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35]
탈북자 [35]
  • 이광희
  • 승인 2018.05.08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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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을 빅또르 김이라고 또박또박 소개했다. 숫염소같이 단단해 보이는 피부가 어둠 속에서 빛났다. 나는 그와 인사를 나누고 악수를 했다. 두터운 손바닥의 감촉이 부드럽고 촉촉 했다. 나는 그의 눈망울을 뚫어지게 들여다봤다. 까맣고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가 열정적이었다. 온후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 속에는 자신감이 이글거렸다.

나는 두텁고 부드러운 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내 손이 다소 두터운 탓인지 손이 두터워야 복이 따른다는 속설을 믿고 있었다. 그렇다고 내놓고 그런 속설을 내뱉은 적은 없지만 손바닥이 두터운 사람이 후덕하고, 배짱이 좋다고 믿어왔다. 그런 속설이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나는 그렇다고 믿고 있었다.

나는 빅또르 김과 악수를 하며 가까이 사귀어 볼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비 오듯 땀을 흘리며 거북스런 뱃살 아래로 혁대를 끌어내렸다.

우리는 한동안 보드카 잔을 들이키며 이곳의 일상생활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았다. 빅또르 김은 좀 채 말문을 열지 않았지만 술잔이 몇 차례 비워지자 스스로 이곳 생활에 대해 넋두리를 폈다.

아내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은 것도 이때쯤 이었다. 그녀의 실종문제를 먼저 꺼낸 것은 빅또르 김이었다.

심려가 크시겠습니다. 제가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만 부인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

부총영사님을 통해 충분히 얘기 들었습니다.”

그는 생긴 외모와 달리 겸손했고 또 수줍어했다. 자신을 낮추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각계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에게 부인을 찾도록 협조를 당부해 놓았습니다.”

그는 목소리를 나직이 낮추며 말을 계속했다.

최근 들어 부녀자나 시골 아가씨를 납치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떼돈을 벌어 보겠다는 계산때문이지요.”

“.......”

그런 자들이 나타난 것은 블라디보스토크가 개방되면서 부텁니다. 개방 전까지만 해도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떠돌이들이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면서 못된 짓을 하는 거지요.”

“......”

그 때 술잔을 만지작거리던 나 선배가 말을 거들었다.

그들이 위험한 것은 죄의식이 전혀 없다는 거야. 윤리니 도덕이니 하는 것이 아예 없는 놈들이야. 고삐 풀린 망아지 같지. 통제됐던 사회가 갑자기 개방열풍과 함께 문이 열리면서 빚어지고 있는 또 하나의 사회 병리 현상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조심해야 할 거야. 장 기자도 특수부대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이곳에서는 항상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 될 거야.”

특수부대 출신?”

빅또르 김의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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