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당 해체선언에 친박계 “독단적 결정” 반발
충청권도 ‘사분오열’ 속 자성 촉구 목소리 거세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과 소속 국회의원들이 지난 15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비상의원총회를 갖고 6.13지방선거 참패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죄의 무릎을 꿇었다. 한국당 홈페이지.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과 소속 국회의원들이 지난 15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비상의원총회를 갖고 6.13지방선거 참패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죄의 무릎을 꿇었다. 한국당 홈페이지.

6.13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이 후유증 극복을 위한 돌파구 찾기에 애를 먹고 있다. 홍준표 대표가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은 김성태 원내대표의 쇄신안이 당내 반발에 부딪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가 내놓은 쇄신안은 중앙당 해체와 당명 개정을 비롯해 당 노선 수정, 외부 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등이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김 원내대표의 “독단적인 결정”, “월권”이라는 친박(친 박근혜)계 반발이 계속되면서 집안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20일 MBC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2010년 홍준표 당 대표가 디도스 사건으로 책임지고 물러났을 때 출범한 박근혜 비대위 당시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며 “중앙당을 실질적으로 해체하고 원내정당화 하자는 걸 당시 박근혜 비대위 민본21이라고 소장파였다. 그때 (제가)멤버의 한 사람으로서 요구했고 그런 기반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계파 갈등 우려에 대한 질문에 “계파 갈등 때문에 우리 당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이 엄청난 위기상황 속에서 다시 계파 간 갈등으로 당의 쇄신과 혁신이 소홀히 된다면 해체되어져야 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쇄신안 내용이나 방향성이 맞지 않으면 논의해서 조정하고 수정하면 될 일이지 계파갈등으로 날을 세워버리는 건 있을 수 없다. 어떤 경우든 이 부분은 용납하지 않겠다”며 혁신안을 밀고 나가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친홍(친 홍준표)계에 밀려나 있던 친박 진영은 이번을 당내 주도권을 되찾을 ‘대반격’의 기회라고 보고 김 원내대표를 포함한 당내 주류와 격한 대립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당권 도전이 예상되는 친박계 정우택 의원(4선. 충북 청주상당)은 지난 19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김성태 쇄신안’을 맹비판했다.

정 의원은 특히 “김 원내대표는 탄핵 후의 자유한국당을 버리고, 다른 당에 갔다 온 사람 아닌가. 그런 분이 당을 해체하겠다고 대드는 것은 경우에 맞지 않다”며 한국당 탈당 뒤 바른정당에 입당했다 복당한 김 원내대표를 직격했다.

그는 또 “당이 선거 참패에 직면하게 된 데 대해 자신도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당 수습 방안을 낸다는 것 자체도 문제”라며 “중앙당 해체는 당원 당규에 따른 절차라든지 당원들의 총의는 물어보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한 크게 잘못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진 의원으로서 무너진 당을 재건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것은 당연하다. 또 동료 의원들과 또 당원들의 지혜를 모아서 이 당을 재건해 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당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성일종 의원(충남 서산‧태안)은 지난 18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번 선거 참패 책임에 초선들도 자유롭지 않다는 비난이 제기되는 데 대해 "지금 친박, 친이(친 이명박), 친홍을 가릴 때가 아니다"라며 계파 간 내홍을 일축했다.

성 의원은 만약 중진 의원들이 전면에 나서 당권 도전을 할 경우 "철저하게 막겠다"고 강조했다. 성 의원은 지난 15일 국회 정론관에서 이은권(대전 중구)‧김순례·김성태(비례)·정종섭 의원등 초선 의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중진들을 향해 선거참패 책임을 지고 정계 은퇴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충청권 재선 이장우 의원(대전 동구)은 "초선 의원들이 발표한 공동성명 내용을 적극 지지하며 그 걸음에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다"고 했고, 김태흠 의원(충남 보령‧서천)은 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이런 가운데 충남 천안 출신으로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경기 화성갑)은 20일 페이스북과 보도자료를 통해 탈당을 선언했다.

서 의원은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국민의 분노를 자초한 보수진영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며 "오늘 오랫동안 몸 담고 마음을 다했던 당을 떠난다"고 밝혔다.

그는 "총선 패배 이후 벌써 2년여 동안 고민해 왔다. 이제 때가 됐다"라며 "이제 제가 당에 도움을 드릴 수 없기에 조용히 자리를 비켜드리겠다"며 "눈물은 흘리지 않겠다.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당이 어려운 상황일수록 서로 뜻을 모으고 화합해야 하는데 지금의 한국당은 초선은 초선대로, 재선은 재선대로, 중진은 중진대로 그야말로 자중지란”이라며 “민심의 흐름을 읽지 못한 채 권력다툼에 빠져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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