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칼럼]

이번 6.13 지방선거는 야당 후보들에겐 꽤나 힘든 선거 같다. 여러 모로 여당이 유리한 국면인데 이젠 미국 대통령까지 여당을 도와주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6월 12일에 북미정상회담을 연다고 발표했다. 선거 하루 전날이다. 지금 분위기로 보면 그날 바로 협상이 파탄나지 않는 한, 여당에겐 또 하나의 호재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80%를 넘나들고 있고, 이에 따라 집권 여당의 지지율도 제1야당의 2~3배를 웃도는 현상이 고착화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1야당 대표는 응원보다 야유를 받는 경우가 잦다. 잘 나가는 여당은 미국 대통령까지 도와주는데 야당은 지리멸렬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크게 보면 ‘1여 2야 구도’에 가깝다. 안철수와 유승민을 대표로 하는 제2야당이 진보 쪽보다는 보수 편 표심을 갈라먹는 선거다. 역시 진보 여당에 유리한 부분이다. 1대 1로 붙어도 힘들 판에 야당끼리도 싸우는 꼴이니 야당의 승산은 더욱 난망이다.

TK만 ‘갈라파고스 섬’처럼 된다는 6.13 지방선거 예측

이런 분위기로 보면 이번 선거는 보나마나한 선거다. 오죽하면 TK(대구 경북) 빼고는 다 민주당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가? 전국이 ‘민주당의 바다’로 바뀌고 TK만 갈라파고스의 섬처럼 남게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 정도면 대전 충청권도 여당 후보가 휩쓸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이번 선거는 정말 끝났다고 봐야 하는가? 꼭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선거의 기본 속성’으로 보면 속단하긴 이르다. 선거는 인류가 개발한 민주주의의 중요한 수단이다. 더 나은 정치를 하는 사람이나 그런 정당에게 투표하여 권력을 맡기는 방법이다. 그러나 선거의 종류에 따라 민심의 선택 의미와 선택의 기준이 달라진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선거가 주로 후보 자신의 인물과 ‘미래(가능성)’에 대한 평가의 비중이 크다면, 지방선거나 국회의원선거는 미래보다 집권 세력의 ‘현재와 과거(실적)’를 평가하는, 중간평가의 성격을 갖는다. 이번 지방선거도 중간평가를 벗어나긴 어렵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은 만큼 여당에게 유리한 선거임은 분명하다.

‘중간평가’라는 용어 차제가 여야에 대해 중립적 의미를 지니지만, 실제로는 ‘현재 권력’에 대한 견제의 의미가 강하다. 중간평가는 대체로 기존 권력에 대한 견제의 수단으로 작동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존 권력이 정치를 못할 경우는 물론이고 어느 정도 평가를 받더라도 인정받기 힘든 게 중간평가 선거다.

역대 지방선거 6번 중 여당 승리는 한번뿐인 이유

김형준 명지대교수가 한 기고문에서 분석한 역대 지방선거 결과에 따르면 1995년 이후 모두 6차례 선거에서 여당이 이긴 경우는 단 한번이고 야당이 이긴 경우가 4번, 무승부 한번이다. 여당이 이긴 경우는 1998년 지방선거뿐이다. 그해 2월 DJP연합 정권이 들어선 지 4달 만에 초유의 IMF 사태 와중에 실시된 선거다. 전임 정권의 실정으로 국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을 때 실시된 선거다.

이 때 말고는 전부 야당이 이겼거나 적어도 무승부였다. 대전 충남도 시도지사선거 6번 가운데 1998년에만 ‘반여반야(半與半野)’의 자민련 후보들이 승리했고 나머지 선거는 전부 야당에서 대전시장과 충남지사가 나왔다. ‘온전한 여당 후보’가 대전 충남 시도지사로 당선된 일은 아직 없다. 이번에 여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기록 하나가 깨지는 것이다.

중간평가 선거에서 여당의 부진은 이유가 있다. 투표의 기본 심리에는 누군가에 대한 응원과 지지보다 ‘기존 권력’에 대한 심판의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선거는 늘 새로운 권력을 창출하는 과정이지만, 그 속 내용을 보면 기존 권력에 대한 심판의 결과물인 경우가 많다. 이 ‘심판’의 성격이 어느 때보다 크게 작동하는 게 중간평가 선거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여당에게 불리한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인기가 많은 ‘권력 부자’다. 남북문제를 잘 풀어가면서 호응을 받으니 인기 많은 부자임에 틀림없다. 지금 여당 후보로 뛰는 사람들은 인기 많은 부잣집 자식들인 셈이다. 어떤 야당 후보는 여당의 높은 지지율 덕을 보고 있다는 점에서 여당후보들을 ‘금수저 정치인’이라고 표현했다. 부모 잘 둔 것도 복이니 금수저론으로 시비할 수는 없다. 다만 실력도 없고 자질도 안 되면서 인기 좋은 부잣집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는다면 온당치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 

학교 반장선거에서 ‘부잣집 아들’과 ‘망한 집 아들’이 맞붙는다면 누가 뽑힐까? 아들 자신보다 집안만 보고 뽑는다면 부잣집 아들이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 중간평가 선거에서 집권당이 고전하는 현상과 같은 이유다. 강자와 부자를 견제하는 심리 탓이다. 그래도 부잣집 아버지의 인기가 좋다면 선택을 고민하는 학생들이 꽤 있을 것이나, 이런 경우 선택 기준은 반장선거에 나선 아들 자신의 능력과 도덕성일 수밖에 없다. 높은 지지율에 취해 ‘부자 몸조심’하는 듯한 후보들이 있다. TV토론 등 각종 정책토론을 꺼리고 기피하는 후보들이다. 갖가지 이유를 대지만 능력과 도덕성에 자신감이 없다는 뜻이다.

인기 있는 부잣집 감표 요소도 적지 않아

작금의 대통령 인기와 정당 지지율만 보면 이번 선거는 끝난 듯이 보이기도 하지만, ‘부잣집 아들’과 ‘망한 집 아들’이 대결하는 중간평가의 성격으로 보면 결과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더구나 부잣집 아버지의 인기가 좋다고는 해도, 내면을 들여다보면 최고치 실업률, 불신만 초래하는 교육개혁, 아무도 믿지 않는 드루킹의 수사 등 표를 까먹는 요소들도 적지 않다.

물론 ‘망한 집’도 아직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고 특히 그 대표는 욕을 먹는 일이 잦다. 오죽하면 자당 후보들 입에서 대표가 선거운동현장에 안 왔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나오는가? 부잣집에선 마음이 놓이는 일이겠지만, ‘망한 집’을 다시 심판 하러 투표장을 찾는 사람은 별로 없다는 점도 여당은 알아야 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다 해도 일자리 고통 입시 혼란에 시달리고 있거나 혹은 검찰 경찰이 권력의 눈치를 너무 심하게 보면서 사법 기능이 마비되고 있다고 판단하는 국민들은 심판 투표를 하게 돼 있다. 다들 이긴다는 선거가 뒤집어지는 경우도 한 두 번이 아니니 여론조사도 다 믿을 수는 없다. 대통령과 여당은 인기가 좋더라도 중간평가를 만만히 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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