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제7대 지방선거 공식적인 선거운동 마지막 날. 세종시 인사혁신처 앞 사거리에서 자유한국당 송아영 세종시장 후보의 딸이 마지막 연사로 나섰다. 제발 빨간색이라고 처다보지도 않고 버리지 말고 한 번만 봐달라. 엄마의 선거를 돕기 위해 13일간 선거운동을 했는데 옆에서 본 엄마의 모습은 너무나 진실함 간절함 그자체였다며 한표를 호소했다. 깜깜이 선거와 줄투표는 자제해달라고 당부하는 것이었다. 시사하는 바 컸다.

최근 13일간 북적거리는 거리에서는 “정말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이번에는 기호 0번입니다.” 확성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구호가 요란했다. 그러나 ‘저 후보가 누구지?’라며 관심을 표명하거나 “응원합니다”라고 호응하는 이들은 드물었다. 선거운동원들의 외침만이 공허한 하늘을 찌를 뿐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또 선거철이 됐구만’이라며 제 갈 길을 재촉할 뿐이다.

무관심은 ‘깜깜이 선거’를 부추길 수 있다. 지방선거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누가 입후보 했는지조차 모르고 투표소로 향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이른바 ‘줄투표’도 성행하게 된다. 후보들의 사람 됨됨이는 어떤지, 그들이 내건 공약은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따져보지 않고 특정 정당 소속 후보들에게 표를 몰아주는 행위다. 이는 현명한 유권자의 자세가 아님은 거론한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무능하고 부패한 이들이 당선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깜깜이 선거’ ‘줄투표’ 조짐이 엿보인다.

이래선 곤란하다. 후보들이 고만고만해 보이고 일상이 바쁘겠지만, 누가 주민 실생활과 직결된 일을 척척 해낼 수 있을지 차분하게 비교한 뒤 투표장에 가야 한다. 주민 자치와 분권 강화, 이 시대의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세종시교육감선거와 공주시장 선거와 청양군수 선거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사상 최악의 진흙탕 싸움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선거 초반의 정책대결은 사라지고 어느 순간부터 ‘카더라 통신’이 난무하며 흑색선전과 비방전으로 얼룩져 후유증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난무하고 있다.

공주시장 선거는 후보가 두 명으로 압축되면서 피를 말리는 외나무다리 진검승부여서 더욱 치열해졌다. 공명선거 분위기가 점차 사라지면서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선거로 치달았다. 상대후보 흠집 내기, 상대후보 비방하기, 상대후보에 대한 인신공격 등은 유권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고 페어플레이가 아니라 네거티브에 올인하는 모습에서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일부 공직자들의 선거개입 논란 또한 두고두고 후유증으로 남을 전망이다. 조직과 조직원들에 대한 불신과 반목이 대민행정서비스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청양군수선거도 다를바 없다. 4명이 뛰었지만 여당과 제1야당이 서로 물어뜯고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에서 유권자들의 고민만 깊어졌다. 게다가 서로 고발을 서슴치 않았으며 정책대결은 뒷전이고  어느 순간부터는 상대진영의 감시와 유언비어만이 좁은 청양 들녁을 메아리쳤다.
 
삶의 터전인 지역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할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의 중요성을 새삼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제 선거가 마무리 되는 시점에서 촌음을 아껴가며 총성 없는 전쟁기간 최선을 다했던 모든 후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제 선택만이 남았다. 누구를 우리의 대표 선수로 뽑을 것인지 책임이 무겁다. 앞으로 4년간 곳간 열쇠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적임자를 가려내야 한다. 말 그대로 지역 일꾼을 뽑는 일에 중앙 이슈를 좇고 바람에 흔들려 소위 ‘묻지 마 투표’가 되서는 안 된다. 인물 됨됨이는 물론 각 후보가 제시하는 정책과 공약을 꼼꼼히 살펴 참 선량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자질, 정견 등 합리적 요소를 고려해 혼탁선거만 몰두하는 후보자를 투표로서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 유권자들는 선거 때마다 위대하고 슬기로운 선택을 해왔다. 내일도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배를 띄우는 이도, 뒤집는 이도 국민이다. 때문에  반드시 지방선거를 유권자의 축제로 만들어야 한다. 그 중심에 내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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