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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나물
광대나물
  • 송진괄
  • 승인 2018.06.0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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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괄의 신비한 산야초] 타박상, 골정상과 어혈동통에 효험

송진괄 대전시중구청 평생학습센터 강사.

한 해가 가고 달력이 바뀐 지도 벌써 달포 째다. 빠른 지 늦은 지 그렇게 세월은 흐르는 물처럼 흘러간다. 시간은 우리의 의식과 상관없이 꾸준하게 어제와 오늘을 이어가고 그 속에서 또 하루를 보내고 있다. 부부(夫婦)로 연(緣)을 맺어 이곳을 들락거린 지도 어언 삼십 수년, 이젠 손주들까지 보았으니 적지 않은 시간과 기억들이 지나는 길과 멀리 산등성이에 켜켜이 쌓여있다.

폐(廢)고속도로를 따라 처가(妻家)로 가는 길은 지름길이다. 길옆엔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쌓여 운전에 신경을 쓰이게 한다. 경사가 심한 산 계곡을 굽이돌아 궁촌재를 넘으면 시야가 탁 트이며 멀리 큰 산봉우리와 큰 냇가가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넓은 들과 큰 강이 흐르는 곳이 있었나 싶다.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지세(地勢)를 갖춘 이 곳 청산(靑山)은, 이젠 고향 같은 느낌이다. 그리운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팔순(八旬)인 장인(丈人)만이 빈 공간을 지키고 계시다.

한겨울인데도 국화(菊花) 화분에 물을 주어 마당이 흥건하다. 물을 많이 탐하는 식물이라 하시며 추운 날씨에도 지극정성이다. 눈을 미쳐 못 치워서 마당 한켠은 눈투성이다. 나머지 눈을 가래로 밀어 마저 치워놓고 화단을 보니 눈 속을 뚫고 나온 광대나물이 시퍼런 이파리를 세우고 서 있다.

금년은 유난히도 봄에 피는 풀과 나무들의 꽃이 초겨울에 꽃망울을 달고 서 있는 모습을 많이 본 해였다. 지구가 더워지며 생기는 이상고온 현상의 탓이리라 막연히 생각했다. 눈 속을 뚫고 나온 듯 흰 눈 위에 꼿꼿하게 선 광대나물은 영하의 겨울에도 얼어 죽지 않는다. 잎자루가 없는 이파리가 오밀조밀 붙어 있어서 추위에 강하다고 한다. 아마도 햇볕이 조금만 따뜻해도 꽃을 피울 것이다. 그만큼 생명력이 강한 풀이다.

광대나물은 꿀풀과에 속한 두해살이풀이다. 유라시아 원산인 귀화식물이며, 한대 지역에서 온대 지역까지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한다. 한국에서는 전국 각지의 햇빛이 잘 드는 비옥한 땅에서 자란다. 키는 30㎝ 정도. 원줄기는 가늘고 네모지며 밑에서 가지가 많이 생긴다. 잎은 마주나는데, 아래쪽 잎은 잎자루가 길고 둥글고, 반면 위쪽 잎은 잎자루가 없고 톱니가 있는 반원형이며 양쪽에서 원줄기를 완전히 둘러싼다. 꽃은 4-5월에 붉은빛이 도는 자주색으로 피며 잎겨드랑이에서 여러 송이가 돌려나듯 모여 나온다. 꽃부리는 윗입술이 앞으로 약간 굽고, 아랫입술이 3개로 갈라진다. 연한 순은 봄나물로 식용한다.

흔히 보이는 잡초 같지만 광대나물은 봄을 알리는 봄나물이다. 추우면 땅바닥에 엎드려 견디다가 이른 봄이면 몸을 일으켜 서로 몸을 기대고 군락을 이루어 자란다. 연분홍 꽃을 하늘로 치켜세우고 서 있는 모습은 봄맞이 하는 사람에게 손짓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런 모습과 줄기를 둘러싼 이파리의 모습이 광대들의 복장과 비슷하다 해서 광대나물이라 불렀다고 한다. 한편으로 꽃모양이 코딱지 같다고 하여 시골에서는 코딱지나물이라고도 불렀다.

작고 흔해서 주목을 못 받을 지 모르지만 가까이 보면 까슬까슬한 꽃봉오리에 벌을 불러들이기 위한 꽃잎의 생김새는 환상적일 정도도 화려하다. 자색과 흰색, 분홍색이 어우러진 모양과 색깔의 조화를 사람인들 흉내 낼 수 있을까 싶다.

광대나물은 풍(風)을 없애고 경락(經絡)을 잘 통하게 하며 종기를 삭이고 통증을 없애는 효능이 있다.

 

자료에 의하면 이 광대나물도 약용했던 식물이다. 여름에 지상부를 채취하여 말린 것을 보개초(寶蓋草)라 하여 약재로 사용했다. 풍(風)을 없애고 경락(經絡)을 잘 통하게 하며 종기를 삭이고 통증을 없애는 효능이 있다. 또한 뼈와 근육이 아프고 팔다리의 감각이 둔할 때, 타박상, 골절상과 어혈동통(疼痛)을 낫게 한다.

민간에서는 광대나물 고유의 독특한 향기와 입맛을 돋우는 봄나물로 인기가 있었다. 또한 여름철 전초를 뜯어다가 말려서 달여 마시면 뼈에 좋다고 했다. 또 지혈효과가 있어 코피를 막는 데 사용했고, 근육통, 타박상, 혈액순환에도 이용했다. 그리고 꽃에는 꿀이 많아 밀원식물로 이용하기도 했다.

봄철 밭 가장자리에 빽빽하게 자라는 광대나물은 농사일을 하는 사람에겐 귀찮은 존재다. 이 풀의 생태가 특이한 식물이기 때문이다. 광대나물이 군락을 이루며 많은 개체수로 자라는 데는 별난 꽃가루받이에 있다. 식물은 씨앗을 만들기 위해 벌 등 곤충을 이용한 암술과 수술의 꽃가루받이인 수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광대나물은 곤충의 활동이 없는 추운 날에도 꽃을 피워서인지 꽃부리가 열리지 않고도 암술과 수술이 성숙해 자화수분(自花受粉)에 의한 열매를 맺는 것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수정이 끝나고 열매가 익으면 개미가 광대나물을 찾는다고 한다. 씨앗에는 향기가 나는 물질이 있어 개미가 이것을 좋아한다. 개미가 그 씨앗을 물고 옮기는 도중에 여러 곳으로 떨어뜨려 그 곳에서 광대나물은 다시 싹을 틔우고 군락을 이루며 번져가는 것이다. 개미집 주변에 이 나물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한다. 자연과의 어울림이 절묘한 느낌을 준다.

나름대로 추운 겨울을 이겨내는 지혜로 생명을 잇고 자손을 이어가는 풀이 대견하다. 사람에 견주어 하찮은 잡초지만 이 자연에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는 생명이다. 쓸쓸한 화단의 귀퉁이에서 한 겨울을 지내고 있으니 우리 식구인 셈이다. 식물도감을 보니 광대나물의 꽃말이 ‘그리운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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