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키오 다리
베키오 다리
  • 정승열
  • 승인 2018.05.29 09: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승열의 세계속으로 68]

1. 피렌체 지도.
1. 피렌체 지도.

피렌체 시내를 흐르는 아르노 강(Arno River) 위에는 10개의 다리가 있지만, 그중 가장 오래된 다리가 베키오 다리(Vecchio Bridge)다. 베키오란 시뇨리아 광장에 있는 메디치가의 베키오 궁전과 마찬가지로 ‘가장 오래된’다리란 의미로서 아르노 강에서 강폭이 가장 좁은 이곳에는 로마시대부터 나무다리를 설치해서 시민들이 통행하도록 했으나, 홍수로 다리가 자주 유실되자 1345년 두오모 성당과 종탑을 설계했던 지오토의 제자 타데오 가디가 착공하여 1350년에 대리석으로 건설한 것이다(베키오궁전에 관하여는 2018.05.07. 시뇨리아 광장 참조).

2. 베키오다리 전경.
2. 베키오다리 전경.

피렌체에서 베키오 다리는 시내를 관통하는 아르노 강 위에 설치한 최초의 다리라는 점 이외에도 다리 위에 설치한 점포들의 역할과 기능 때문에 더욱 유명해졌다. 1442년 피레네 총독은 수많은 사람이 지나다니는 다리 위 양쪽에 점포를 만들어서 정육점, 가죽가공점, 철공소 등 상인들이 장사하도록 했는데, 이것은 마치 서울 청계천의 세운상가처럼 큰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다리 위의 점포들은 대부분 푸줏간이어서 항상 고약한 냄새가 많이 풍겼으며, 또 상인들은 비좁은 공간에서 장사를 하면서 제각기 편리한대로 공간을 늘리다보니 점포는 외관상 매우 불규칙한 모습으로 변해버렸다.

2-1 베키오 다리 전경.
2-1 베키오 다리 전경.

그런데, 1세기가 지난 1565년 코지모 1세(Cosimo 1: 1519~1574)가 조르죠 바사리(1511~ 1574)에게 다리의 점포 위에 2층의 증축을 명령했다. 이것은 1549년 아르노 강 건너편에 있는 피티 궁전이 완성되자 베키오 궁전에서 옮겨간 코지모 1세가 베키오 다리를 거쳐서 두 궁전을 오갈 때마다 상인․ 시민들과 뒤섞이기 싫어서 점포 위에 전용통로를 만들도록 한 것이다. 베키오궁전을 크게 개축하고 메디치은행 건물을 지은 당대 최고의 건축가 바사리가 피티 궁전에서 다리의 점포 위에 만든 2층을 통해서 지금의 우피치 미술관까지 이어진 통로로 다녔는데, 이 회랑은 조르조 바사리의 이름을 따서 ‘바사리 행랑’이라고 한다. 우피치미술관 ~ 베키오 다리 2층~ 피티 궁전까지 연결된 바사리통로는 비공개하고 있다.

2-2 벤베누티 체리나.
2-2 벤베누티 체리나.

그 후 1593년 베르디난도 1세는 베키오 다리 1층의 상점에서 풍기는 도축장의 고기와 가죽 냄새가 싫다고 그들을 내쫓고 냄새를 풍기지 않고 보다 고급 상점인 금은세공 상들을 입주하게 했다. 이로서 피렌체에서도 고급 쇼핑거리로 변한 베키오 다리 위에는 당시 유명한 금세공 장인인 벤베누티 첼리나(1500~1571) 흉상이 세워져 있으며, 피렌체의 번화가였던 베키오 다리는 단테(Alighieri Dante: 1265∼1321)와 연인 베아트리체가 처음 만난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이후 피렌체의 젊은 연인들은 운명적인 사랑이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을 맹세하고, 그 증표로서 자물쇠를 채운 뒤 열쇠를 강물에 버리는 것이 유행되기 시작했다. 베키오 다리에서도 특히 첼리나의 흉상 주변이 시발점이었지만, 이런 풍습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남산타워 주변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정작 피렌체 정부에서는 다리에 손상을 입는다며 자물쇠 매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3-1 구원의 여성.
3-1 구원의 여성.

르네상스 문화를 꽃피운 피렌체의 상징인 베키오 다리는 2차 대전 때인 1944년 8월 독일군이 연합군에 쫓겨 달아날 때에도 추격을 피하려고 피렌체에 있는 모든 다리를 무너뜨렸지만, 베키오 다리만은 남겨두었을 정도로 역사적 중요성을 갖고 있다. 이런 역사적 의미를 지닌 베키오 다리는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가령 다리 양쪽에 있는 상점들은 마치 피렌체의 오래된 골목을 보는 것 같고, 또 다리 밖으로 창문을 덧댄 점포들은 블록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모습 같기도 하다. 우피치 미술관 4층에서는 피렌체 도심에 있는 베키오궁전과 아느로 강 건너에 지은 피티 궁전으로 통하는 베키오 다리 위의 '바사리 행랑'이 또렷하게 보인다. 베키오 다리는 1966년 홍수로 일부가 파손되었으나 복구되었고, 1982년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4. 미켈란젠로 언덕에서 본 피렌체.
4. 미켈란젠로 언덕에서 본 피렌체.

피렌체 시내에서 베키오 다리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피티 광장이 있다. 피티 광장 정면에 보이는 붉은색 석조 건물이 피렌체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호화로운 피티 궁전(Palazzo Pitti)으로서 피티 궁전은 피렌체 상인이자 정치가이며 코지모 1세의 친구였던 은행가 루카 피티(Luca Pitti)가 베키오 궁전을 부러워하며, 그보다 더 크고 화려하게 지으려다가 중단된 건물이었다. 피티는 당초 높이와 길이가 동일한 3층짜리 본관의 1층에는 3개의 출입문을 내고 2층과 3층에는 면마다 일곱 개의 창을 낼 계획이었으며, 특히 창문은 ‘베키오 궁전의 현관’보다 더 큰 저택을 지으려고 했으나, 재정난에 부딪혀 완성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죽었다.

4. 미켈란젠로.
4. 미켈란젠로.

그런데, 1549년 코지모 1세의 왕비인 톨레도의 엘레오노라가 매수하여 대대적인 확장과 개조를 거쳐 코지모 1세의 공식 궁전으로 삼은 것이다. 이후 피티 궁전은 합스부르그가와 이탈리아를 침공했던 나폴레옹의 궁전이 되었으며, 이탈리아 통일 후 피렌체가 수도이던 1865년에는 비토리오 에마뉴엘 황제의 궁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피티 궁전은 1982년 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베키오 궁전에 관하여는 2018. 5.7. 시뇨리아 광장 참조).

4-2 다비드상.
4-2 다비드상.

사람들은 전형적인 이탈리아식 정원인 피티 궁전 뒤의 보볼리 정원(Giardino di Boboli)이 피티 궁전보다 더 아름답다고 말한다. 사실 여행객들에게도 궁전 입장료와 보볼리 정원 입장료를 별도로 받고 있다.

5. 피티궁전 보볼리 정원.
5. 피티궁전 보볼리 정원.

궁전 오른쪽에 있는 계단을 올라가면 박물관 입구인데, 1층은 7개의 미술관에 메디치가의 도자기, 은제품과 크리스탈 등을 전시하고 있는 보물박물관(The Treasury of Grand dukes)이다. 2층은 궁전의 방 12개를 개조하여 르네상스부터 바로크 시대까지 메디치가에서 수집한 명화를 전시하고 있는 팔라티나 미술관(Galleria Palatina)인데, 르네상스 3대화가 중 하나인 라파엘로의 <대공의 성모> <의자에 앉은 성모>, 티치아노의 <아름다운 여자> <어느 귀인의 초상> 외에도 필리포 리피의 <성모자>, 루벤스의 작품 등이 가득해서 우피치 미술관에 못지않다. 3층은 현대미술관(Galleria d’arte Moderna)과 의상박물관(Museo della Moda e del Costume)이다(라파엘로에 관하여는 2018.05.21. 우피치미술관 참조).

5-1 파티 궁전.
5-1 파티 궁전.

베키오 다리 건너 피티 궁전과 반대 방향인 왼편으로 나지막한 언덕을 올라가면 피렌체가 낳은 르네상스 3대화가 중 하나인 미켈란젤로(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 1475~1564)를 기리는 ‘미켈란젤로 언덕’이 있다. 미켈란젤로의 탄생 400주년을 기념하여 1871년에 조성된 미켈란젤로 언덕은 ‘미켈란젤로 광장’이라고도 하는데, 광장 가운데에는 팔각형 계단 돌로 장식된 기단 위에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David)이 있다. 물론 이것은 복제품이고, 진품은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소장되어 있다.

사실 미켈란젤로 언덕은 다비드상을 제외하면, 인구 30만 명이 살고 있는 피렌체의 시민공원이어서 입장료는 없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피렌체의 상징인 비잔틴 양식의 두모오 성당․ 고딕식 첨탑이 솟은 베키오 궁전을 비롯한 피렌체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피렌체의 중앙역인 산타마리아 노벨라 역에서 1번 시내버스를 타고 약20분이면 미켈란젤로 언덕까지 갈 수 있다. 버스요금은 1.2유로이며, 티켓은 90분 동안 시내에서 환승이 가능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