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검증 없이 네거티브 공방전, 선거 순기능 위축 우려

박성효 자유한국당,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왼쪽부터). 자료사진.
박성효 자유한국당,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대전시장 후보(왼쪽부터). 자료사진.

1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대전시장 선거전이 뚜렷한 쟁점 없이 흘러가고 있다. 지역 정치권은 “지난 몇 차례 지방선거와 비교해, 이번엔 굵직한 의제가 보이지 않는 조용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역대 지방선거 중 운동장이 가장 많이 기울어진 선거”라는 이야기마저 회자되고 있는 중이다. 

선거 때마다 지역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실시했던 여론조사 자체가 실종됐다. 여론조사기관 자격심의 강화로 조사비용 자체가 상승한 까닭도 있지만, 후보별 지지율 격차가 확연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천만 원 이상을 쏟아 부을 언론사가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몇몇 언론사들이 투표일에 임박해 1회 정도 여론조사를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네거티브 공세와 방어만 이뤄지고 있을 뿐, 제대로 된 정책경쟁이 이뤄질리 만무하다. 그나마 거대 양당 소속인 허태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성효 자유한국당 후보측이 공약을 쏟아내고 있지만, 유권자들의 눈과 귀를 끌어들일 만한 ‘선거쟁점’은 형성되지 않고 있다. 어린이날에 맞춰 보육관련 공약을, 어버이날에 맞춰 노인복지 공약을 내는 식의 임기응변식 공약이 대부분이다.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 세종시 수정안 논란이 선거판을 달구고, 무상급식 추진논란으로 대전시장 후보들이 설전을 벌였던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2014년은 도시철도2호선 추진방식을 놓고 격돌했던 대전시장 선거전이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아직 뚜렷한 쟁점이 발견되지 않는다. 박성효 후보가 ‘도시철도2호선 DTX’ 추진계획을 들고 나왔지만, 허태정 후보 측은 기존 트램 방식에 대한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뚜렷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정책을 두고 진보나 보수의 선명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 후보인 박성효 후보는 진보정당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각종 공공복지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공립산후조리원, 국립어린이재활병원 건립 등 공공의료 확충은 물론이고 보육료 지원 등 사실상 무상복지 공약까지 선보이고 있다. 심지어 박 후보는 “대전 뿌리공원을 이산가족 상봉의 거점으로 삼겠다”며 남북교류협력 공약까지 선보였다. 

물론 허태정 후보가 진보적 공약을 꺼내놓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공복지 강화는 기본이고 소수자 권리확대, 시민참여와 직접민주주의 강화 관점에서 각종 거버넌스 구축을 약속하고 있다. 개발보다는 환경의 입장에서 공공부분의 친환경자동차 도입, 녹지축 복원을 통한 둔산 센트럴파크 조성 등의 공약도 제시했다. 

다만 이번 대전시장 선거전의 의제실종 원인 중 하나는 ‘허태정 후보의 아웃복싱 전략 때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도시철도2호선 트램 사업, 도시공원 특례사업 추진 등 민선6기 갈등 현안사업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다, 각종 후보자 초청토론회 참여에 부정적 모습을 나타낸 바 있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권의 한 인사는 “선거의제 실종이 유권자의 정책검증 기회를 축소시킬 뿐만 아니라 투표율 하락 등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팽팽한 갈등현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선거의 순기능마저 실종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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