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43]
탈북자 [43]
  • 이광희
  • 승인 2018.05.2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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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복도 중간쯤에 난 작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눅눅하고 비릿한 냄새로 절어 있었다. 그 냄새는 소금에 곰삭은 고등어의 냄새와 흡사했다. 침대에 깔린 낡고 때에 찌든 모포가 어슴푸레 보였다.

그 방에는 노란 머리칼의 매춘부가 멋쩍게 서서 히죽거렸다. 그녀는 껌을 씹고 있었는데 핏기 없는 얼굴에 립스틱이 짙게 발린 입술이 유난히 또렷했다. 가까스로 가릴만한 엷은 천 조각을 몸에 걸치고 빨간 매니큐어가 발린 손톱을 물고 있었다. 나이는 스무 살이 채 될 것 같지 않았지만 얼굴색은 이미 황혼기를 접어 든 중년의 모습이었다. 그녀는 삐쩍 마른 몸매에 납작한 가슴을 가지고 있었다. 군인처럼 뻣뻣한 구석이 남아 있어 성욕을 가시게 했다. 마치 금욕적인 수녀처럼 메말라 보였다.

그녀는 내가 안으로 들어가자 그나마 얼굴에 머금고 있던 얇은 웃음마저 지워버렸다. 내가 자신의 입안에 들어온 먹이쯤으로 생각된 모양이었다. 늙은 개구리가 혓바닥의 공격권 내에 들어온 날벌레를 노려보는 눈빛으로, 한 마디 말도 없이 낡은 모포가 깔린 침대로 가서 몸을 비스듬히 누였다. 게슴츠레하게 뜬 눈에서는 음탕한 생각이 결정처럼 엉겨있었다. 그녀는 의도적으로 나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기 위해 야한 모습을 연출했다. 빨리 일을 끝내라는 눈치도 담겨 있었다. 그 표정 속에는 짜증과 함께 신경질적인 긴장이 감돌았다.

나는 침대 가까이에 있는 의자로 다가갔다.

여기 좀 앉아도 되겠냐.”

좋으실 대로.”

나는 그녀의 얼굴이 빤히 보이는 의자에 몸을 고정시켰다. 눈을 어디에다 두어도 편치 않았다. 담배를 빼물며 그녀에게 권했다. 그녀는 나의 이런 행동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가 한 대의 끽연을 끝냈을 때쯤 그녀가 뽀얀 연기를 길게 토하며 입을 열었다.

안할 거야?”

“........”

빨리하고 가야지 나도 손님을 받지.”

생각이 없어.”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들어 왔어?”

이런 물음에 둘러댈 만한 변명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이곳이 어떤 곳인가 해서 왔지.”

“.........”

그녀는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내가 담담하게 대하자 섹시한 자세로 나를 유혹 했던 자신의 행동이 겸연쩍었든지 흐트러진 옷차림을 바로 잡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내가 이곳에 들어올 때 늙은 포주에게 이미 선금을 치루고 들어 온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보채지 않았다. 낯선 사내에게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히고 그 대가로 몇 푼의 돈을 챙겨야 하는 자신으로서는 더없이 고마운 것이란 계산에서였다.

도리어 그녀는 아무런 노력 없이 내게 거금을 받는다는 것이 다소 찜찜한 모양이었다. 내게 흥미를 느낀 사람처럼 내 눈을 빤히 보며 물었다.

여기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어디서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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