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곤과 관계가 있는 것 같았나요?”

그 사람들은 다시 본적이 없어요.”

좀더 소상하게 기억해 보세요.”

그들 중 한 사내는 두터운 안경을 끼고 있었어요. 그리고 같이 온 사람들은 그날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어요. 이곳 사람은 아닌 것 같았어요.”

그녀는 누군가가 창밖에서 이런 말을 엿듣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수시로 반쯤 열린 창문을 응시했다. 나는 그녀의 그런 불안감을 씻어주기 위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창문 닫는 시늉을 하며 주차장을 내려다 봤다. 주차장에는 늘어선 차들 사이로 어두운 그림자를 몰고 다니는 사내들이 서너 명씩 몰려 있었다. 엘레나 조를 데려 가기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만은 명확했다.

나는 창문을 닫았다. 엘레나 조는 그제야 울음을 멈추고 말을 계속했다.

중국계들은 닥치는 대로 여자들을 납치한 뒤 자신들이 경영하는 술집이나 댄스 홀 같은 곳에 팔아넘겨요. 한번 그들에게 납치당하면 빠져나올 수가 없어요. 마약중독자로 만들어 사창가에 팔아넘기기도 하고요. 밤에는 돼지 같은 놈들이 몸시중을 들라고…….”

그녀는 또다시 흐느끼기 시작했다.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얼굴을 침대에 비볐다. 그녀가 흐느끼는 동안 나는 심한 갈증을 느끼며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알코올의 타는 열기가 속을 녹였다.

그들은 몸시중을 들지 않으면 마구 때리고 또 며칠씩 감금하기도 했죠. 헤로인을 주사한 다음 굶기기도 했고요. 어떤 여자는 끝까지 그들의 요구를 거부하다 살해된 경우도 있었어요. 헤로인을 주입시킨 뒤 깨어나지 못하면 자살을 가장해 버리기도 했고요. 그놈들은 인간이 아녜요. 그들은 짐승이지 인간이 아녜요. 그렇지만 누구도 그런 일을 밝혀 내려질 않아요. 경찰도 한통속이거든요. 돈만 주면 눈감아 주니까요. 도리어 경찰이 그런 일을 시키고 돈을 가로 채는 경우도 있어요. 나도 처음 그들에게 끌려간 날은 죽는 줄 알았어요. 돼지 같은 놈들이 돌아가면서 …….”

그녀는 아랫입술을 살며시 깨물며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허공을 향해 응어리진 앙금을 토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몸부림 쳤지만 이제 그녀는 더 이상 두려움에 얽매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세상에 대해 냉담해 질수록 마음이 더욱 무거워짐을 느꼈다. 그녀의 잔인한 말을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 귀를 막았다. 채린이 그런 일을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찬바람처럼 스치자 온몸에 돋은 잔털이 순식간에 일어섰다. 피가 거꾸로 치솟았고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는다면 미쳐 버릴 것 같았다. 취기가 정신을 몽롱하게 뒤흔들었다.

할머니가 어떻게 나를 키우셨는데……. 고국에 돌아가는 것이 소원이라고 입버릇처럼……. 돈을 벌어서 고국 땅을 밟도록 해드리고 싶었는데…….”

엘레나 조는 내 취기와 무관하게 꼬부라진 말투로 중얼거렸다.

내가 한기를 느껴 벌레 같이 침대 속으로 기어 들어가기 위해 눈을 떴을 때 이미 따냐와 엘레나 조는 자리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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