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민의 정치레이더 24] 역대급 지방선거 결과의 양면성

실로 ‘역대급 압승’이었습니다. 예상했던 결과였지만 이 정도 결과가 나오리라곤 여러분들도 상상하지 못하셨을 겁니다. 6.13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만세를 불렀습니다.

지역 민심 역시 ‘대세’의 흐름을 좇았습니다. 대전시장과 충남지사, 세종시장, 충북지사를 비롯해 충청도 지도가 온통 파란색으로 물들었습니다. 천안 2곳(갑‧병)과 충북 제천‧단양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민주당이 쓸어 담으면서 ‘민주당 판’이 되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참패’ 했습니다. 현역 국회의원들은 2년 앞으로 성큼 다가온 21대 총선을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창당 이후부터 선거 때까지 줄곧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한 바른미래당은 간판마저 떼야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전통적으로 충청도 민심은 그 속을 알 수 없어서, 선거 당일 투표함을 열어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투표함 뚜껑을 열기 전부터, 이미 ‘승부의 추’는 한없이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국정수행 지지율은 기본이고,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세기의 담판’이 충청권 유권자까지 단단히 사로잡았으니까요. 정책 대결로는 승산이 없다는 걸 직감한 야권은 선거 운동기간 내내 네거티브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수 야당은 지역민들로부터 호된 회초리를 맞았습니다.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합니다. 이은권 한국당 대전시당위원장(중구) 말마따나 “이번 선거를 통해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절실히 깨달았다. 마부작침(磨斧作針)의 심정으로 한국당이 다시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하겠다”는 각오와 혁신 없이 내일은 없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과연 이번 지방선거에서 충청 민심은 야당에만 경고장을 보냈을까요? 충청인들은 민주당에도 경고장을 보냈습니다. 승리에 도취해 정신 줄을 놓는다면, 지금의 야당과 같은 신세가 될 것이라는 경각심입니다. 한국당 대표실 배경 막이었던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우리도 그래서 망했다’는 글귀를 민주당도 가슴 깊이 새겨야겠습니다.

지난 정권, 박근혜 대통령만 믿고 우쭐했던 집권 여당이 정권을 잃고 나서 얼마나 처참하게 망가져 가는지, 또 그들이 끝 모를 나락으로 추락하는 광경을 목도(目睹)했다면 말이지요. 기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역시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국정수행 지지율이 없었다면 압승을 거두진 못했을 겁니다.

바둑에 ‘선작 오십가자 필패(先作 五十家者 必敗)’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먼저 50집을 지은 사람은 반드시 패한다는 의미인데요. 방심과 교만을 경계하는 말입니다. 충청권 지방정부를 장악한 민주당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들께도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부탁드립니다.

또 이번에 당선된 분들 소감을 들어보니 한결같은 “초심(初心)”을 강조했습니다. 모쪼록 유권자와 지역민들에게 했던 그 다짐과 약속이 작심삼일(作心三日)하지 않기를 빕니다.

박완주 민주당 충남도당위원장(천안을)은 “오늘의 승리에 자만하지 않고 스스로를 절제하며 더 겸손한 모습으로 도민을 섬기겠습니다.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지방정부를 꼭 만들겠습니다”는 약속을 꼭 지켜주세요.

박범계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서구을)도 “더 겸손하게, 더 묵직하게, 더 절실하게 대전시민을 섬기고 따르겠습니다. 대전시민의 뜻을 받들어 대전의 새로운 시작, 더불어 희망을 만들어 가겠습니다”는 약속을 반드시 이루어주세요.

더불어 몰락한 보수 야당 역시 지역민들에게 석고 대죄하는 심정으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길 바랍니다. 이번 선거의 패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철저히 반성해 다음 선거에서 반전에 성공하길 기도하겠습니다. 이길 수 없는 상대란 없습니다.

어제(14일) JTBC ‘썰전’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는 지방선거 한줄 평으로 “승자의 저주에 걸리지 마시라”고 했고, 박형준 교수는 “보수 혁명의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고 했습니다. 날개 달린 모든 것은 한쪽만으로는 날지 못하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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