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보수 텃밭 부여에 진보적 세계관 접목 계획

5일 국회를 방문한 박정현 부여군수가 출입 기자간담회를 통해 남다른 방식의 소통관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5일 국회를 방문한 박정현 부여군수가 출입 기자간담회를 통해 남다른 방식의 소통관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자료사진

6.13지방선거를 통해 보수 아성을 깨뜨린 박정현(53) 부여군수가 지역사회에 새로운 소통문화를 정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전통적인 보수 텃밭에서 진보의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 군수는 5일 취임 인사차 당 지도부와 국회의원들을 만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한 가운데 짬을 내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박 군수는 ‘소통’을 민선 7기 부여군정의 화두로 제시했다.

박 군수는 “부여에는 4곳의 향교가 있고, 유림 어르신들이 350분 계신다. 제가 담배 골초인데 선배나 어른들 앞에서는 피우지 않다보니 (제가)담배 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가 그분들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순간 버릇없다는 소리를 듣고, 소통에 문제가 생긴다”며 “부여라는 곳은 선배나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위에 편안하게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웃어른을 굉장히 어렵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유시민-진중권 등 진보 인사 초청 강좌 등 계획
“한쪽만 봤던 지역사회에 다른 쪽 문화도 알릴 것”

그러면서 “제가 아무리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후배들이 말을 안 하면 무슨 재주로 듣겠나. 결국은 저만 떠드는 것이다. 그런 문화를 한 번에 바꿀 순 없겠지만 차근차근 바꿔볼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박 군수는 “부여는 1961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군사 쿠데타 이후 지역 출신인 JP(김종필 전 총리)가 정치를 시작한 이후로 60년 가까이 진보진영 국회의원이나 단체장이 당선되지 못했다. 어느 때는 후보를 내지 못한 적도 있다. 저 역시 10년을 고생했다. 그만큼 (진보가)어려운 동네”라고 토로했다.

그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53.88%를 얻어 3선에 도전하는 이용우 자유한국당 군수(45.11%)를 3000여 표(3027표)차로 꺾고 최초의 ‘진보군수’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군의회 역시 11석 중 민주당이 7석을 차지하며 진보진영이 뿌리를 내릴 교두보를 마련했다.

박 군수는 “이번 선거는 저나 민주당 후보들이 잘했다기보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 영향이 컸다”면서 “부여는 그동안 한쪽(보수)으로만 왔기 때문에 한쪽 생각만 갖고 있고, 다른 한쪽은 여전히 모른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박 군수는 “유시민 작가나 진중권 교수 같은 (진보성향)인사들을 한달에 한 두 번 씩 명사로 초청해서 지역 주민들과 공직자들이 그런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주민들이나 공직자들이 (진보적 성향을)받아들이라는 것도 아니고, 그것이 옳다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동안 그들이 인식하지 못했던 세계관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군수는 “한자에 ‘관(觀)’자는 ‘보다’는 뜻이다. 답이 없다는 것이다. 1더하기 1은 2라는 건 답이 정해진 명제이지만, ‘관(觀)’은 답이 없다. 그동안 부여 사람들이 봐왔던 ‘관(觀)’과 보지 못했던 ‘관(觀)’이 서로 융합될 수 있는 것을 만들어갈 것이다. 그러면 충돌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새로운 문화를 접함으로써 소통문화도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충남도 정무부지사와 민주당 부여군 지역위원장, 충남도당 대변인을 지낸 박 군수는 최근 공주‧부여‧청양 지역위원장에 단독 공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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