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사내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동안 내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한 사내가 불현듯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 홀을 돌아 밖으로 나갔다. 어둠 속에서 그는 나와 눈빛이 마주친 뒤 등을 돌렸다. 그러나 나는 그가 왜 밖으로 나갔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또 내 테이블 촛불이 눈앞에 있었던 탓에 그를 정확히 볼 수도 없었다. 중키에 동양계라는 것 정도 밖에는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일삼아 그를 유심히 볼 이유도 없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채린을 찾는데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것에만 관심을 쏟았다.

그 자가 밖으로 나간 지 얼마지 않아 출입구에 섰던 사내가 또 다시 내 자리로 왔다. 그는 내 옆자리에 앉은 뒤 내 귀에다 속삭였다.

선생님 절대 돈을 깎을 수 없다는 규정이 있어 더 이상 낮출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이 끝나야 나갈 수 있도록 하는데 선생님께는 특별히 서비스를 한다는 차원에서 잠시 후 보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일은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아가씨를 데려 간다면 좋은 추억이 될 겁니다.”

“........”

선생님께서 봐 둔 그 아가씨는 이름이 엘레나 조라는 아가씨인데 서비스가 그만이지요. 선생님께서 그녀를 선택하실 때부터 선생님의 안목이 보통이 아니란 것을 알았습니다. 정말 최상급입니다.”

그는 내게 물건을 떠맡기듯 엘레나 조라는 아가씨를 떠넘겼다.

지금 당장이라도 나갈 수 있소?”

그럼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이번이 그녀의 순서거든요. 보시고 마음에 안 드시면 다른 아가씨들도 있으니까요.”

그는 내 비위를 맞추려고 안간힘을 썼다. 내가 술잔을 비우자 곧바로 잔을 채우며 값싼 웃음을 잔속에 흘렸다.

나는 시선을 돌리며 그자에게 미화 1백 불을 집어 주었다. 그러자 그 는 내게 곧바로 보내겠다면서 크리스털이 필요치는 않느냐고 속삭였다. 마약을 팔겠다는 심보였다. 내가 고개를 내젖자 그는 어둠을 헤치며 곧바로 사라져갔다.

잠시 뒤 조용한 음악소리가 깔리며 엘레나 조라는 무희가 홀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는 차이나 칼라로 된 원피스를 걸치고 있었다. 선홍빛의 원피스는 망사처럼 몸의 구석구석이 자세히 보였다. 몸에 착 달라붙은 그것은 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밀물에 일렁거리는 해조류 같이 부드럽게 몸을 휘감았다.

그녀는 앞서 춤을 춘 무희들과 달리 조용히 홀을 한 바퀴 돈 뒤 내 앞에 와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선홍빛 원피스를 무릎 위로 조심스럽고도 아주 천천히 끌어 올리며 나를 유혹했다. 몸을 흐느적거리기도 했고 두 다리를 뻗은 채 옷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원피스가 무릎과 무릎을 지나 구릿빛 엉덩이를 스칠 때는 신들린 광녀처럼 온 몸을 떨었다. 그녀의 다툼하게 부푼 살점이 강한 경련을 일으키며 조명 속에 빛났다. 백러시아 계 무희들과 달리 다소 마른 몸매에 얄팍한 가슴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 피부는 그들보다 더욱 탄력 있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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