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엔 역시 막걸리에 파전 ‘막걸리 선술집 5選’
비오는 날엔 역시 막걸리에 파전 ‘막걸리 선술집 5選’
  • 이성희 푸드칼럼니스트
  • 승인 2018.07.02 09:3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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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흥동 녹두빈대떡, 갈마동 초가집
구암동 서여사전, 대흥동 대전블루스, 용문동 박씨전

비가 내리는 날 쳐진 기분을 끌어올려주는
정성과 고집이 있는 막걸리 부침개

장마 비로 기분까지 눅눅해진다. 비가 오는 날엔 파전에 막걸리를 먹는다는 말도 있듯이 정신을 번쩍 깨우는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과 고소한 부침개가 절로 떠오른다.

양철 판으로 만든 낡은 화덕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얼큰하게 취기가 오르면 젓가락 장단에 맞춰 한 곡조 뽑으면서 삶의 애환을 달래던 시절이 있었다. 고달픈 시절 막걸리 한 사발은 모든 시름을 잊게 해줬다.

막걸리를 주전자에 담는 모습
막걸리를 주전자에 담는 모습

비오는 날 마음 통하는 사람과 마주앉아 나누는 막걸리와 뜨끈뜨끈한 부침개는 그야말로 꿀맛이다. 비오는 날 왜 막걸리에 파전, 빈대떡이 생각날까.

빗방울이 떨어지며 창문이나 바닥에 부딪힐 때 나는 타닥타닥 소리가 파전을 부칠 때 기름에 닿은 반죽이 익으면서 나는 지글대는 소리와 비슷해 소리에 의한 연상 작용이라는 설도 있다. 또 비오는 날에는 굽는 기름 냄새가 더 멀리 퍼져나가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면 막걸리와 부침개는 왜 바늘과 실처럼 붙어 다니는 걸까. 과학적으로 접근해 보면 밀가루는 기분 개선에 도움이 되는 반면 성질이 차가워 많이 먹을 경우 소화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보통 밀가루 음식을 먹은 뒤 속이 더부룩해지는 이유다. 이때 막걸리에 풍부한 식이섬유와 유산균은 떨어진 소화기능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찰떡궁합이디. 막걸리 1병(750㎖)에는 보통 700억∼800억 개의 유산균이 들어있다. 요구르트(65㎖) 100∼120병과 맞먹는다.

빈대떡 이름의 유래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데 귀한 손님(賓客)을 접대한 떡이라는 뜻에서 빈대(賓待)떡이라고 했다는 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즐겨먹던 음식임은 틀림없다. 

빈대떡과 비슷한 음식으로 전과 부침개가 있다. 기름에 지진 음식이라는 면에서 공통점이 있으나 미묘한 차이로 달라지는 게 우리 음식이다. 전(煎)이란 달인다, 조린다, 지진다의 뜻을 가진 한자로서 고기, 생선, 채소 등의 재료를 다지거나 얇게 저며서 밀가루와 달걀로 옷을 입힌 후 번철에 기름을 두르고 양면을 지져내는 음식이다.

즉 전은 고기나 생선 등을 주재료로 밀가루 옷을 입혀 부쳐낸 음식이고, 부침개는 주재료인 밀가루 반죽에 여러 재료를 섞어 반죽해낸 음식이다. 빈대떡, 전, 부침개 모두 편안한 사람들과 대화하며 먹기에 안성맞춤인 음식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쳐진 기분을 끌어올려주는 대전 유명막걸리 부침개 집 5곳을 추천한다.

1.대전블루스(대전시 중구 대흥동 중부경찰서 옆)

하루일과 피로 푸는 안식처 문화예술인들의 사랑방

대전블루스 이순자 대표. 호탕하고 시원시원한 주인장의 투박하지만 감칠맛 나는 손맛으로 손님상에 오르는데 입맛에 딱 맞는다.
대전블루스 이순자 대표. 호탕하고 시원시원한 주인장의 투박하지만 감칠맛 나는 손맛으로 손님상에 오르는데 입맛에 딱 맞는다.

대전블루스는 70-80년대 대폿집을 연상케 하는 선술집으로 2005년부터 퇴근길 유혹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사랑방으로 하루일과의 피로를 푸는 안식처로 유명한 곳.

예전의 애틋함은 없지만 그래도 낭만이 있는 추억의 장소로 서민들의 애환이 묻어나는 푸근한 집이다. 화덕 7개와 등받이 없는 둥근 의자가 전부인 작은 선술집이지만 막걸리 한잔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칠 수 없게 만드는 집이다.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떠 나가는 새벽열차 대전 발영시 오십분~“ 대전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대전블루스 노래가사다. 1950년대 대전역 풍경을 묘사하고 만남과 이별을 애틋하게 그린 서정적인 가사 내용과 같이 이곳에서도 수많은 만남이 펼쳐진다.

대전블루스는 모듬전(동태전, 녹두전, 동그랑땡). 꼬막, 홍어찜, 두부두루치기, 계란말이, 막전(파, 부추전) 등이 있다. 그러나 이집의 최대의 강점은 벽에 삐뚤삐뚤한 글씨로 써 논 메뉴판에 없는 어떠한 메뉴도 주문만하면 만들어 나온다.

대전블루스
대전블루스

안주거리는 호탕하고 시원시원한 주인장의 투박하지만 감칠맛 나는 손맛으로 손님상에 오르는데 입맛에 딱 맞는다. 안주가격은 7000원부터 1만5000원 선으로 부담이 없다. 막걸리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다보니 주당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주인장 이순자 여사의 통 큰 손은 주문하는 안주마다 푸짐하다. 큰소리로 누님, 이모를 부르며 마음껏 단골임을 뽐내면서 객기를 부려도 편안하게 다 받아준다. 직장인들의 술자리는 삶의 애환이 서려있다. 삶의 팍팍함을 한 잔 술로 달래며 인생의 희로애락의 응어리를 손가락으로 휘휘저어 마시는 막걸리 한 잔에 녹아내는 것도 선술집의 매력이다. 주머니가 가벼 워도 향수를 느끼고 추억을 담을 수 있는 선술집이다. 오후4시-12시

2.녹두빈대떡(대전 중구 대흥동 테미삼거리)

막걸리 한 잔 생각날 때 즐겨 찾는 정성과 푸짐함이 있는 집

원조집 녹두빈대떡 이춘자 할머니와 며느리 김미영 씨
원조집 녹두빈대떡 이춘자 할머니와 며느리 김미영 씨

녹두빈대떡 모듬
녹두빈대떡 모듬

대전시 중구 대흥동 테미삼거리 주변에 있는 녹두빈대떡은 반 지하 허름한 곳에 찾기도 힘든 위치에 있지만 녹두빈대떡과 모듬전 등 저렴한 안주로 서민들이 막걸리 한 잔 생각날 때 즐겨 찾는 정성과 푸짐함이 있는 집, 특히 요즘 같은 장마철에는 문턱이 달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주변에는 막걸리 부침개집들이 여러 집 있지만 원조집 이름에 걸맞게 유독 이곳에만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집이다. 비가 오는 날에는 기다려야 먹을 수 있다. 잔치국수 3000원, 비빔국수, 홍합탕 4000원, 돼지껍데기무침 8000원. 미니족발 7000원 등 다양하게 안주가 저렴하게 준비되어 있다. 1만원 넘는 안주는 거의 없는 가성비 좋은 집이다.

특히 100% 녹두를 매일 갈아 숙성시켜 부쳐 나오는 녹두빈대떡과 김치전, 버섯전, 감자전, 정구지전(부추)은 5천원으로 저렴하다. 하지만 4가지전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모듬전(녹두, 버섯전, 감자전, 정구지전)도 1만원으로 인기. 굴, 오징어, 홍합 등 해물과 버섯, 쪽파를 두툼하게 얹어 밀가루 없이 계란만 풀어 부쳐낸 해물파전도 일품. 거기다 맛까지 있다.

녹두빈대떡
녹두빈대떡

넉넉한 기름에서 두툼하게 부쳐내는 부침개는 한 장만 먹어도 배가 부를 만큼 푸짐하다. 여기에 주전자 막걸리를 함께 먹어줘야 제 맛이다. 특히 감자전은 보통 감자를 갈아서 부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생감자를 썰어 부쳐서 나오는 게 특이하다. 부침개는 미리 부쳐놓은 게 없고 주문과 함께 즉석에서 조리가 시작된다. 냄새만 맡아도 군침을 돌게 만들지만 부침개는 손님이 직접 눈으로 조리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맛으로 어르신뿐만 아니라 젊은 층 직장인들도 많이 찾는다.

이춘자(78) 주인장 할머니는 20여 년 전 창업해 지금은 며느리 김미영 씨가 대를 이어 부침개를 붙이고 있다. 지금도 부지런하게 며느리와 함께 시장에서 신선한 재료를 직접 구입해서 손님상에 내는 정성을 아끼지 않고 있다. 매장에는 며느리의 친언니 김진아 씨가 서빙을 도와주고 있어 바쁜 매장운영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연중무휴.

3.초가집(대전시 서구 갈마동 한양프라자 뒤 골목)

서민의 냄새가 있고 하루의 고단함을 풀어낼 수 있는 곳

초가집 강희자 대표. 손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손님이 없어도 새벽 2시전에는 문을 닫지 않는다. 그리고 10년 동안 한 번도 노는 날이 없었다.
초가집 강희자 대표. 손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손님이 없어도 새벽 2시전에는 문을 닫지 않는다. 그리고 10년 동안 한 번도 노는 날이 없었다.

초가집은 갈마동 주택가 골목길에 위치해 이곳 지리를 잘 모르는 사람은 찾기 힘든 곳에 있다. 의자와 탁자모양도 제 각각이고 실내 분위기도 초가집이라는 상호에 걸맞게 허름하다.

특히 찌그러진 막걸리 주전자가 걸려있는 풍경은 그 옛날 허름한 대폿집 분위기 그대로다. 그만큼 그리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정감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몰려드는 손님들로 항상 북새통을 이룬다. 초가집은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린 날 김치전, 파전, 굴전, 녹두전과 함께 막걸리 한잔하기에 좋다. 최근에는 100% 국산 콩으로 제조한 손 두부와 수육을 10여 가지 김치에 싸먹는 두부수육김치가 가볍게 한잔하려는 직장인들에게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갓김치, 고들빼기, 파김치 등 맛깔난 김치와 뜨끈한 손 두부에 잘 삶아진 돼지고기 수육이 자리 잡아 푸짐하고 환상적인 궁합이다. 여기에 막걸리까지 한잔 걸치면 더할 나위 없는 한상차림이다. 수육은 쫄깃하고 부드럽고 한약재 냄새나 잡 내 없이 깔끔하다. 가격도 저렴하다.

초가집
초가집

초가집 내부
초가집 내부

강희자 대표가 다양한 안주를 만들어 내는데 특히 싱싱한 오징어와 대파를 넣어 만든 해물파전과 별다른 재료 없이 김치만으로 최상의 맛을 내는 김치전도 인기. 고추장, 된장, 간장 등은 모두 담가서 사용한다. 손님이 없어도 새벽 2시전에는 문을 닫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10년 동안 한 번도 노는 날이 없었다는 점이다. 모두 손님과 지켜야 하는 약속이기 때문이란다.

사이드메뉴로 나오는 일명 술국으로 불리는 우거지 국도 별미. 북어대가리와 멸치 등으로 육수를 빼 총각김치와 직접 담근 된장을 풀어 만든 술국은 주당들에게 최고의 인기다. 직접 담근 김치는 판매도 가능하다. 서민의 냄새가 있고 하루의 고단함을 풀어낼 수 있는 막걸리 한잔이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연중무휴.

4. 서여사 전집(대전 유성구 구암동 유성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 골목)

퇴근길 유혹하는 아늑한 분위기의 막걸리 전집

부침개 부치는 서운주 여사
부침개 부치는 서운주 여사

녹두빈대떡 부침개
녹두빈대떡 부침개

서여사전집은 대전시 유성구 구암동 유성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 골목에 위치한 곳으로 목제 원탁 9개의 모던하고 아늑한 분위기의 막걸리 전집.

지난해 7월 문을 연 이집은 서여사로 불리는 서운주 대표와 아들이 함께 운영한다. 상호는 성씨를 따서 서여사 전집으로 문을 열었다. 어머니는 주방에서 전을 부치고 아들 김도현 씨는 홀 서빙을 담당하는 등 손발이 척척 맞는다. 모든 전은 미리 만들어 놓은 게 없이 주문즉시 부쳐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런지 잡냄새가 없고 깔끔하다는 평이다. 한번 쓴 기름은 재사용하지도 않는 등 위생적이다.

서여사전집
서여사전집

특히 이집에는 원막걸리,지평막걸리,서가원밤막걸리,경주법주막걸리,1977막걸리 등 7가지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가 준비되어있어 취향에 맞게 골라먹을 수 있는 재미도 있다.

동태전, 호박전, 버섯전, 깻잎전, 동그랑땡 등이 함께 나오는 모듬전(2만2000원)은 인기메뉴. 김치전, 파전, 부추전에는 해물이 많이 들어가고 양이 푸짐하다. 고기, 두부, 야채를 깻잎에 싸서 지져내는 깻잎전은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오후 5시-12시까지 영업. 일요일은 휴무 하지만 비가 오면 문을 연다.

5.박씨전(대전시 서구 용문동 서우아파트 정문 앞 골목)

정성이 가득한 양심적인 선술집. 이 시대 마지막 남은 주막

박씨전 장수영 대표. 정성이 가득한 양심적인 선술집
박씨전 장수영 대표. 정성이 가득한 양심적인 선술집

박씨전
박씨전

대전시 서구 용문동 서우아파트 정문 앞 골목에 있는 박씨전도 이 지역을 모르면 찾기 힘든 곳에 있다 하지만 장수영 주인장 혼자 각종 전을 비롯해 30여 가지 안주를 정직하게 만들어 주는 막걸리 전집.

골목 초입부터 전 지지는 고소한 냄새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발목을 잡는 곳이다. 두툼하게 부쳐내는 부침개는 양도 푸짐하다. 시도 때도 없이 비가 쏟아지는 요즘에는 부침개를 핑계 삼아 막걸리를 걸칠 수도 있으니 막걸리 전집이 인기 만점이 아닐 수 없다. 

간판에 ‘이 시대 마지막 주막’이라는 글씨처럼 비도 오고 사람냄새가 그리운 날에는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줄 선술집이다. 어찌 보면 우리들의 진정한 주막이라 할 수 있다.

박씨전
박씨전

6개 식탁과 주방이 붙어 있는 작은 공간이지만 메뉴 하나하나가 정갈하다. 김치전 6000원, 녹두전 8000원이지만 깻잎,고추,동태,녹두,김치,소세지전이 함께 나오는 모듬전은 1만8000원으로 인기.

음식은 사람의 정성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녹두전은 오로지 녹두만 가지고 두툼하게 부쳐내고 김치도 직접 담는다. 특히 깻잎전과 고추전이 일품. 어머니가 명절날 집에서 부쳐주던 그 맛 그대로의 전을 언제든지 저렴하고 푸짐하게 맛 볼 수 있는 집이다. 오후 5시-오전2시 영업. 연중무휴
<이성희 푸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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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부지 어른 2018-07-11 17:10:46
타이밍이 딱 맞는 기사입니다.
막걸리 애호가로서 감사드립니다.

이관용 2018-07-06 09:12:00
좋은 기사거리에 감사합니다
막걸리 한잔이면 기분이 좋아지고 설움도 해소되는 만병통치약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