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월아구찜(대전시 유성구 어은동 유성구청 옆)

청월아구찜의 푸짐하고 얼큰한 아구찜
청월아구찜의 푸짐하고 얼큰한 아구찜

46년 경력의 유성컨트리클럽 총주방장 출신 석주상이 만든 아구찜 유명

한국사람 만큼 매운 맛에 독특한 향수를 가진 민족도 드물다. 아무리 입맛 없는 날이라도 어디선가 풍겨오는 알싸한 매운 냄새에 어느새 입 안 가득 침이 고이고 회가 동하니 말이다. 그중에서 아귀찜은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메뉴이다.

대전시 유성구 어은동에 위치한 ‘창월아구찜’은 유성컨트리클럽 총주방장 출신인 석주상(65), 최선희 부부가 운영하는 아귀찜, 황태해장국전문점이다. 유성구청 옆 주택가 골목에 위치해 있지만 구청을 안다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아구찜 한상차림
아구찜 한상차림

흔히 아구찜라고 부르는 아귀찜의 원조는 창원 마산이다. 그래서 표준어인 아귀를 두고 경상도사투리인 아구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아귀찜(中3만5000원, 大4만원)은 아귀의 쫄깃쫄깃한 맛도 좋지만 매콤한 미나리와 콩나물을 건져 먹는 재미도 각별하고 특히 술안주로 좋은 메뉴다.

아귀 살과 미나리, 콩나물을 함께 넣고 특별 제조한 황태, 멸치육수에 3일 숙성시킨 특제양념장을 넣고 고구마전분으로 걸쭉하게 만든다. 발갛게 무쳐낸 아귀찜은 보기에도 먹음직스럽지만 아귀 살이 쉽게 풀어지지도 않고 졸깃하게 씹히는 게 자극적이지 않고 달착지근하다. 매운 맛의 강도는 원하는 대로 조절해서 맞춤형으로 나온다. 특히 떡볶이 떡이 들어가 부드럽게 씹히는 맛도 별미다.

아귀찜은 쫄깃하고 담백한 살에 아삭한 콩나물, 향이 좋은 미나리가 어우러져 최고의 궁합을 자랑한다. 부드러운 살을 발라먹고 말랑말랑한 뼈까지 씹어 먹고 나면 이것이 아귀의 참맛이구나 하는 것을 깊이 느낄 수 있다.

아구찜보다 더 유명한 황태해장국
아구찜보다 더 유명한 황태해장국
황태해장국
황태해장국

아구찜보다 더 유명한 황태해장국 인기, 부부 운영 일요일 휴무 브레이크타임 있어

등지느러미와 이빨, 쓸개를 빼고 버릴 것이 없다는 아귀는 못생기고 우스꽝스럽게 보이지만 갖가지 영양소가 풍부해서 바다에 사는 종합영양제로 불린다. 머리가 크고 크게 찢어진 큰 입의 못생긴 생김새로 흔히 ‘바다의 악마’라 불리기도 한다. 아귀는 불교에서 악업을 저질러 굶주림의 형벌을 받는 아귀에서 나온 말로 입이 크고 흉하게 생긴 모습에서 유래된 듯하다.
 
그러나 아귀는 생긴 모습과는 달리 저지방 저칼로리 식품으로 영양가가 높고 비타민 A, E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그래서 성인병예방과 노화방지, 시력보호, 뼈와 이의 발육, 야맹증 치료 등에 효과적인 슈퍼 푸드다. 또 콜라겐 성분으로 피부건강에도 도움을 줘 누구에게나 인기가 좋다. 못생겨도 효능은 팔방미인 인 셈이다.

밑반찬으로 나가는 열무김치,오이무침,깍뚜기,두부조림,장아찌,나물류 등은 모두 입에 맞는다. 사다 쓰는 게 없고 손수 만들어 손님상에 낸다.

황태해장국에 밥을 말아서 먹는 맛이 환상이다
황태해장국에 밥을 말아서 먹는 맛이 환상이다

아귀찜보다 더 유명한 황태해장국(7000원)도 인기. 황태해장국은 황태 살을 들기름에 센 불에 10분 정도 볶은 다음 특제 황태육수를 부어 간을 해서 손님상에 낸다. 황태의 부드럽고 보송보송한 육질이 뽀얀 육수와 어우러져 그 맛이 혀끝에서부터 진하고 깊게 전해진다, 입안에 풍기는 담백함과 구수함, 그리고 황태의 향이 환상적이다.

제대로 푹 끓여 내오는 황태 살은 씹을 때마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뽀얀 황태국물에 밥을 말아 잘 익은 깍두기를 올려 입안에 넣으면 고소하고 구수한 맛이 그만이다. 먹고 난 후에 잔 맛이 남지 않고 깔끔하다. 그래서 점심시간에는 북새통을 이룬다.

황태는 간을 보호해 주는 메티오닌, 리신, 트립토판과 같은 필수아미노산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알코올을 분해하고 간의 독소를 빼는 해독작용 효과가 있어 술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더없이 좋은 식품이다.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날씨에는 황태해장국에 밥을 말아 한 그릇 뚝딱하면 속이 든든한 하루가 된다.

청월아구찜의 삭주상대표와 부인 최선희 씨
청월아구찜의 석주상 대표와 부인 최선희 씨
이웃집 아저씨처럼 소탈하고 인심이 후하다
유성구청 옆 주택가 골목에 있는 청월아구찜
유성구청 옆 주택가 골목에 있는 청월아구찜 외관

아구찜 매운 맛의 강도 원하는 대로 조절가능  밑반찬 모두 만들어

석주상 대표는 충주, 부인 최선희 씨는 제천이 고향이다. 부부의 고향이 청풍명월의 고장이라 상호가 ‘청월아구찜’이 됐다. 석 대표는 1972년 뉴코리아컨트리클럽 레스토랑에서 한식,양식으로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 후 제주도 서해관광호텔, 천마산스키장 레스토랑 주방장을 거쳐 1977년부터 유성컨트리클럽 총주방장으로 근무하면서 대전과 인연을 맺었다. 2000년 석 대표는 20년 이상 근무한 유성CC에서 내 사업을 위해 퇴직을 한다.

그리고 월평동에서 고기 집 6년을 거쳐 2007년 지금의 어은동으로 장소로 옮겨 46년의 요리노하우를 쏟아 부어 만든 아구찜과 황태해장국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부부가 운영하기 때문에 일요일은 휴무이고, 점심시간이 끝나면 오후 3시-6시까지 브레이크 타임도 있다.

허름한 내부전경
허름한 내부전경

살다보면 미각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어떤 음식을 먹으면 희한하게 미각이 되살아나는 경우가 있다. 아귀찜을 먹을 때가 그렇다. 다른 음식에서 이렇다 할 맛을 찾아내지 못할 때 아구찜을 맛보면 미각을 관장하는 돌기세포가 일어나 다른 음식의 맛도 감지하는 것이다. 황태해장국도 한번 맛보면 잃었던 미각을 찾아준다. 오늘은 창월아구찜으로 떠나보자.
<이성희 푸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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