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민의 정치레이더 27] 수평적 조직문화, 지방을 살찌우다

왼쪽부터 양승조 충남지사, 허태정 대전시장, 오세현 아산시장, 박정현 부여군수.
왼쪽부터 양승조 충남지사, 허태정 대전시장, 오세현 아산시장, 박정현 부여군수.

바야흐로 ‘소통의 시대’입니다. 과거 ‘권위’만 앞세우던 조직문화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시대가 왔다는 뜻일 겁니다. 일반 기업뿐만 아니라 폐쇄적이던 관료사회도 이제 소통의 물결에 순리를 따르려는 노력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소통(疏通)’은 소위 ‘리더십’과 직결됩니다. 소통을 하지 못하는 리더는 조직을 후퇴시킵니다. 리더십은 또 ‘정치’와도 맥이 닿아 있습니다. 소통의 정치를 하지 못하는 정치인은 조직원이나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겠지요.

얼마 전 92세의 일기로 별세한 김종필 전 국무총리는 생전 마지막으로 남긴 책 《남아 있는 그대들에게》(2018. 스노우폭스)에서 후배 정치인들에게 소통을 강조했습니다.

“사람은 자기가 깨달은 가치를 남에게도 권하고 싶은 충동을 가집니다. 자신이 결정한 선(善)과 믿고 있는 가치를 사랑하는 사람들, 나아가 불특정 다수와 공유할 때 가치의 공동 신념이 생겨나게 됩니다. 사회적으로 공유한 가치가 많아질수록 그 사회는 뜨겁게 결속할 수 있으며, 소통이 가능해지고, 사회를 이끌어 나갈 힘이 새록새록 솟아날 것입니다.” 그렇기 위해선 권위주의적인 수직적 리더십보다 소통을 매개로 하는 수평적 리더십이 기본이어야 하겠지요.

민선 7기가 출범한 지 일주일이 되고 있습니다. 지방정부에 대한 지역민들의 기대와 욕구는 그 어느 때보다 큽니다. 그 결을 따라 자치단체장들의 취임 일성 역시 ‘소통’이었습니다. 단체장들의 소통에 대한 열의는 결기마저 느껴질 정도입니다. 특히 충청권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소통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자양분이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 예로 양승조 충남지사는 매월 한차례씩 직접 언론 브리핑을 약속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생활폐기물을 직접 수거하고, 기업인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듣는 등 소통행보에 분주합니다. 허태정 대전시장의 취임 후 첫 행보도 지역경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었습니다.

오세현 아산시장은 소통 강화 차원에서 브리핑실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요. 60년 보수의 텃밭에서 당선된 박정현 부여군수는 지난 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보수와 진보의 세계관을 융합하는 소통문화를 만들겠노라 다짐했습니다.

소통에 대한 의지는 비단 지방 자치단체장들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방정부와의 소통을 약속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국정의 동반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개헌의 무산으로 제2 국무회의도 무산이 되었지만, 시도지사 간담회를 정례화해 광역단체장들과의 소통을 위해서 노력해 나가겠습니다”라고 말이지요.

그렇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소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다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안전’도 곧잘 사고를 부르는 법입니다.

위정자 입장에서는 아무리 소통을 잘한다고 해도 국민이나 주민들이 체감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불통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을 찾더라도 CEO 목소리뿐만 아니라 말단 사원들의 이야기도 함께 들어야 합니다. 시‧도정에 있어서도 실‧국‧과장보다 9급, 10급 직원들의 건의와 애로에 귀 기울여 야 합니다.

그래서 문 대통령 당부처럼 “앞으로 4년 동안 중앙과 지방이 함께 손을 잡고 국민들께 대한민국이 확실히 달라졌다는 체감을 드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사실, 소통은 지난 정권, 새로 출범한 지방정부의 화두였습니다. 첫 출발의 다짐을 끝까지 지키기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요. 모쪼록 새로운 지방정부 단체장님들, 초심 잃지 마시고요,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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