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41]
탈북자 [41]
  • 이광희
  • 승인 2018.05.21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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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도록 주점을 돌아다녔으므로 뻑뻑한 피로가 발목을 조였다.

그 때 골목 안쪽에서 나무문이 빠끔히 열리며 불빛이 새어 나왔다. 두 사내가 용수철처럼 밖으로 튕겨져 나온 뒤 곧바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은 무엇인가에 쫓기듯이 빠른 걸음으로 달아나며 연신 나를 힐끗힐끗 돌아보았다. 어둠속에 선 나를 단속 반원쯤으로 본 모양이었다.

나는 곧바로 그 사내들이 튀어 나온 집을 향해 다가갔다. 그 집은 하수구를 통나무로 대충 덮어 문과 연결을 시킨 집이었다. 하수구 썩는 냄새가 지독했다.

나는 문 앞에 서서 길게 호흡을 하고 문을 두어 번 두드렸다. 그리고는 창문 틈새로 속을 엿보았다. 조용했다.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빈 방에는 촉수가 낮은 전등만이 희미하게 켜져 있었다. 나는 다시 문을 두드렸다. 그제야 안에서 신경질적인 발소리가 들렸다.

누구요, 장사도 않는데 왜 그래?”

안에서 들려온 노파의 목소리에는 다분히 짜증스러움이 배어 있었다. 노파는 머리에 낡은 머플러를 뒤집어쓰고 뒤뚱거리며 나와 창문 너머로 나를 빠끔히 내다봤다. 노파는 미련하게 생긴 통나무 문을 삐죽이 열었다. 그녀는 색 바랜 운동복 상의와 주름이 거의 풀린 주름치마를 입고 있었다.

어떻게 왔소?”

말투가 퉁명스러웠다.

술을 한잔 할까 해서 왔습니다.”

?”

노파는 히죽 웃었다. 그녀는 굵은 손마디를 코에 대고 버릇처럼 쿡쿡거리며 말을 이었다.

술을 마시기 위해서 왔다고, 다른 곳에나 가 보슈.”

사실 술을 마시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

나는 머뭇거리며 노파의 어깨너머로 안쪽을 기웃거렸다. 노파는 한참동안 나를 아래위로 훑어 본 뒤 그제야 싱긋이 웃었다.

진작 그렇게 말할 것이지 …….”

그녀는 굵은 허리를 흔들며 내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락했다. 노파는 내 말투가 그리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과 어색한 행동으로 미루어 이곳 사람이 아님을 쉽게 알아챈 눈치였다.

돈은 있어?”

얼마요. US 달러로…….”

“30달러.”

노파는 여전히 퉁명스러웠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노파는 그 자리에서 손을 벌렸다. 선불이라는 얘기였다. 계산을 끝내자 노파는 뒷문을 열고 나를 또 다른 통로로 안내했다. 뒷문과 맞붙은 통로는 골목의 풍경과는 달리 좁다란 마룻바닥으로 이루어졌고, 통로 양편으로는 손바닥만 한 방들이 다닥다닥 달라붙어 있었다. 길가에 늘어선 어떤 집에서든 안으로 들어가면 이 통로를 통해 드나들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닭장같이 붙은 방들마다 희미한 붉은 빛이 새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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