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 눈] 현실 안주한 수구 정치의 ‘한계’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충청권 국회의원 정기 오찬 모임 모습.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충청권 국회의원 정기 오찬 모임 모습.

충청도는 예부터 ‘양반의 고장’이라 그런지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누가 조그만 잘못을 하더라도 실수이겠거니 참고 넘어간다. 행여 그 잘못으로 본인이 다소 손해를 보거나 불편해지더라도 관대한 편이다. 그런 정치적 토양에서 자라난 보수는 숱한 세월 속에 ‘고인 물’이 되고 말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청도는 진보세력에 잠식당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통렬한 반성이나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자기 살 궁리에 급급한 모양새다. 이러니 “JP(김종필 전 국무총리)때가 좋았다”는 조소가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과거 충청도는 영호남에 밀려 ‘핫바지’, ‘멍청도’라는 비하와 수모를 겪으며 그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정치를 하며 살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이 지역 민심을 향해 “충청도가 언제까지 곁불만 쬐고 살 건가”라고 호소하는 것도 이런 정치적 역사성 때문이다. 그러나 소위 말하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사는 지금, 충청도 보수 정치의 수준은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30년 전과 다를 바 없다. 이 작금의 현실은 누구의 책임이란 말인가.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자유한국당 충청권 의원들이 모였다. 한데 지방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시‧도당위원장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참석한 의원들도 문 닫아 걸고 무슨 얘기를 했는지 당최 알 수가 없다.

모임이 끝나고 기자들에게 겨우 한다는 말이 “당의 사태와 관련해서 많은 걱정을 했다” 정도였다. 충청도 민심이 표로 보낸 경고장에 대해 일말의 사과나 앞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다짐과 맹세도 없었다.

국회의원은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의 공천권을 쥐고 있는 ‘실세들’이다. 그러니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한국당 후보들은 이들의 분신(分身)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충청도민들에게 잘못을 구하는 건 떨어진 사람들의 몫으로 치부하려나 보다. 당당하게 배지 달고 앉아 밥이 넘어갔는지조차 의구심이 들 정도다.

적어도 개개인이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라면 “기자들 다 들어오시라”하고 문 다 열어젖혔어야 했다. 충청도민들에게 진심으로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고, 언론과 머리를 맞대고 충청도 보수 재건의 방향에 대한 조언을 구하며 지역민과의 ‘소통정치’를 약속했어야 옳다.

정치인들에게도 ‘품격’이라는 게 있어야 한다. 특히나 충청도 보수 정치인들은 이번을 계기로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고인 물’도 하루 속히 퍼내야 한다. 한계를 뛰어넘는 건 보통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충청도 보수는 어쩌면 그 ‘보통의 일’에 정치인들이 모든 걸 걸기를 원할 것이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는 데 무엇이 그리 두려운가. 2년 뒤 배지 지키기? 그건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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