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진괄의 신비한 산야초] 심장질환에 의한 두통 현훈(眩暈) 심장 부정맥 증상 개선 효능

송진괄 대전시중구청 평생학습센터 강사.

친구들과 정선(旌善) 5일장을 구경할 겸 나들이를 떠난 버스 안은 모두 들떠 있다. 5월의 신록(新綠)은 그 기분을 한층 더 고조시킨다. 편안한 마음으로 머리도 식히고 게다가 힘들게 산에 오를 일도 없는 날이다.

박달령(朴達嶺) 휴게소의 아기자기한 모습을 돌아보며 시원하고 맑은 공기를 깊숙이 들여 마신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반복 되는 생활에서 일탈하니 또 다른 세상이 있구나 싶다. 그것이 바로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셈이다. 병풍 같은 주변의 먼 산까지 녹음이 짙고 휴게소의 화려한 꽃들이 계절을 말해 준다.

정선의 시장이라고 별반 다를 바는 없다. 왁자지껄한 시장 사람들이 무리 지어 가고 오는 모습, 산골답게 나물류와 특산품, 제철을 만난 곤드레가 시장 고샅마다 수북이 쌓여 손님을 부르고 있다. 사람 사는 모습이 어디라고 다르랴 싶다. 각지에서 오는 관광객 겸 손님들로 시장골목은 인산인해(人山人海)다. 말이 첩첩산중이지 이곳은 이미 관광명소였다. 곳곳에는 차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이 가득하다.

화암동굴을 오르는 길목에 손질이 잘 된 푸른 화단이 가지런했다. 그 아담한 꽃밭에 은방울꽃이 가득 했다. 무심코 지나려다 군락을 진 모습이 이채로워 이파리를 들춰보니 올망졸망 하얀 은방울꽃이 앙증맞게 매달려 있다.

일반적인 식물의 꽃은 벌과 나비 등 곤충을 맞아 수분(受粉)하려 줄기 위에 피는데 이 풀은 특이하게 잎줄기 아래에 꽃을 피운다. 가느다랗게 수직으로 세운 연약한 줄기에 여러 개의 작은 꽃망울을 달고 있는 재미있는 풀이다. 그 꽃모양이 마치 종처럼 생겼고 아이들이 차고 다니는 은방울과 비슷하여 은방울꽃이란 이름이 붙여진 듯하다.

은방울꽃은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뿌리줄기가 옆으로 기면서 자란다. 땅 위로 잎과 꽃자루만 나오는데 잎은 두 장이 마주보며 나며 잎자루가 긴 특징이 있다. 키는 어른 손 한 뼘 정도 자란다. 꽃은 5~6월경에 흰색으로 피며 동그란 열매는 가을에 붉게 여문다. 번식은 주로 땅속줄기가 길게 뻗어가면서 마디마다 수염뿌리의 눈에서 새순을 낸다. 그래서 산지에서 넓게 군락을 지어 자라며 생명력도 번식력도 강한 풀이다. 이 풀은 꽃모양도 예쁘지만 향기가 좋아 향수화(香水花), 난초처럼 품위가 있다하여 초옥란(草玉蘭), 영란(鈴蘭), 오월화(五月花) 등으로도 부른다.

은방울꽃은 꽃향기와 아름다움에 비해 독초(毒草)로 분류되는 식물이다. 그래서 나물로는 먹지 않는다. 대체로 꽃이 피는 시기에 그 독성이 가장 강하다고 한다. 생김새가 산마늘과 비슷하여 혼동되고 봄나물 채취 시에 주의를 요하는 식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관상용으로는 아주 인기가 많은 풀이다.

은방울 꽃.
은방울 꽃.

한방에서는 풀 전체 또는 잎을 영란(鈴蘭)이란 생약명으로 약용한다. 특히 강심(强心)작용이 강하여 심근(心筋) 쇠약증에 활용된다. 심장질환에 의한 두통, 현훈(眩暈), 심장 부정맥 등의 증상을 개선시키는 효능이 있다.

민간요법으로는 은방울꽃의 열매를 혈액순환 촉진제로 사용했으며, 뿌리는 말려서 심장이 약한 사람에게 썼다. 또한 소변을 잘 나오게 하는 이뇨(利尿)에 응용했고 타박상, 종기에 처방했다고 한다. 이 풀을 약재로 사용할 때에는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의 처방(處方)을 받아야 한다.

산행(山行)을 하다보면 산등성이에 나무가 없고 햇빛이 많은 곳이면 은방울꽃이 영역을 넓히며 집중적으로 자라는 모습을 가끔 본다. 잎자루를 길게 올리고 두 손을 마주 펴듯 서 있는 모습이 흥미롭다. 꽃이 필 시기가 되면 잎자루 사이로 감추어 둔 꽃대를 내밀듯 슬며시 밀어 올린다. 이파리 아래로 작고 가는 꽃대에 방울을 단 듯 수줍게 꽃을 피운다. 그 연약하고 수줍은 꽃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다. 그래도 어느 유명 연예인 결혼식 때에 은방울꽃 부케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꽃말도 순결, 행복인가 보다.

작고 소박한 풀 한 포기에서 먼 날의 전설을 암시하는 듯한 느낌이 온 몸으로 전해온다. 연한 녹색의 이파리 아래에서 청순한 모습으로 살포시 고개 숙이고 피어 있는 은방울꽃. 말 못할 사연을 묵언(黙言)으로 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햇빛이 작열하는 5월 어느 날 강원도의 녹음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그것도 모자라 신비한 땅 속의 공기까지 마시고 온 나들이였다. 그 길에 우연히 만난 은방울꽃. 푸르름만 보였지 그 아래 숨겨진 은방울은 못 볼 뻔 했다. 은은한 꽃향기에 취해 한참을 만지작거렸던 그 숨겨진 아름다움이 그것뿐이랴. 은둔의 미(美)는 바로 우리 선인들의 삶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 보게 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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