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딴전을 펴며 더 이상 말문을 열지 않았다. 담배 연기만 뽀얗게 내뿜었다. 그녀는 의도적으로 내 물음에 무관심 한 것처럼 창밖을 넘어다봤다. 그녀가 무엇인가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뒷주머니의 지갑을 뒤져 5불짜리 지폐를 그녀의 손에다 쥐어 주었다. 그러자 얼굴에 화색이 돌며 배시시 웃었다.

그녀는 헤프게 파헤쳐진 옷을 여미고 침대 난간에 걸터앉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

납치된 한국 여자가 이곳에 끌려 왔다거나 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어?”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은 없어. 하지만 요즈음 중국계들이 부녀자를 납치한다는 애기를 들은 적이 있어. 그들이 부녀자를 납치한 뒤 팔아넘긴다든가.”

그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뭐라고 중국계가 어떻게?”

나는 귀를 쫑긋이 세웠다.

아니요. 혼자 해 본 소리예요.”

무슨 말이든 알고 있는 대로 말해 봐.”

그녀는 머뭇거렸다. 본의 아니게 튀어나온 말에 당황하고 있었다. 나는 지갑을 뒤져 다시 미화 10불짜리 지폐를 끄집어냈다. 그리고는 그녀가 보는 앞에서 지폐를 만지작거렸다. 작전은 적중을 했다. 그녀는 내 손에 들려진 돈에 시선을 떨어뜨린 뒤 곧바로 시선을 돌렸지만 여전히 마음은 지폐에 쏠려 있었다.

정확히 몰라요. 그런 얘기를 들었을 뿐이니까.”

그런 얘기라니.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봐.”

중국계들이 부녀자들을 데려다 술집에 팔아넘긴다는 얘기 말이지요.”

누구에게서…….”

나는 고분 발굴에 나선 고고학자같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얘기를 수습하고 있었다. 돌조각 하나도 예사롭게 생각지 않는 그들처럼 나는 그녀의 입을 주시하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더 이상 말이 없었다.

혹시 중국계들이 경영하는 주점을 알고 있나? 팔려온 부녀자들이 있을만한 그런 주점 말이야.”

“........”

알고 있다면 말해줘.”

그녀는 내 손에 들려진 지폐를 뚫어지게 봤다. 자신에게 주지 않으면 말할 수 없다는 눈치였다. 나는 만지작거리고 있던 지폐를 그녀의 손에 넘겨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지폐를 받아 자신의 팬티 속에 구겨 넣고 입을 열었다.

골든 드레곤.”

골든 드레곤?”

중국계가 경영하는 하바롭스크거리의 주점이지요. 그곳이 중국계의 아지트로 알려져 있으니까. 하지만 그곳에 가면 납치당할지도 몰라요. 무서운 곳이거든. 아참 이 말은 내게서 듣지 않은 것으로 해주세요. 곤란해요.”

그녀는 불현듯 말을 멈췄다. 갑작스런 충격에 언어를 상실한 사람처럼 입을 다물었다.

무슨 얘기야?”

몰라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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