정적인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단식 등 최고 수위의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6일 전교조 연가투쟁 모습.(사진 제공: 전교조 대전지부)
전교조가 법외노조 철회를 요구하며 투쟁 중이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긍정적인 입장 변화가 없을 경우 단식 등 최고 수위의 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6일 전교조 연가투쟁 모습.(사진 제공: 전교조 대전지부)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할 교사들이 거리로 나섰다. 일부 교사들은 삭발도 서슴치 않았다.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거침없는 발언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이 스스로 한 약속을 저버렸다는 이유에서다.

전교조는 지난 6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전국 2100여명 조합원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벌였다. 이들은 '법외노조 철회' '노동3권 쟁취' 등의 피켓을 들고 지난해 이어 두번째 연가 투쟁했다. 대전에서도 60여명의 조합원들이 연가를 내고 상경 투쟁했다. 연가 투쟁은 단체행동권이 없는 전교조에서 파업에 해당하는 강경 행동이다. 그만큼 전교조 입장에서는 현 사태가 녹록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교조 지도부는 지난달 18일부터 정부 서울청사와 청와대에서 노숙 농성을 진행 중이다. 잠잠하던 이들의 심경을 건드린 건 '문 대통령의 입'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때문이다. 지난달 19일 김영주 노동부 장관은 전교조의 법외노조 철회 요구에 대해 "(대통령이)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는지 법리를 검토하겠다"며 해결기미를 보이는 듯 했지만 김 대변인이 "불가능하다"고 밝히면서 전교조의 집단행동을 불러왔다.

사실 전교조의 법외노조 철회 논란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사건의 발단이 된 정부의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은 지난 2013년 10월 24일 있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전교조가 해직 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인 것을 문제삼았다. 교원노조법에는 현직 교원만 조합원 자격이 있음에도 전교조는 해직된 교사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게 박근혜 정부의 입장이었다.

반면 전교조는 해직교사 9명이 교육운동을 하다 부당해고됐고, 교육운동을 하다 해직된 교사까지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는 전교조 자체 규약을 근거로 들어 정부의 입장에 반기를 들었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전교조 노조 설립신고서를 반려하고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하게 된다.

전교조는 곧바로 법외노조통보처분 취소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2013년 11월 13일 서울행정법원이 전교조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효력이 정지됐고 서울고법 제7행정부도 가처분 신청에 대해 전교조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본안 재판은 정부 입장을 들어줬다. 2014년 6월 19일 본안소송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은 전교조 패소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제7행정부도 2016년 1월 전교조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상고돼 대법원 특별3부에 계류 중이다.

전교조 연가투쟁에는 전국에서 2천여명의 조합원이 몰렸다. 대전에서도 60여명의 교사들이 참가했다.
전교조 연가투쟁에는 전국에서 2천여명의 조합원이 몰렸다. 일부 조합원은 삭발을 서슴치 않으며 정부를 향한 불만을 나타냈다. 대전에서도 60여명의 교사들이 참가했다.(사진 제공: 전교조 대전지부)

이 과정에서 전교조는 헌법재판소에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지만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정부가 전교조의 법외노조로 판단한 근거인 교원노조법 제2조를 합헌이라고 결정한 것. 대법원은 헌재 결정을 근거로 서울고등법원이 1심 본안소송 재판부의 판결에 대한 효력정지를 받아들인 판결을 파기환송하기도 했다.

전교조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박근혜 정부와 함께 전교조를 탄압하기 위해 재판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현재 시민단체와 함께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수사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일각에선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의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약속한 데 이어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과 사회수석도 거듭 약속했음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권이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들어선 새로운 정권이 약속했음에도 약속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채 여전히 전교조는 법외노조 상태에 머물러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김덕윤 전교조 대전지부 사무처장은 지난 5일 대전지법 앞에서 열린 '양승태 사법농단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촉구' 기자회견 자리에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이 드러났다. 전교조 내치는 거래를 했음이 드러났다"며 "그런데 왜 전교조는 아직까지 법외노조여야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뒀는데 이제 와서는 직권취소가 불가능하다고 입을 나불거린다. 피를 말려죽이려는 지능적 정치범들"이라고 거침없는 비판 발언을 쏟아낸 뒤 "세월호 교사 순직 인정도, 국정교과서 폐기도 대통령 직권으로 해낸 일이다. 전교조 법외노조도 지금 당장 취소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정부에 요구했다.

전교조는 연가투쟁 등 고강도 대정부 투쟁에 대해 정부 차원의 긍정적인 답변이 없으면 오는 16일부터 단식 등 투쟁 강도를 최고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5만명 규모의 전교조가 정부에 등을 돌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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