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 제1행정부, 장기이식 불승인 질병관리본부 패소 판결

장기기증자와 이식대상자의 관계가 불명확해 장기이식을 할 수 없다며 불승인처분을 내린 질병관리본부의 판단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4일 대전지방법원에 따르면 A(52, 여) 씨와 B(72) 씨는 지난 2012년부터 같은 산악회 회원으로 활동했다. 신장질환이 악화된 B씨는 2017년쯤 충남대병원으로부터 신장이식이 필요하다는 판정을 받았고 A씨는 충남대병원장을 통해 질병관리본부에 B씨에게 장기기증을 원한다는 신청을 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들의 관계가 오랜 기간 친밀한 관계를 지속해왔다고 보기에는 관계 자료 등이 미흡다는 이유를 들어 A씨의 신청을 불승인했다. 다시 말해, A씨 등이 제출한 통신기록 등을 판단한 결과 두 사람 관계로 인해 B씨의 가정생활에 최소한 외견상 영향을 받지 않을뿐더러 B씨가 A씨를 연인으로 생각하고 오랜 기간 친밀한 관계를 지속해왔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제23조 제2항 제2호 및 살아있는 자의 장기기증업무안내서에 따라 '타인간 이식대상자를 지정해 기증하고자 하는 경우 기증자와 이식대상자 당사자 간 관계가 명확해야 하고 오랜 기간 직접적인 친밀한 관계와 진정성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확인 후 승인하도록 돼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이 같은 처분에 대해 A씨는 불승인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공판을 열고 질병관리본부가 제시한 처분사유가 법령에 근거가 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검토한 결과, 위법하다고 봤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26조 제3항에 따르면 장기기증을 원하는 사람은 이식대상자를 선정할 수 있고 가족 외의 사람에게 기증하려는 경우 시행규칙(보건복지령)에 따라 질병관리본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시행규칙에는 장기기증을 원하는 사람은 사유서, 장기기증자와 이식대상자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도록 돼 있다. 이 경우 질병관리본부는 원칙적으로 승인해야 하는데, 예외적으로 제출된 서류가 거짓으로 작성된 경우 장기기증자와 이식대상자의 관계가 불명확해 장기매매 행위로 판단되면 불승인하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법원은 질병관리본부가 장기이식법 또는 시행규칙에 전혀 근거가 없는 사유인 'B씨가 A씨를 연인으로 생각하고 오랜 기간 친밀한 관계를 지속해왔다고 보기에는 관계 자료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불승인처분했으므로 이는 위법하다고 보고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전지법 제1행정부(재판장 방창현 부장판사)는 A씨가 질병관리본부장을 상대로 낸 '살아있는자의 장기이식 대상자 선정 불승인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질병관리본부의 불승인사유는 이식대상자 선정 승인 절차에 관한 세부사항 제4조 제1항 제2호와 질병관리본부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살아있는 자의 장기기증업무안내서'에 근거한 것이지만, 이는 행정청 내부 사무처리규칙 내지 재량준칙에 불과하므로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는 효력은 없다는 게 법원 판단의 요지다.

대전지방법원 관계자는 "'오랜 기간 직접적인 친밀한 관계'라는 새로운 이식대상자 선정기준을 요구하는 '살아있는 자의 장기기증업무안내'는 그 규정형식이나 내용에 비추어 법규로서 효력이 없는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규칙 내지 재량준칙에 불과해 국민이나 법원을 구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