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 지도
베니스 지도

산타루치아 역에서 산마르코 광장으로 가는 대운하 사이에는 리알토 다리는 1100년 경 안토니오 다 폰테가 설계로 약12,000개의 나무 말뚝을 박은 뒤 그 위에 아치형으로 지은 폭 28m 리알토 다리로서 대운하 위에 세워진 최초의 다리였다. 리알토 다리는 1854년까지도 대운하 사이의 유일한 다리로서 그 아래로 거대한 무역선들이 거뜬히 통행할 정도로 크고 웅대한데, 무역선들이 통행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교각 중심이 높이 치솟은 아치형이 특징이다. 다리는 섬 사이를 오가는 중요한 통행로이자 귀금속과 가죽제품을 파는 아케이드가 조성된 번화가여서 더욱 명성이 높았으며, 르네상스 시대의 토목공학이 이룬 위대한 업적으로 평가받아 1987년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성마르코 성당
성마르코성당 정문
성마르코 성당 정문

 그런데, 오늘날 베네치아 인들은 수많은 관광객들로 베네치아가 파괴되고 무질서해진다며, 베네치아의 상징인 리알토 다리 위에 관광객 거부 캠페인을 벌이는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하고 있다. 베네치아 인들은 이렇게 외지인들의 관광을 강력하게 반대하는데도 불청객 관광객들은 매년 넘쳐나고 있어서 물가가 비싸다.

 베네치아의 관광 1번지는 산마르코 광장(Plazza San Marco)이다. 산마르코 광장에서 정면으로 성당을 바라볼 때 성당 오른편이 두칼레 궁전이고, 성당과 궁전 사이 광장에는 높이 99m의 종탑이 있다. 산마르코 광장은 산마르코 성당을 중심으로 광장의 3면은 디귿자 형태로 이어진 장방형인데, 마치 성벽처럼 높고 반듯한 3면의 건물들은 당시 베네치아 공화국과 교역하던 주변국가 공사들이 집무하던 공관이었다. 지금은 모두 업무빌딩으로 변신했다. 1805년 베네치아를 점령한 나폴레옹은 이곳 산마르코 광장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광장은 서유럽 도시들의 광장처럼 마치 타일을 붙인 것처럼 잔잔한 석주로 포장되었다. 광장에서 수십만 마리의 비둘기들이 관광객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은 베니스의 명물이지만, 정작 현지인들은 비둘기의 배설물로 골치를 앓고 있다.

종탑
종탑


  산마르코 성당은 아드리아 해상의 크고 작은 100여개의 섬들을 연결해서 도시를 건설한 베네치아 인들이 베네치아의 전통을 과시하기 위하여 828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예수의 12제자 중 한 사람인 산마르코(St. Marco)의 유해를 모셔온 뒤, 섬 6개를 연결하여 그 위에 성당을 짓고 유해를 모신 성당이다. 산 마르크 대성당은 착공한지 107년만인 1063년에야 완공되었는데, 베네치아 공화국에서는 건축비로 상인들로부터 부가세처럼 소득의 1%씩을 징수했다고 한다. 해상무역으로 큰 부를 축적하긴 했지만, 중세를 지배한 가톨릭에 의지하여 권위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산마르코의 유해를 가져온 것 같다. 산마르코 성당을 짓는데 100년 이상 걸린 탓에 성당의 첨탑은 고딕식이고, 아치형 정문은 로마네스크식, 화려한 금분 모자이크 장식은 비잔틴식 등 다양한 양식의 복합 건물로서 당시 베니스가 다양한 국가들과 교역한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산마르코 성당은 로마의 베드로 성당, 밀라노의 두오모 성당, 제노바 성당 등과 함께 ‘중세유럽의 4대 교회’이지만, 성당 내부는 사진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성당 안의 바닥은 침수현상으로 약간 가라앉아 있어서 침몰하는 베네치아의 현실을 잘 말해주는 것 같다.

 산마르코 대성당 오른쪽인 두칼레 궁전은 9세기에 처음 건축된 이후 수차 개축되면서 고딕식과 르네상스식이 절충된 모습이다. 그렇지만, 궁전의 모습이 마치 현대에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업무빌딩 같은데, 현재는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두칼레 궁전 앞에 세워진 종탑은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만들어서 실험했다는 곳이지만, 1912년 재건축할 때 관광객들을 위한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서 전망대로 꾸몄다.
  두칼레 궁전(Palazzo Ducale)을 끼고 좌회전하면, 베네치아의 400여 개에 이르는 다리 중 가장 유명한  ‘탄식의 다리(Ponte del Sospiei)’다.  짧은 아치형 다리의 왼편 건물이 총독 관저 즉 두칼레 궁전이고, 고색창연한 오른편의 굵은 철책 창문이 있는 건물이 베네치아 공화국 시절에 죄수들을 가뒀던 감옥이다. 탄식의 다리는 두칼레 궁전에서 재판을 받은 죄수들이 다리를 건너 감옥으로 들어가면서 “더 이상 예쁜 베네치아를 볼 수 없겠구나!”하고 탄식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바람둥이로 유명했던 카사노바도 갇혔다고 한다.

가면무도회 퍼포먼스
가면무도회 퍼포먼스

 산마르코 성당을 둘러싼 성벽 같은 건물들 아래를 지나서 뒷골목으로 가면 작은 골목에 수많은 크고 작은 상가들이 즐비하다. 이곳에서 베네치아 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데, 세계 어느 도시를 가건 볼 수 있다는 중국음식점도 있다. 각종 기념품 가게에서는 형형색색의 물건들이 많지만 그중 가장 인기 있는 것 가면과 모자인데, 가면과 모자는 각국에서 모여든 각국 외교관들과 상인들이 무도회를 여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면서 서로의 얼굴과 신분을 감추기 위해서 쓰기 시작한 것이 계기라고 한다. 특히 지중해무역으로 이슬람의 유리제조기술을 배운 베네치아 인들의 다양하고 고급스런 유리제품은 베네치아의 특산물이자 세계적으로 유명해서 수출되고 있지만, 한쪽에서는 직접 만들고 한쪽에서는 여행객들에게 직접 판매하기도 한다.
 부두에서 수세기 동안 베네치아의 사회·정치 중심지였던 산마르코 광장까지 가려면 몇 개의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산마르코 광장까지 가는 도로는 사실상 베네치아의 메인스트리트이기도 하다. 바다와 건물 사이로 난 도로에는 수많은 가게와 포장마차가 즐비한데, 형형색색의 물건들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가면이다. 형형색색의 가면은 산마르코 광장을 에워싼 회랑식 대리석 건물이 각국 대사들의 공관으로서 매일 밤 무도회를 개최하면서 남녀들이 신분을 감추기 위하여 쓰던 전통으로 오늘날 베니스만의 특산물이 되었다.
 

운하
운하

  베네치아에서는 버스나 자동차, 지하철이 없고, 주요 교통수단은 수상버스(Vaporetto)와 수상택시다. 대중교통수단인 수상버스정류장은 곳곳에 있고, 운행 간격도 10~15분 정도이어서 매우 편리하다. 요금은 1회권(60분)에 7유로이고, 1일권은 20유로인데, 각 정류장에 있는 판매소에서 구입할 수 있다. 수상택시는 빠르고 편리하지만, 기본요금 약 10유로이고, 4인 기준 60유로로서 약간 비싸다. 화물 요금을 따로 받는다.

곤돌라
곤돌라
호텔의 선착장
호텔의 선착장

 

 그러나 관광객들은 흰 바탕에 검정 스트라이프 셔츠를 유니폼으로 입은 젊은 사공들이 노를 젓는 곤돌라를 타고 좁은 섬 사이를 한 바퀴 일주하는 것이 빼놓을 수 없는 관광코스가 되고 있다. 곤돌라는 보통의 보트 모양에서 앞쪽이 해적선처럼 휘어진 독특한 나룻배인데, 곤돌라 여행은 섬 사이를 약30분 동안 사공들이 천천히 노를 저어 구경시켜준다. 곤돌라는 2인승, 4인승, 5인승 등 다양하고, 곤돌라승차장은 베네치아역, 산마르크 광장 주변, 리알토 다리 옆 등 여러 곳에 있다. 그렇지만, 시간과 주머니 사정에 여유가 있다면, 수상택시를 타고 넓은 운하를 쾌속 질주해보면 곤돌라를 타고 천천히 좁은 섬 사이를 둘러보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그러나 겨울과 봄으로 이어지는 우기는 물론 여름철에도 갑작스런 홍수로 바닷물이 불어나서 도로며 1층 건물들이 침수되는데도, 우리네 시골집의 평상(平床)같은 길쭉한 철제구조물을 도로변에 기대두었다가 깔고서 그 위로 통행하고, 또 수영장처럼 바닷물이 출렁이는 산마르코 광장이나 도로 위에서 보트를 타거나 수영을 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렇게 독특한 베네치아 풍경은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중 첫째로 꼽기도 한다. 베니스는 매년 15회 정도 침수를 겪는데, 특히 11월부터는 짙은 안개와 함께 매일 침수현상이 생긴다고 한다. 오랜 세월동안 반복되는 불편을 감수하고서 살아온 베니스 인들의 마음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궁금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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