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헌의 미소가 있는 시와 그림]

맛과 그림 1

보리 1

나에게 보리는 푸르름 보다는 바늘 같은 예리함으로

어머님 생전에는 까끌거리는 땟거리로 남아있는데

망종 즈음 보리 베고 벼 심는 철

얼마나 태양은 낮고 높게 떠 있는지

현기증이 나는 더위에

체온을 못 참고 피부로 나온 땀에

저 멀리 먼 시간부터 불어온 바람에

살고 싶어 아니면 날고 싶은 까락이

반항하여 내 젖은 피부에 박히던 그 까칠함

지금은 등산 후 점심 별미로 먹거나

건빵이나 포만감 주는 다이어트용으로 역전되거나

남도 청보리밭 구경거리 정도로 명맥을 유지하는

그래도 가끔 번개처럼 지나 간 추억 중엔

딸 하고도 저주 했던 '보리-보리-쌀' 놀이도 있고

보리밥 먹고 슬그머니 몰래 방귀 뀌던 미안함이 있다.

막국수

혓바늘이 손톱 가시처럼 솟고,

적당히 뱉어낸 후라 고프고

자꾸 가벼운 것이 생각나면 구속관계가 편하지만 끊기 어려운 사람과

옆자리보다는 마주 않은 채 주먹 두 개 합친 만큼의 한 그릇

쉽게 쉽게 받아들면, 도움 주는 착한 이처럼 당연한 듯 사라지는 꼭,

필요할 때쯤 되어야 감사할 줄 아는,

그 때가 되어서야 또 작동되는 시스템.

“부드럽게 살아라”

시와 머그컵

Mongolia

바람, 초원과 밤 별빛의 그 땅엔

죽어도 말 그대로 한 점 땅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지금보다도 빠를 듯한 SNS 망을 유럽까지 놓았던

말 한 마리로 만든 육포만 싣고 달렸던

베네치아 장인을 모셔올 정도로 개방적인 그들은?

그러나 우리랑 유전자가 다르다고 말 못할 증거들

몽고반점, 몽고주름, 갈라진 새끼발가락...

어차피 바람이 주인인 세상

다음엔 카라코람 하이웨이 타고 훈자(Hunza)를 가보고

겨울밤 눈 덮인 초원에서 외로운 늑대 만나기.

원장실의 스켈레톤

메모판- 주렁주렁

분명하게 잊으려고 사는 것이지?

그걸 모르면 큰일인 것도 알어?

짙은 슬픔일수록 더 찐한 중화제가 필요하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피날레에는 그것들마저도 잊힘.

소소한 느낌들

보리 2

 

1952년 겨울, 부산 UN군 묘지에 잔디 대신에 푸른 보리가 올라왔고

봄, 어릴 적엔 단체로 보리밭을 밟았고

윤용하 작곡의 가곡 보리밭이 흥얼거리고
요즘 세대는 사전에서만 찾는 보릿고개가 있었고
경상도 사람을 보리문디라 부르기도 했고
티베트인들의 대표 주식인 쌈파로 쓰이고
세계 최대 생산국은 러시아고
항해 시대엔 각기병 예방으로 쓰였고
로마 제국에서는 사료로 쓰였고

갑갑한 가슴에는 맥주가 처방되는 보리.


송선헌 원장.

 

치과의사, 의학박사, 시인,
 
대전 미소가있는치과® 대표 원장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UCLA 치과대학 교정과 Research associate
 
대한치과 교정학회 인정의
 
전)대전광역시 체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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