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이인제 자유한국당 후보가 충남지사직을 놓고 벌이는 한판 승부가 치열한 전략 싸움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양 후보 측은 여론조사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후보와의 ‘강(强)대 강(强)’ 대결 구도에서 벗어나 ‘아웃복싱’ 자세를 취하는 분위기다.

이에 반해 이 후보 측은 쉼 없는 공격을 가하면서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인파이팅’을 구사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최근 이 후보가 제안한 충남지사 후보자 토론회를 그 대표적 사례로 들 수 있다.

이 후보 측 ‘맞짱 토론’ 제안에 양 후보 측 즉답 피해

이 후보는 지난 14일 양 후보 측에 ‘일대일 맞짱 토론’을 제안했다. 이 후보 측은 “양승조 후보와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 무제한 맞짱 토론을 정식으로 요청하며, 구체적인 시기와 방식 등을 협의할 것을 공개적으로 제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충남도민들이 이인제 후보와 양승조 후보의 정책과 공약을 서로 비교하고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며 “충남의 미래를 위한 정책 대안과 공약에 대한 토론에 임하라”고 요구했다.

이 후보는 맞짱 토론 제안 배경을 “유권자에 공약 검증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그 이면에는 양 후보와의 양자구도로 선거전을 끌고 가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또한 토론회를 통해 양 후보가 국회의원직을 중도 사퇴하면서 총선 과정에서 약속한 재‧보궐선거 방지 서약을 어긴 점 등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구본영 전 천안시장 등을 ‘부정 패키지’ 프레임으로 몰아 민주당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우며 중도 보수층 결집을 도모할 요량도 엿보인다.

이인제 ‘파상공세’ 프레임에 양승조 ‘허허실실’ 전략

반면 양 후보 측은 정면충돌을 가급적 피하면서 내실을 기하는 이른바 ‘허허실실(虛虛實實)’ 전략으로 맞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양 후보 측 맹창호 대변인은 <디트뉴스>와 한 통화에서 “무슨 내용으로 어떻게 토론회를 하자는 것인지 전달 받은 바 없지만 내부 논의는 해 보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지지율이 크게 차이나는 등 아무리 급하더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 상대 후보 대변인에게 미리 언질을 주고 언론사에 보내는 것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 무조건 들이대는 것이 선거 문화에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양 후보 측 다른 관계자도 “당초 15일 예정됐던 지역방송 토론회가 있었지만, 이 후보 측이 최근 탈당하고 무소속이 된 김용필 후보를 문제 삼아 토론회가 열리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갑자기 맞짱 토론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지지율에서 뒤지고 있는 이 후보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양 후보를 ‘링’ 위로 끌어올려 소나기 펀치를 퍼붓거나 최소한 유효타로 점수 차를 좁혀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급할 것이 없는 양 후보로서는 선관위 주최 방송사 TV토론회 등 필요한 곳만 치고 빠지며 판세 굳히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이 후보는 양 후보의 약점과 민주당의 자만을 집중 공격할 토론의 장을 만들려는 반면, 양 후보는 이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공약 홍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