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은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대표

김소월님의 「진달래꽃」에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라는 표현은 반어적으로 사용됩니다. 즉, 속마음은 ‘가지 말아요’ 고 붙잡고 싶지만, 겉으로는 쿨(cool) 하게 보입니다. 자신의 진심과는 반대로 말하는 것을 ‘반어’라고 합니다.

일상 생활 속에서 놀라운 알아차림의 경험이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난 후 집에 들어오면 뭔지 모를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 혼란스러운 이유를 알지 못했습니다. 그 원인은 ‘이중메세지의 여왕이었구나’ 하고 무릎을 치는 순간, 많은 날들의 혼란스러움이 편해졌습니다. 그리고 ‘이중메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참 무서운 의사소통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시어머니께서 ‘며느리야, 이제 청소 그만 하고 쉬어’ 라고 말했는데, 그 말을 그대로 듣던 며느리는 ‘예, 어머니’ 라고 하였습니다. 나중에 시어머니께서 ‘재는 청소도 안하고 잠만 잔다’고 말을 합니다. 이러한 경우는 너무나 많습니다.

더 쉽게 표현해 보면, ‘어머니, 맛있는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라고 묻자, ‘아니다, 내가 이도 없고 틀닌데, 뭐 먹고 싶은 게 있겠나’ 라고 하셔서 어죽을 먹으러 갔다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머님의 말씀은 ‘나 어죽 싫어하는데, 죽만 사주는지 원..’ 이런 경우는 부모와 자녀 관계에서도 더 흔히 일어납니다.

연인 관계에서도 이중메세지는 허다합니다. ‘나는 너가 참 좋은데, 만나는 시간이 길어지면 두렵고 불안해. 요즘 너가 화를 잘 내잖아’, ‘내 마음은 너한테 항상 달려가고 싶지. 내 맘 알지?’, ‘종일 너 생각 많이 하고 있어’, ‘선물 안 사줘도 괜찮아. 마음 충분히 알아’, ‘보고 싶은데, 너 피곤 하닌까 담에 봐’ 등 대화 속에서 엄청나게 뿜어냅니다. 마치 마그마가 펄펄 끊어서 화산폭발하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을 이해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무엇이 그 사람의 진짜 마음일까? 를 수없이 생각해 봤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둘 다 맞다’ 라는 것입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둘 다 맞지만, 더 이상 이중메세지를 사용하여 상대방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하고 싶지 않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관계 정리’는 더 신중하게 질문을 던져보시고 선택하셔야 합니다.

이중메세지를 일상 생활의 모토(Motto)처럼 사용하는 사람은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 있습니다.
이중메세지의 다른 표현은 이중구속 (Double binding)입니다. 사람을 이렇게도 묶어놓고 저렇게도 묶어놓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중메시지란 어원은 그레고리 베이트슨에 의해 1956년에 소개되었습니다. 의사소통의 본질에 대해서 연구했던 베이트슨은 병리적 가족의 의사소통에서 이중구속의 의미를 깊이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런 이중메시지의 기원은 인류의 역사만큼 오래되었습니다. 특히 이중메시지는 정신분열증과의 관계를 많이 다루기도 했습니다. 정신분열증 환자 부모들을 보면 그들은 한결 같이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불일치하다는 근거 자료들은 너무나 많습니다.

관계, 소통이 중요하다는 말을 너무도 많이 듣습니다. 그러나 이런 이중메세지를 사용하는 관계는 더 이상 관계가 지속되지 않음을 아셔야 합니다. 더 갈등을 야기할 수 있음을 빨리 알아차리고 자신의 의사소통 방법을 바꾸셔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 안에서 자신에게 사용하는 이중메세지를 찾아보시면 자신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혹은 가족 안에서 무엇을 원하는지를 분명하게 들어날 것입니다. 두려움 때문에, 불안 때문에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방어로써 사용했던 이중메세지. 혹은 이중메세지를 사용하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워서 원래의 자신의 모습을 잊어버린 사람들. 어쩌면 타인이 아니라 바로 ‘나’ 가 이중메세지의 주범일 수도 있다는 사실은 소름끼칠 수 있으시겠지만, 자신을 탐색해 보면 좋겠습니다.

이제는 그 옷을 벗어버리고 싶지는 않으신지요?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에 겁내지 마십시오. ‘나 약한 사람이야’, ‘난 너가 떠나는 게 정말 무섭고 두려워. 그러니 가지마’, ‘나 발표할 때 많이 떨려, 내 손 좀 잡아줘’ 솔직한 표현에 어느 누구 하나 손가락질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 모습 그대로가 정말 아름답고 사랑스럽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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