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에이스와 마무리 도장 깨기, 선발진 기복과 불펜의 플랜 B

한화이글스가 2018 시즌 돌풍의 주인공으로 거듭나고 있다.
한화이글스가 2018 시즌 돌풍의 주인공으로 거듭나고 있다.

한화이글스는 지난 주 NC와의 토요일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주간 5경기를 치러 4승 1패의 호성적을 거두며 계속되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 갔다. 넥센과의 주중 원정 경기를 쓸어 담았고 우천으로 한 경기를 건너 뛴 NC와의 주말 홈 경기에서는 1승 1패를 기록했다. 이로써 시즌 39경기에서 22승 17패(0.564), 승패 마진을 +5까지 늘리며 두산과 SK에 이은 3위를 공고히 했다. 공동 선두에 올라 있는 두산과 SK와의 승차는 3.5경기. 한편 기아, 롯데, LG, 넥센 등 중위권과는 3-3.5경기 정도의 차이를 보이며 시즌 초반 돌풍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마리한화 시즌 2” 개봉 박두

1승 4패로 상대 전적에서 밀리고 있던 넥센과 주중 원정(고척)에서 만난 한화이글스. 샘슨, 휠러의 외국인 원투 펀치와 3선발 김재영을 앞세워 스윕승 시리즈를 달성했다. 지난 홈에서 당한 스윕패를 완벽하게 설욕하며 4승 4패로 상대 전적 5할을 맞추는데 성공했다. 특히, 화요일 경기에서 샘슨이 아쉬운 피칭을 하며 무너졌지만 끝까지 승부를 포기하지 않고 끈질긴 승부를 벌여 9회 넥센의 조상우를 상대로 대역전극을 펼치며 10:9의 승리를 거둔 것이 압권으로 스윕승의 원동력이 되었다. 뒤이은 휠러와 김재영의 호투는 한화이글스 상승세의 이유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금요일 NC전 베테랑 배영수의 시즌 최고 피칭(7이닝 2실점)과 9회말 김태균의 극적인 동점 2점 홈런이 있었으나 연장 접전 끝에 2대4의 패배는 아쉽지만 한화이글스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일요일 경기에서는 에이스 샘슨이 7⅓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손쉬운 승리를 거두었다.

한화이글스가 시즌 초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22승 중 역전으로 무려 12승을 거두고 있는 것에서 기인한다. 이쯤 되면 “마리한화”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포기하지 않는 불꽃 투혼의 승부를 벌였던 지난 2015 시즌을 뛰어 넘는 2018 시즌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마리한화 시즌 2”는 “시즌 1”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서 연출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을 해야 한다. 

“시즌 1”에서는 선발 퀵후크에 이은 박정진, 권혁, 윤규진, 송창식 등의 한정된 불펜진의 운영으로 승부를 하며 시즌 초반의 상승세를 중, 후반에 이어가지 못한 반면 2018 시즌의 “마리한화 시즌 2”는 샘슨과 휠러, 김재영으로 이어지는 준수한 선발진에 승리조, 추격조, 롱맨 등 명확한 역할의 분담보다는 경기의 흐름과 선수들의 등판 간격(연투) 및 투구 수를 조절하면서 불펜진을 운영하며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용덕 감독과 송진우 투수코치는 철저하게 투수들의 건강 관리를 하면서 선수들의 과부하 및 무리한 운영 없이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불펜 운영을 하고 있다. 송은범, 안영명, 이태양, 장민재의 선발급 베테랑 불펜과 지난해 이상군 감독대행이 발굴해 낸 서균, 박상원 그리고 신인 박주홍으로 불펜진을 구성해 불펜 평균자책점 1위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마무리 정우람은 구원 1위를 기록하며 “명불허전”의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5회 이후 리드를 잡은 경기에서는 12승 1패의 압도적인 승률을 기록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  

상대 팀 에이스와 마무리 “도장 깨기”

모든 팀들이 상대 팀의 외국인 투수나 토종 에이스가 나오면 어려운 승부를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경기 후반 승리를 마무리 짓기 위해 올라오는 각 팀의 “클로저”를 상대로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2018 시즌 한화이글스는 이 어려운 승부를 이겨내며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에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기아의 양현종, 헥터, LG의 소사, 차우찬, 넥센의 브리검, 로저스 등이 한화 타자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면서 어려운 승부를 벌여야 했다. 또한, 기아 김세현, LG 정찬헌, 삼성 장필준, 넥센 조상우, NC 이민호 등 각 팀의 내노라 하는 “클로저”들이 한화 타자들을 상대로 블론세이브를 기록해야만 했다. 특히, 8회와 9회에 한화이글스의 공격은 굉장한 집중력을 보이며 상대 팀 투수들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 있다. 이용규, 양성우, 송광민, 호잉, 김태균, 이성열로 이어지는 상위 타선은 모두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할 정도로 막강한 모습이고 최근 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하주석과 최재훈까지 가세하면서 좋은 승부를 해주고 있다.

선발진의 기복과 불펜진의 "플랜 B"

한화이글스의 유일한 걱정은 선발진의 기복이다. 샘슨과 휠러, 김재영이 완연한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아직까지는 완벽한 믿음감을 심어주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또한, 배영수와 김민우로 이어지는 4, 5선발이 조금 더 안정감 있는 피칭을 해줘야 더욱 좋은 결과물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주 넥센 전의 휠러와 김재영 그리고 NC전의 샘슨이라면 앞으로 더 좋은 피칭으로 선발 마운드를 지켜줄 것으로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현재로서 최고의 피칭을 해주고 있는 불펜진의 운영도 한번쯤은 점검할 시점이 올 것이다. 특히, 서균, 박상원, 박주홍 등 풀타임 경험이 없는 젊은 선수들에게 체력적인 문제나 마운드에서의 멘탈 등에 문제가 생겼을 때 베테랑으로 구성된 “플랜 B"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권혁이 빠르게 몸을 만들고 복귀 일정을 타진하고 있는 것도 한화이글스 불펜에 희소식이 되고 있다.

오늘도 지난 10년의 암흑기를 벗어나기 위해 피나는 훈련과 노력으로 2018 시즌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한화이글스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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