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지난 2017년 대전시가 실시한 트램 디자인 공모전 대상작. 자료사진.
지난 2017년 대전시가 실시한 트램 디자인 공모전 대상작. 자료사진.

대전도시철도 2호선의 운명이 또다시 갈림길에 섰다. 2호선에 대한 대전시장후보들의 입장이 달라 선거 결과에 따라 트램 방식은 다시 바뀔 가능성도 있다. 허태정(민주당) 후보만 현재의 트램 방식을 고수하고 있고, 박성효(한국당) 남충희(바른미래) 김윤기(정의당) 후보는 트램 대신 다른 대안을 약속하고 있다. 박 후보는 지하철, 고가(高架), 트램을 혼합한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고, 남 후보와 김윤기 후보는 트램 대신 BRT(간선급행버스체계·시내버스중앙차로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도시철도 2호선의 운명은 3가지다. 첫째 기존의 대전시 계획대로 트램이 순조롭게 추진되는 경우, 둘째 고가나 지하철 등 다른 방식으로 변경되어 추진되는 경우, 셋째 2호선 도시철도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다. 

허태정 후보는 ‘트램노선 교통지옥’ 대책 있나?

허 후보는 첫째의 경우를 기대하고 있으나 필자는 트램은 어렵다고 본다. 트램은 저렴한 건설비용을 장점으로 꼽지만 비용 대비 편익 비율을 따져보면 오히려 메트로(지하철 또는 경전철)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 프랑스 리용의 경우 트램이 km당 1000명을 수송한다면 메트로는 4700명을 수송한다. 트램은 기본적으로 시내버스 속도와 차이가 없어서 이용자가 적기 때문이다. 트램의 도로잠식 비용까지 적용하면 트램과 메트로의 경제성 차이는 훨씬 더 커진다. 그런데도 트램이 경제적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100원짜리 과자를 100원에 사면서 500원짜리 과자를 300원에 사는 것보다 싸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트램의 더 큰 문제는 기존 도로를 교통지옥으로 만든다는 점이다. 결정적인 약점이다. 2년 전 트램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서울 양천구 국회의원은 작년 말 주민들이 트램추진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고민에 빠졌다. 당시 그의 홈페이지에 달린 관련 댓글 130개 중 99%가 반대 의견이었고, 계속 추진하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는 경고들도 있었다.(지금은 삭제된 상태) 트램으로 인한 심각한 교통혼잡과 주거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였다. 과거 전주시가 7~8년을 트램 추진에 매진하고도 포기할 수밖에 없던 이유도 이런 반발 때문이었다. 

지금 대전시 2호선 트램은 정부의 타당성조사를 받고 있다. 통과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설사 통과된다고 해도 건설 공사에 착수할 때는 엄청난 주민 반발이 예상된다. 지금도 러시아워마다 심각한 불편을 겪는데 트램 때문에 더 심한 교통지옥으로 변할 게 분명하다면 해당 지역 주민들은 가만히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 양천구와 같은 일이 벌어질 게 분명하다. 

이런 문제 때문에서 트램은 외국에서도 과거 철도 폐선부지나 도심의 외곽 혹은 신도시 개발지에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통난으로 골몰하는 도시가 세계적으로 수도 없지만 대전처럼 차량 통행이 많은 기존 간선 도로에 새로 트램을 놓은 경우는 없다. 허 후보가 트램을 정녕 추진하려 한다면 그런 도시가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를 알아본 뒤에 하는 게 맞다. 필자는 철도 분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그런 도시를 찾아봤으나 아직 찾아내지 못했다.

그런데도 이번 선거에선 트램 공약을 내세우는 후보들이 꽤 있다. 트램의 현실성을 잘 모르는 시민들에겐 당장 써먹기 좋은 공약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유럽에서나 볼 수 있는 트램을 건설해보겠다는 데 반대할 주민들은 거의 없다. 그러나 주민들이, 트램이 자신의 출퇴근길을 지옥으로 만들고 그래서 집값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안 후에는 양천구처럼 결사반대와 낙선운동의 목소리까지 나오게 돼 있다. 

허 후보가 이런 문제를 염두에 두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까지 생각해서 트램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면 그 대안이 무엇인지를 시민들에게 밝혀야 한다. 지금까지 해온 방식이니까 우선 그냥 가보겠다는 생각이면 너무 무책임하다.

박성효 후보의 '지하철+고가' 방식은 예타 통과 가능한가?

박성효 후보는 트램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그는 트램을 ‘지하+고가+트램’방식으로 바꿔 ‘대전 DTX’라는 이름을 붙여 공약으로 내걸었다. 차량 통행이 많은 구간은 지하철이나 고가 방식으로 건설하면서 트램 방식이 가능한 일부 구간만 트램으로 하겠다는 게 요지다.

문제는 지하철 방식을 대거 포함할 경우 예타 통과가 과연 가능하겠는가 하는 점이다. 지하철, 고가, 트램 방식 중 가장 건설비용이 비싼 게 지하철 방식이다. 이 때문에 지하철 방식으로는 예타 통과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대구 3호선의 경우에도 시민들은 본래 지하철을 원했으나 정부 허가를 얻지 못해 결국 고가 방식으로 건설했고, 염홍철 시장 때도 지하철로 추진했으나 결국 포기하고 고가 방식으로 수정한 바 있다.

박 후보의 경우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저심도 공법으로 하면 가능하다는 판단 같다. 저심도 공법은 광주 2호선에서 채택된 방식이나, 대전은 지형과 지반 구조상 저심도 공법은 어렵다는 용역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대전 DTX가 전구간이 아니라 부분적으로 저심도 공법을 도입하는 것이어서 과거 용역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모르나, 경제성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박 후보는 즉시 착공을 약속하고 있으나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려운 문제다. 박 후보는 이 점을 보다 상세하게 설명해주어야 한다.

남충희·김윤기 후보는 도시철도 포기 기회비용 1조원 손실 괜찮나?

남충희 후보와 김윤기 후보는 도시철도 대신 BRT를 선호한다. 남 후보는 TV토론회에서 “트램 대신 우선 BRT로 건설하고 추후에 지하철을 추진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김 후보 역시 버스 중심의 교통체계 개편을 강조하고 있다. BRT는 대덕구 오정동과 유성구 도안동로에 시행중인 버스중앙차로제를 확대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승용차 운전자들에게 큰 불편을 준다는 점에서 트램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부산일보는 사설에서 “부산시의 중앙버스전용차로제(BRT)가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며 ‘미로에 빠진 교통지옥’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시내버스 활성화는 필요한 정책이지만 그 방법은 고민해야 한다. 승용차나 택시의 이용을 불편하게 만들어서 버스로 유인하겠다는 접근은 좋은 정책은 못 된다. 더 편한 교통수단을 만들어서 운전자 스스로 승용차를 버리도록 만들어야지 승용차 택시 이용자들을 고통스럽게 해서 버스 승객을 늘린다면 대중교통 이용률 수치는 높아질지 모르나 억지로 버스를 타고 다녀야 하는 도시에 누가 살고 싶겠나?

도시철도 포기는 정부에서 지원받는 최대 1조원 안팎(광주 2호선의 경우 1조2천억)의 지원금을 포기하게 된다는 점도 문제다. 대전이 부자 도시라서 돈 걱정이 없는 도시라면 몰라도 쉽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정부에서 공짜로 받을 수 있는 1조원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은 지역경제 지역기업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손해다. 그 돈이 지역에 풀리면 대전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텐데 그걸 포기하는 것이다.

3갈래 길 위에서 ‘새 기관사’맞는 트램

2호선의 운명은 3갈래 갈림길 위에 서 있다. 첫째 트램으로 그냥 진행되는 경우인데 이는 정부 예타 통과와 시민 반발이라는 두 개의 큰 고개를 넘는 게 과제고, 둘째 지하철이나 고가 방식으로의 재변경은 예타가 관건인데, 광주처럼 저심도 공법을 쓰는 게 가능하다면 ‘광주와 같은 대우’관철시킬 수 있는 대전시장의 정치력이 필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셋째 트램도 지하철(고가)도 어려워진다면 대전의 2호선은 그냥 날아가고 만다. 대전경제에 1~2조원 이상 손해가 나는 결말이다. 

그러나 도시철도는 무엇보다 나 자신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문제다. 나의 출퇴근길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는 문제고, 내 집값에도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대전시민 10명 중 7~8명은 도시철도 2호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염홍철 시장 때 여론조사) 그러나 2호선은 시장이 바뀔 때마다 돌고 또 돌면서 헛바퀴만 돌렸다. ‘새 기관사’의 무책임과 정치싸움 때문이었다. 선거 결과가 유권자 자신의 앞날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점은 분명한데, 투표는 실리보다 마음으로 하는 경우도 많으니 종종 ‘엉뚱한 기관사’가 탄생하는 게 문제다. 그래도 어쩌랴, 그 또한 대전과 대전시민의 운명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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