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청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고 따냐의 차로 돌아왔다.

아직 문을 열지 않았나 봅니다. 아무런 인기척이 없어요. 오늘 저녁에 다시 와야 할 것 같아요.”

혼자서 들어가려고요.”

혼자서라도 들어가야지요?”

총영사관에 연락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그럴 수는 없어요. 영사관에서 안다면 나를 내버려 두지 않을 거요. 영사관측의 입장을 잘 알지요. 내가 이곳에 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부담스러울 테니까. 기자 신분인 내가 이곳에서 사라진다면 영사관도 입장이 난처해지거든요. 영사관 사람들은 내가 채린을 찾기 위해 이렇게 다니는 것조차 달갑잖게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혹시 내 신상에 변화가 생기면 그 때 따냐가 총영사관으로 연락해 주세요. 그 전에는 절대로 연락하지 마세요. 그렇지 않으면 채린을 찾을 수 없습니다.”

“........”

약속하세요. 꼭 지켜야해요.”

나는 따냐에게 약속을 꼭 지키겠다는 다짐을 받고서야 호텔로 돌아갈 것을 제의했다.

우리가 골든 드레곤이 있는 거리를 벗어날 때까지 길거리는 한가로웠다. 이른 새벽의 싸늘한 한기만이 하바롭스크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호텔로 돌아온 뒤 나는 빅또르 김에게 전화를 걸어 권총 구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리고 다시 골든 드레곤을 찾은 것은 늦은 오후였다. 버스 정류장마다 퇴근하는 근로자들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낡은 승용차들이 다시 붐볐고 전동차가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도로 한 복판을 지나갔다.

나는 다시 따냐에게 기다려 줄 것을 당부하고 골든 드레곤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따냐는 새벽녘보다 더욱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굳게 닫힌 문 앞에는 중국계 건달로 보이는 두 명의 사내가 서성거렸다. 문은 닫혔지만 영업이 시작된 모양이었다. 한 사내는 깡마른 체구에 러닝셔츠도 입지 않은 채 청바지와 청재킷을 입고 있었다. 또 다른 사내는 헐렁해 보이는 체구에 얼굴이 흉측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나는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아랫배에 힘을 주고 그들 앞에 반듯하게 섰다.

술 한 잔 할 수 있소?”

나는 다소 거만하게 물었다.

할 수 있죠.”

콧수염을 기른 사내가 비아냥거리듯이 말했다. 그는 인상이 험악했다. 얼굴에는 반 뼘 정도의 칼자국이 선명하게 나있었고 검게 그을린 팔뚝과 가슴팍, 그리고 귀 밑에는 용과 나녀의 문신이 또렷했다. 또 팔뚝에는 깨알 같은 일회용 주사바늘 자국이 남아있었다. 기분이 섬뜩했다. 그 사내는 자신의 팔 근육을 자랑이라도 하듯 힘을 주며 내게 다가와 기분 나쁘게 훑어보았다.

술 한 잔 할 수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나는 또 한 번 아랫배에 힘을 주며 말했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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