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내가 깡마른 사내와 흥정을 끝냈다는 사실을 안 탓인지 유난히 내 앞을 오가며 요염을 떨었다. 실오라기조차 걸치지 않은 몸으로 내가 앉은 테이블가까이 다가와 촛불에 빛나는 엉덩이를 몸서리치도록 요동쳤다. 날카로운 하이힐 축과 팽팽히 긴장된 허벅지, 그리고 그 사이로 보이는 약간의 체모와 휘감아 도는 둔부의 굴곡. 이런 것들이 시선을 압도했다. 그녀는 커다란 눈을 탁한 동공에 깊숙이 감추고 나에게 다가올 것을 손짓했다.

러시아인들이 운영하는 주점에서는 무희들에게 몸을 팔도록 요구하지 않았다. 또 러시아 무희들도 그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계들이 경영하는 주점에서는 손님이 요구할 경우 거액을 받고 몸을 팔도록 종용하고 있었다. 물론 그런 행위는 불법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묵인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엘레나 조는 춤을 끝낸 뒤 곧바로 내게 왔고 나는 그녀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다. 골든 드레곤을 벗어나면서도 긴장을 풀지 않았다. 홍등가에서 겪은 일이 떠올라 매사에 신경을 곤두 세웠다.

밖은 이미 흥건한 어둠에 절어 있었다. 아파트마다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왔고, 로변 공원의 숲들은 스산하게 잎을 떨었다.

따냐는 나의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하는 눈치였다. 아내를 찾겠다며 이곳에 온 사람이 무희를 데리고 나온 모습, 그것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그녀는 이곳 사람들이 자신에게 직접 피해를 주지 않거나, 간섭하지 않을 경우 무관심한 것처럼 최소한 겉으로는 내게 그런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나의 이런 행동에 적잖게 불만을 갖는 모습이었다.

 

호텔로 돌아온 나는 엘레나 조가 샤워를 하는 동안 전화 테이블을 룸 중앙에 옮겨다 놓고 냉장고 안에 있던 치즈 와 보드카를 내다놓았다. 잔은 물 컵으로 대신했다. 잠시 후 엘레나는 알몸에 두터운 목욕 타올을 두르고 나왔다. 머리에서는 연신 물기가 뚝뚝 떨어져 내렸다. 화장을 지운 얼굴이 더욱 싱그럽게 보였다. 그녀는 내가 보드카를 내놓은 모습에 적잖게 놀라는 기색이었다. 곧바로 잠자리에 들 것이라고 믿었던 내가 술상을 차린 데다 따냐가 그 때까지 방 안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멈칫거리다 내가 침대에 앉을 것을 제의하자 그제야 눈치를 살피며 침대 난간에 엉덩이를 걸쳤다.

하지만 따냐는 엉거주춤하게 문간에 서서 시종 못마땅한 눈치로 나를 봤다. 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눈치였다. 그녀의 그런 행동 속에는 엘레나 조에 대한 질투가 섞여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시계가 밤 948분을 가리켰다.

장 기자님 저는 이제 돌아갔으면 하는데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피곤하시겠지만. 이곳에 앉으세요.”

“.......”

당신 고려인 입니까?”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