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 절단으로 받을 수 없는 ‘6급 1호’ 판정

‘장애인복지 감독’ 구청장 8년 재직, 전형적 ‘내로남불’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자료사진.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 자료사진.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가 ‘받을 수 없는’ 장애판정을 받고 16년을 살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8년은 장애인복지법상 감독권을 행사하는 구청장으로 재직해 도덕성 논란이 일 전망이다. 자신의 잘못된 장애판정을 스스로 바로잡지 못한 셈이다. 

허 후보의 주소지 주민센터 관련 업무 담당자는 4일 “이미 공문발송 등으로 사실 확인에 나섰으며 필요하면 허 후보의 장애부위를 직접 확인하고 관련 행정절차에 따라 재심의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허태정 후보측에 따르면 허 후보는 지난 1989년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하던 중 엄지발가락 1개를 잃었다. 그런데 허 후보는 사고 후 10여 년이 지난 2002년 ‘6급 1호’ 장애판정을 받았다.

대전지역 장애인단체는 이 대목을 문제 삼고 있다. 절단장애 ‘6급 1호’ 장애등급은 손 부위에 해당되는 것으로 발가락이 없는 허 후보가 절대로 받을 수 없는 장애등급이라는 것. 장애인단체는 허 후보의 부정 장애인 등록에 대해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겠다며 비판수위를 높이고 있다. 

허 후보 측은 2002년 장애판정 시스템은 지금과 달라 진료기관(개별병원)이 장애등급을 진단한 뒤, 행정기관(동사무소)에 제출하면 장애인으로 등록되는 시스템이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4일 최재근 캠프 대변인은 “후보가 알 수 있는 것은 본인이 진단하러 갔다는 것과 진단을 받았다는 것 두 가지 뿐”이라고 말했다. 조승래 총괄선대본부장도 “의사소견을 밀봉해서 행정기관에 보내면 (기관이)개봉해서 장애등급을 부여하는 시스템이었다”고 강조했다. 장애등급 판정에 대해 허 후보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같은 허 후보측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장애인단체 및 복지관련 공무원들의 전언이다.   

보건복지부 장애등급 판정기준. 왼쪽 적색부분은 상지절단, 우측 청색부분은 하지절단과 관련된 내용으로 알려진 허 후보의 장애 상태로는 이 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 장애등급 판정기준. 왼쪽 적색부분은 상지절단, 우측 청색부분은 하지절단과 관련된 내용으로, 알려진 허태정 후보의 장애 상태로는 이 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디트뉴스> 확인결과 허 후보가 장애등급 판정을 받은 2002년과 2018년 현재의 장애등급 판정 기준은 동일한 것으로, 절단 부위에 따른 장애등급 부여 기준이 매우 명확하기에 논란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00년 1월 21일 기준으로 시행한 ‘장애등급판정기준’에 따르면 허 후보가 받았다는 장애등급 ‘6급 1호’는 ‘한 손의 엄지손가락을 지관절 이상 부위에서 잃은 사람’으로 명기돼 있다. 엄지손가락 한 마디가 없어야 한다는 의미로 논란의 여지가 없는 기준이다. 

물론 발가락과 손가락이 행정기관의 업무착오로 오판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발과 관련된 장애등급 중 최하위인 ‘6급 4호’ 판정 기준은 ‘한 다리를 리스프랑관절 이상 부위에서 잃은 사람’이라고 명시돼 있다. 리스프랑관절이란 다섯 개 발가락 상부에 있는 족부 관절이다. 다시 말해 발가락 5개가 모두 절단되어야 ‘6급 4호’ 장애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동사무소(현 주민센터) 복지담당 공무원에게 문의만 해봐도 알 수 있는 장애판정 등급의 수준을 허 후보 본인만 몰랐다는 캠프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지난 8년 동안 유성구청장으로 재직한 허태정 후보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유성구의 장애인 등록 및 관리업무를 책임지는 자치단체장이었다는 점이다. 관할 지역의 장애등급과 관련한 부정행위를 감독해야 할 구청장이 정작 자신의 잘못된 장애등급 판정에 대해서 점검해보거나 바로잡지 않았다는 점에서 ‘도덕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관할 주민센터 복지담당 공무원은 유력 시장 후보가 관련된 장애등급 판정 논란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면서도 “상식선에서 합리적인 의심이 제기된 상황이기에 재심사를 위한 확인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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