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훤히 내보이는 실크조각에 눌린 콩알만 한 유두가 어둠 속에 돋보였다. 그녀의 살결은 바닥에서 분출되는 조명에 비쳐 갓 짜낸 우유같이 신선하게 다가섰다. 붉은색 조명을 정면으로 받은 그녀의 사타구니는 이글거리는 햇살같이 시선을 빨아들였다. 길게 뻗은 다리와 덜름하게 달려 올라간 엉덩이는 주점을 찾은 사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시간을 알리는 인형같이 음악이 경쾌해지자 곧바로 음률에 맞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몸을 흔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녀의 몸은 광란에 젖어갔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칼은 어느새 몸을 휘감으며 갈기갈기 허공에 날렸고 눈동자는 마약을 흡입한 사람처럼 희미하게 풀렸다. 길게 뻗은 손가락은 부드러운 그녀의 육체를 자유로이 더듬으며 율동과 어우러진 환희를 맛보고 있었다. 그녀는 현란한 몸짓을 하며 무대를 두어 바퀴 돈 뒤 자신의 몸을 가리고 있던 실크조각을 풀어 헤쳤다. 땀에 얼룩진 육체의 자유를 만끽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담겨 있었다.

그녀는 풀어 헤친 천 조각을 발끝에 건 뒤 허공을 향해 던졌다.

그러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이 한껏 자유로움을 느끼는 듯 분방하게 움직였다. 지구 중심을 향해 쏟아진 복숭앗빛 앞가슴은 곧바로 일탈해 버릴 듯이 흔들렸고 땀에 젖은 엉덩이는 그녀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조명에 번들거렸다. 고무풍선에 물을 담은 듯 출렁이는 앞가슴은 몸놀림이 거세질 때마다 전혀 남 다른 곳에 붙여진 돌출물같이 제 각각 흔들렸다. 가슴팍을 흘러내린 땀방울이 구슬같이 영롱하게 빛났다. 그녀의 몸은 샤워를 한 듯 땀으로 젖어 갔다.

테이블에 앉은 사내들은 마른 침을 삼키며 그녀의 춤을 지켜보느라 정신을 빼앗겼다. 그들은 땀에 젖은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혓바닥으로 핥기라도 하듯이 군침을 삼켰다.

무희도 자신을 음미하고 있는 사내들의 눈빛을 읽고 있었던지 그들 앞으로 다가가 긴 다리를 부챗살같이 벌린 뒤 이내 돌아서 멀어져 갔다.

그녀가 커튼이 쳐진 방으로 들어간 뒤에도 원색의 춤은 계속됐다. 여러 명의 무희가 번갈아 가며 홀 중앙을 수놓았다.

나는 보드카를 두어 잔 더 들이키고 문 앞에 서 있던 깡마른 사내를 불렀다. 그에게 입구 벽에 사진이 붙어있던 동양계 무희를 만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생각에 잠긴 듯이 한 눈을 팔며 뜸을 들이다 내 옆자리에 바싹 다가앉았다. 이어 손바닥을 내밀었다. 돈을 지불하기 전에는 맡겨놓은 물건을 도저히 내놓을 수 없다고 깐깐하게 구는 전당포 주인같이 보였다.

미화 1백 달러?’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무희를 잠시 부른다고 현지인 한 달 월급을 요구하는 자체가 바가지였다. 나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러자 그 사내는 못이기는 척 자리에서 일어나 출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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