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허태정 대전시장. 자료사진.
허태정 대전시장. 자료사진.

허태정 대전시장은 민선 7기 시장이다. 그동안 재선을 지낸 경우가 두 명이니 사람으로 치면 이번이 5번째 시장이다. 허 시장이 이전 시장들에 비해 가장 다른 점은 ‘마이너 시장’이란 점이다. 염홍철 시장이 스스로를 ‘마이너 인생’으로 자평한 적이 있으나 시장으로서 ‘마이너’는 아니었다. 출신이 마이너일 수는 있어도 피나는 노력으로 ‘메이저’에 오른 뒤 시장을 했다.

마이너(minority)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과 구별되어 불평등하게 차별대우를 받는 사람들’이란 뜻이지만, 지금 언급하고 있는 것은 학맥, 인맥, 정파 등의 측면에서 주류가 아닌 비주류를 의미한다. 역대 대전시장 가운데 이런 의미에서 비주류는 없었다. 고시 출신이거나 학맥 등에서 주류에 속하는 사람들이었다. 이 점에서 허 시장은 차이가 있다.

인터넷에서 허 시장의 이력을 다시 찾아봤다.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것 빼고는 대전 충남을 벗어난 적이 거의 없다. 시도지사 치고는 마이너 그룹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도 판사 출신이긴 했지만 최고 권력의 기준에서 보면 분명 마이너 대통령이었다. 시장 자리로 보면 허 시장도 비슷한 처지다.

허 시장, 독자적 주체적 리더십에 문제 없을까?

또 하나는 허시장 자신의 ‘독자적이고 주체적인 리더십’ 발휘에 문제가 없을까 하는 점이다. 그 이유는 첫째,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의 참여가 본격화된 상태에서 배출된 시장이란 점이다. 시민단체가 허 시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적은 없는 것 같으나 허 시장에 대해 호의적 입장을 보인 가운데 선거가 진행되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선거기간 중에 허 후보에게 제기되었던 '허위 장애등급 의혹'에 침묵하는 시민단체에 대해 상대 후보가 서운함을 드러낼 정도였다.

둘째는 허 시장이 여당 후보로 시장이 되긴 했으나 당내에선 ‘을(乙)의 처지’에 있다는 점이다. 그는 애초 당내에선 친안(희정)계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비주류로 전락한 상태에서 어렵사리 시장이 되었다. 허 시장은 친문(재인)계의 대전 대표라 할 수 있는 박범계 의원(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을 더욱 깍듯이 예우해야 할 입장이다. 

각 시도지사들은 대체로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아쉬운 처지인 경우가 많지만, 박 의원에 대한 허 시장의 입장은 그 이상이다. 더구나 대전시장에 대한 견제가 가능한 대전시의회에도 박 의원 사람들이 많이 진출한 것으로 알려져 박 의원에 대한 허 시장의 정치적 의존도는 높아 보인다.

신세를 진 시민단체와, 상관(上官) 같은 박 의원이 허 시장에겐 든든한 힘이기도 하지만, 상황에 따라선 그 힘은 힘이 아니라 짐이 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자리는 얻었으나 힘은 못 쓰는 시장이 되고 만다. 역대 대전시장 중에 취임 때부터 이런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경우는  없었다. 허 시장이 처한 환경은 이 점에서 이전의 시장들과 좀 달라 보인다. 

시장선거에서 과반의 득표로 당선된 건 맞지만 그가 독자적이고 주체적인 시장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만약 시장 리더십이 이런 저런 사정 때문에 휘둘리는 상황이 된다면 조직은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고, 그 결과는 시민들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다. ‘마이너 시장’이어서 우려되는 문제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겪었던 ‘혼란’의 원인 중에는 그가 ‘마이너 대통령’이었다는 점에도 있었다.

개혁에선 메이저보다 마이너 유리할 수도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마이너 대통령이 나옴으로써 권위주의 붕괴 등 많은 변화를 가져온 건 사실이다. ‘마이너’의 입장이 꼭 불리한 것은 아니다. 고금의 사례를 보더라도 메이저보다 마이너의 성공 사례가 오히려 많아 보인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은 금수저보다 흙수저 출신이다. 메이저는 안주하기 쉽고, 마이너라야 개혁을 진정으로 원하기 때문이다.

마이너 출신 지도자의 어려운 점 가운데 하나는 인재풀(pool)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메이저든 마이너든 한 조직의 장(長)에 오른 이상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에 가장 필요한 게 인재다. 인재풀이 부족하면 인재 확보 가능성이 떨어지고, 결국 시장으로서 성공적인 직무 수행도 그만큼 어려워진다. 

인재 확보야말로 ‘마이너 시장’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필자는 재작년 이 난에서, 과거 안상영 부산시장이 정무부시장을 찾는 데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소개한 바 있다. 그는 결국 남충희 씨(바른정당 대전시장후보) 같은 사람을 찾아냈고, ‘부산의 맨해튼’을 만들어냈다. 그건 남 씨보다 안 시장의 공으로 봐야 한다. 안 시장이 아니었다면 남 씨에게 그런 기회가 올 리 없고 지금 같은 부산 맨해튼은 없었을지 모른다. 

우리 지역에선 아직 먼 나라 얘기다. 안 시장만큼 인재에 관심을 가진 사람을 대전에선 보지 못했다. 허 시장이 한번 해봤으면 한다. 안이든 밖이든 공신이든 아니든, 반드시 인재를 쓰는 게 중요하다. 허 시장이 마이너 시장으로, 자칫 이쪽 저쪽에 휘둘리면서 인사도 자기 뜻대로 못할까 걱정이나, 다만 인재의 필요성은 메이저 시장보다 오히려 마이너 시장에게 더 절실하다는 점에선 기대도 된다. 어느 쪽이든 선택은 허 시장 자신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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