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노조, 법원장 향해 조치요구하며 1인시위

대전지법에서 판사가 일반 직원들을 향해 막말 갑질 언행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육은수 대전지법 노조위원장이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대전지법에서 판사가 일반 직원들을 향해 막말 갑질 언행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육은수 대전지법 노조위원장이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여직원에게 아침마다 토스트를 준비시킵니다. 토스트 위에는 계란후라이를 얹게 합니다. 계란후라이는 노른자가 터지면 안되고 반드시 반숙이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여직원은 후라이를 참 많이도 드셨다는..."

대전지법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화가 잔뜩 났다. 매일매일 쌓이는 업무량 때문이 아니다. 바로 판사의 막말과 이해할 수 없는 지시 등 갑질 때문이다.

11일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대전지부가 최근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린 글을 보면 그 심각성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노조가 밝힌 판사들의 갑질 언행은 막말이 많다. 기록을 들고 간 직원에게 이동식 간이침대인 라꾸라꾸 침대에 누워 손가락만 까딱하면서 지시하는 판사가 있는가 하면, "기록을 받을 때에는 두 손으로 받아야 할 것 아니야", "나랑 한 번 해보겠다는 거야", "사람이 이야기하면 쳐다봐야 할 것 아니야" 등 막말과 부당한 지시가 주를 이뤘다.

직원들에게 반말은 물론 모욕적인 언사와 강압적인 언행 등은 다반사였다고 한다. 개인적인 세탁물 처리나 은행 심부름 등은 비일비재일 정도. 이처럼 막말이나 갑질하는 판사는 대부분 고참인 부장판사급인 것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법원의 조치다. 노조는 법원장 등 간부들에게 이같은 문제의 해결을 요구해 왔지만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노조는 행동에 나섰다. 지난 4일과 8일 법원 내부 게시판에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11일 오전 현재 조회수가 4000건이 넘을 정도로 전국 법원에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조는 이 글을 통해 "일부 판사들이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 하는 반말, 모욕적인 언사, 강압적 언행 등은 제재가 행정사항이 아니라는 이유로, 혹은 갑질하는 판사들의 인격에 관한 사항으로 자존심을 상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문제 해결의사나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며 법원의 안이한 대응을 꼬집은 뒤 "직장에서 근무시간에 업무에 관련해 만난 사람에 대한 언행이 왜 행정사항이 아닌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정말 어이없는 것은 갑질하는 판사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아끼는 마음으로 왜 당하는 을의 입장은 헤아리지 못하냐는 것"이라며 "을도 아픔과 분노를 느낄 줄 알고 갑질하는 판사들 보다야 높지는 않겠지만 자존감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공정하지도 평등하지도 않다"면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바라지도 않는다. 높은 지위에 걸맞는 최소한의 인격,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와 존중, '노블리스 미니멈'을 원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계속, 반복성, 집요함, 은밀성을 특징으로 하는 직장내 갑질은 조직문화를 해함으로써 조직의 목표달성을 어렵게 하는 반조직적 행위이자 인간이 존엄성을 짓밟는 악질적인 범죄행위"라고도 했다.

육은수 법원본부 대전지부장은 "판사들의 잘못된 언행으로 조합원들이 상처받고 있음에도 법원측에서 납득할 만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지난 8일부터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육 지부장의 1인 시위가 시작되자 그제서야 법원측은 노조와 간담회를 갖고 대책 마련을 위한 행동에 나서는 듯 했지만 여전히 책임있는 조치는 없고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만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육 지부장은 "적폐란 멀리있지 않다.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약자위에 군림하려는 태도, 이를 용인하는 조직문화가 적폐"라며 "1인 시위 이후 법원장 등과 간담회를 가졌지만 여전히 미온적이다. 다른 사람을 심판하는 법원은 다른 기관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됨에도 갑질 판사에 대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육 지부장은 법원측의 조치가 없을 경우 1인 시위를 재개한다는 방침이다.

대전지법 관계자는 "고충처리위원회라는 공식적인 절차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안내했다"며 "아직 노조측에서 공식적인 절차에 응하지 않은 상태여서 사실관계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대전지법 차원의 빠른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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