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드’ 받은 보수, 경기는 과연 끝났나?
‘레드카드’ 받은 보수, 경기는 과연 끝났나?
  • 강영환 정치평론가
  • 승인 2018.06.1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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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환 칼럼] 어느 보수논객의 보수를 위한 변명

보수의 몰락을 불러 온 박근혜(왼쪽), 이명박 전 대통령. 자료사진.
보수의 몰락을 불러 온 박근혜(왼쪽), 이명박 전 대통령. 자료사진.

6.13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보수는 죽었다는 말이 들린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보수는 죽지 않았다.

보수당이라 표방했던 자유한국당이나 적절히 걸쳐놨던 바른미래당 등 정당이 사망진단서 발급전의 상태에 몰려 있을 뿐 보수가 죽은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선택한 이들의 잘못이 아니라 박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듯, 보수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보수의 행세를 한 정당이 잘못한 것이다.

국민은 전혀 반성도 변화의 노력도 없이, 인재수혈에 실패한 채 과거로 회귀하여 ‘어떻게 좀 해볼까?’하는 한국당을 비롯한 보수표방정당의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투표로 퇴장명령의 철퇴를 내렸다.

한국당이 진정한 보수정당인가? 거꾸로 대립선에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진보정당인가? 교과서에서도 배운 민주정치의 근간을 지탱하는 보수와 진보의 이념이 최근 몇 년간 한국사회에서 너무도 허름해졌다. 

어느새 국민 인식 상에 보수는 패악이 된 반면, 불과 몇 년 전까지 만해도 민주당 내에서조차 사용하기를 꺼려했던 진보는 등 떠밀려 선호의 대상이 되어버린 상황이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한국당 등은 탄핵이후에도 여전히 알량한 내부 권력놀음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보수의 가치를 훼손시키며 스스로 보수의 명줄을 누르는 반면, 상대적 반사이익을 누리게 된 민주당은 적폐청산과 북한문제로 과거의 응어리를 풀어 가지만 미래의 한국 좌표에 대해선 여전히 불안감을 갖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수가 왜 이렇게 되었는가? 아니 정확히 말하면 6.13선거에서 보수를 표방하는 정당은 어떤 이유로 철퇴를 맞게 되었는가? 

대략 3가지에서 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첫째는 가장 가까이 홍준표 대표의 언행이다. '민주당 선대본부장'이라는 조롱까지 받는 홍 대표였다. 홍 대표의 막말은 대다수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 

이미 대선에서부터 악성이미지가 고착된 속에 그는 판문점 정상회담에 대한 '위장 평화쇼' 발언에 이어 선거가까이 ‘개가 짖어도’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는 홍 대표 자신과, 끝까지 홍 대표가 선거를 끌어가도록 한 한국당의 문제이지 보수의 문제는 아니다. 다만 '홍준표 때문에 싫다'는 보수지지자들 내부의 거부감, 그래서 이들이 투표하기를 꺼려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둘째는 이명박, 박근혜대통령 9년 반의 통치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다. 나는 이 문제가 더 큰 원인이라 생각한다. 

해맑은 아이들이 가득 탄 세월호가 어이없이 침몰했다. 정부는 아무것도 하질 못했다. 이런 정부의 국사를 좌지우지한 사람이 그저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네아줌마였음을 떠올려보자. 그 아줌마 일당에게 고위공무원들이, 정치지도자들이 굽실거리고 농락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국민이 느꼈을 자괴감을 생각해보자.

‘대통령이 비즈니스모델’이라는 조롱이 이상하지 않게 느껴지는 대통령을 생각해보자. BBK, 다스 등 애초부터의 많은 문제에 특활비 문제, 형님을 비롯한 측근 비리로 쌓여진 모습 뒤안길에 감옥에 있는 동안 가난으로 아내를 저 세상으로 떠나보낸 비서의 한을 비교해보자.

이 역시 보수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보수를 끌어온 리더의 문제고, 통치방식의 문제다. 두 대통령 9년 반의 통치를 국민들은 철저히 미워했다. 

그 첫 번째 응징이 탄핵이고, 두 번째가 대선이고 세 번째가 이번 지방선거결과다. 더 큰 문제는 이 응징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셋째, 남북관계의 급변에 따른 국민들의 인식변화다. 지금까지 남북관계는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그런데 이번은 달랐다. 

북한은 항상 위험한 존재이었는데 쉽게 정상간 번개로도 만나는 관계로 바뀌었다. ‘늙은 미치광이’와 ‘꼬마 로켓맨’이라 서로 으르렁대던 트럼프 미대통령과 김정은이 서로를 치켜세웠다. 이런 모습에 국민들의 북한과 통일과 평화에 대한 마음이 풀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한국당은 처음엔 홍대표의 발언처럼 ‘위장 평화쇼’로 규정하고 ‘보수결집’의 이슈로 밀어붙이려하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무조건 배척할 것이 아니라 합리적으로 따져보고 대응을 해야 할 사안이었다. 

평화분위기 조성은 찬성이지만, 한반도 비핵화의 재정 부담을 한국이 어느 정도까지 안고가야 하는지를 따지고, 국민적 동의 등의 절차를 요구하기도 하고, 북한의 체제 보장은 결국 "연방제, 즉 한 민족 두 국가"로 가는 영구분열의 길은 아닌지를 따져보는 것이 보수정당이 할 일이었다. 

북미관계개선 속에 코리아패싱을 계속 질타하고, 냉전적 사고인 안보프레임을 ‘지나치게 퍼주기는 안된다’는 경제와 국익 프레임으로 전환해서 싸워야 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은 안보이고 '무작정 반대'의 수구이미지만 키웠다.

이렇게 홍준표 대표의 언행은 보수지지층의 투표를 포기하게 하고, 전임 정권에 대한 반감은 상대지지층이 투표장에 나가야 할 분명한 이유를 부여하고, 남북관계개선은 70년 역사 속에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가져오게 한 것이 이번 6.13선거다.

강영환 정치평론가
강영환 정치평론가

어디에서 길을 열어갈 것인가?

열린우리당은 아마추어정치라는 국민적 비판 속에 무너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고, 그 혐의가 밝혀지기 전에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실패한 권력, 주군을 잃은 세력은 참회했고, 폐족이란 말도 그때 나왔다. 그리고 9년 동안 창당, 분당, 합당이 끊임 없었다. 이런저런 고통을 수반한 실험을 9년 동안 경험한 것이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많이 변했다. 그간 시대정신을 만들어가고, 대의정치 열세를 광장에서의 직접민주주의 참여를 통해 극복해나가고, 스스로 살아남는 전략을 짜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도 처절히 죽어야 한다. 권력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점점 힘겨워하는 보수의 명줄을 놓아주어 숨을 쉬게 해야 한다. 시늉만이 아니라 알맹이의 변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사람의 변화가 우선이어야 한다. 책임질 사람은 스스로 알아서 물러나줘야 한다. 새로운 리더십을 담아야 한다. 

민주당은 고통의 9년간, 과거 인사들은 배척되거나 스스로 물러났다. 그리고 그 공간을 노무현 정신 하에 ‘노무현 키즈’들로 꽉 채웠다. 

최근 민주당은 20~30년 집권 운운하며 보수를 조롱한다. 이의 배경에는 보수라 말하는 정치세력엔 차세대 리더가 없다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10년 이상 친이,친박 내전과 친홍,비홍 내전으로 서로가 서로를 거세해 온 것이 '항상 도로 그 사람'의 현실을 만든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젊은 인재의 수혈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숨어있는 보수성향 지식인들의 집단지성도 중요하다. 백가쟁명(百家爭鳴)의 장을 만들고 이를 통해 가치 연합을 형성해나가면서 건강하고 뿌리 깊은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 

시민단체가 대부분 집권민주당의 품으로 들어간 상황에 맞추어 건전하고 합리적인 보수시민단체의 결성과 참신한 시민운동도 기대해볼 법하다.

긴 호흡으로 안보가 아닌 '경제보수'로서의 가치를 다시 세워야 한다. 

국민은 자기 호주머니에 돈 들어오거나 나가는 것을 무엇보다 따진다. 그렇기에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회의론이 높다. 

수출저조, 고용 대란, 실업률 상승, 높은 자영업 폐업률, 노조중심정책 등에 국민적 불안이 높다. 여기에 보수는 분명한 자기 의제가 있다. 

이런 경제위기상황에 남북평화모드 북한에 어쩔 수없이 수반될 대북경제지원을 위한 세금이탈에 대한 견제는 수구적 안보와는 결이 다른 문제다. 지금 민주당의 고공지지율도 상황에 따라 급속도로 식을 수 있다. 

무기한, 무조건 변화가 국민의 명령이다. 국민이 ‘그 정도면 됐다’고 할 때까지 보수의 깃발을 든 정치세력이라면 변해야 한다.

모든 변화노력이 2년 후 총선에 맞추어 진행된다면 이 또한 연명치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권력은 또다시 사유화될 수 있고, 과정은 또한 졸속이 될 수 있으며, 이 경우 결과 또한 완전퇴장의 국민적 엄명을 받을 수 있다.

6.13이전의 보수깃발의 정당과 6.13이후의 보수깃발의 정당은 달라야 한다. 

지금이 '새로운 시작'이다.

* 외부 기고자의 칼럼은 본보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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