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 핵 고물 팔아넘긴 국가 원자력기관의 몰상식

원자력연구원이 급기야 핵 고물까지 팔아넘기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연구원 스스로 밝힌 고백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연구용 원자로 2호기 해체, 2011년 중수로용 우라늄 변환시설 해체과정에서 발생한 차폐용 납과 구리, 금 등을 분실했다고 한다. 

미루어 짐작컨대, 원자로 해체과정에서 발생한 ‘돈’이 되는 고철들을 고물상에 넘기듯 어디론가 팔아넘긴 것으로 추측된다. 각종 원자력 관련 사고로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온 원자력연구원이 수준 이하의 안전불감증에 빠져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다. 

주무부처 장관인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0일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원자력연구원을 방문 “해체폐기물 관리 부실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데 대해 죄송하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반의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한참 벌이지고 난 뒤에 나온 때 늦은 사과이자, 믿기 어려운 재발방지 대책이다. 

이미 원자력연구원은 주변 이웃인 대전 시민들이 여러 번 가슴을 쓰러 내릴 정도로 불신을 쌓아 왔다. 연구용 원자로의 이상증상을 은폐하거나 방사성폐기물을 몰래 불법으로 처리한 사실이 수차례 발각된 바 있다. 이번엔 핵 고물까지 팔아넘겼다고 하니 불안을 넘어 실소까지 자애내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물론이고 국가 원자력 정책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점에서 주무부처 장관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만으로 의혹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급기야 반핵단체는 ‘원자력연구원을 해체하라’는 주장까지 들고 나왔다. 

연구원은 향후 ‘파이로프로세싱’이라 부르는, 핵전문가 사이에서도 찬반논란이 일고 있는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안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 위험천만한 실험을 진행한다고 하니, 누가 이를 용인해 줄 수 있겠나. 원자력연구원은 반핵단체의 급진적 구호만 탓하지 말고 국민들 앞에 석고대죄라도 한 뒤, 신뢰를 조금씩 회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대전 정치권도 지방선거 승리에만 목을 맬 것이 아니라, 시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대전의 리더가 되겠다는 시장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논란이 이만큼 증폭될 때까지 원자력연구원을 상대로, 또 국가를 상대로 제대로 된 요구를 한 사실이 있나. 김윤기 정의당 후보 단 한명 뿐이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장밋빛 청사진도 시민행복을 위한 촘촘한 복지공약도 생명에 대한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모두 무용지물이다. 유력 후보들의 답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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