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창문 너머로는 낡은 침대와 화장기 짙은 아가씨들이 들여다보였다. 마피아들이 홍등가를 장악한 채 공안당국자들과 짜고 아가씨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노파는 포주였으며 그는 홍등가를 찾은 사내들에게 아가씨를 소개하는 일을 했다. 노파는 내게 자신이 이곳의 주인처럼 거만하게 행세 했지만 나는 이 노파가 마피아들의 심부름꾼에 불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내게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노파는 나를 데리고 통로 중간쯤에 있는 방으로 갔다.

나는 앞서가던 노파의 등을 두드려 세웠다. 그리고는 5불짜리 지폐를 그녀의 손에다 질러 주었다.

아가씨들을 구경 할 수 있을까요?”

전부 다……?”

.”

…….”

노파는 잠시 머뭇거린 뒤 나를 보고 싱긋이 웃었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문이 열린 방을 가로질러 복도 끝에 있는 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작은 방들은 좁은 통로의 썩은 공기를 마시며 기생하듯 하나같이 창문을 삐죽이 열고 있었다. 방마다 백 러시아계의 아가씨들이 야한 모습을 하고 앉아 지루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환각 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였으며 어떤 여자는 담배를 빼물고 내게 눈짓을 하기도 했고 또 다른 여자는 창문을 열고 서서 정신 나간 사람처럼 손짓을 하기도 했다. 속이 훤히 보이는 옷을 입고 있는 여자도 있었고, 나이가 유달리 어려보이는 소녀도 힘없이 서 있었다. 그들은 먹이를 기다리는 악령처럼 나를 보며 군침을 삼켰다. 앞서가는 노파가 잠시라도 한 눈을 팔면 그들은 일제히 내게 달려들어 나의 몸 구석구석을 핥아 버릴 것 같았다. 그러면 나의 살점이 그들의 혓바닥에 묻어 날 것이고 그런 일이 잠시만 지속 된다면 나는 앙상한 뼈대만을 남긴 채 그 자리에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때로 칸막이가 쳐진 방 안에서는 끙끙거리며 암내를 맡는 소리가 문틈에 끼인 채 들려왔다. 그 소리는 끈적거리며 손끝에 묻어날듯이 만져졌다.

매춘부들은 유령 같은 노병이 전장에서 탈취한 전리품같이 비쳤다. 누구도 탐내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모습이었다. 그들은 싸구려 향수 냄새를 지독히 풍기며 낯선 사내들의 허벅지에 머리를 쑤셔 박았다. 끄윽 거리며 구토를 할듯 하면서도 고역을 잘 참아내고 있었다. 그 일이 그들에게는 천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단 하루라도 사람의 생명을 빨지 않으면 못사는 흡혈귀 같았다. 낡아빠진 신발의 노신사와 애송이 계집아이. 가무잡잡하게 그을린 사내와 팍 삭아버린 중년 부인 …….이들은 비좁은 공간에서 한 덩어리가 된 채 알몸으로 뒹굴었다. 나는 늑대 신음을 토하며 때로는 키득거리기도 하고, 또 엄살을 피우기도 하는 모습을 깨진 유리벽 너머로 열심히 훑어보며 지나쳤지만 채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노파에게 다시 약간의 돈을 집어 주고 꼼꼼히 방들을 살펴봤지만 그곳에는 색 바랜 매춘부들의 값싼 웃음만 도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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