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후 당권 경쟁 ‘전초전’, 새로운 정치구도 형성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이완구 전 총리.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왼쪽)와 이완구 전 총리.

충청권 보수진영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리더십 경쟁에 들썩이고 있다. 4.27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홍준표 대표의 혹평에 이완구 전 총리가 각을 세우면서 지역 정치권 인사들이 분화 양상을 띠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홍(친 홍준표)대 친이(친 이완구)’라는 신(新) 정치구도가 형성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자 당 안팎에서는 당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시점에서 보수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인제‧홍문표 “홍준표 할 말 했다” 엄호자세

이인제 한국당 충남지사 후보는 3일 충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이슈는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 포기인데, 판문점 선언에는 구체적 방법에 관한 합의를 이뤄낸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홍준표 대표가 주장한 "위장평화 쇼" "주사파의 숨은 합의” 등과 결을 함께하는 것으로, 이 후보는 홍 대표 발언에 대해 “제1 야당 대표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라고 편들었다.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을 맡고 홍문표 사무총장(홍성‧예산)도 지난 2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제1야당에서 어떤 현실을 놓고 직설적인 표현을 한 것이 그렇게 많은 국민들에게 우려를 주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라며 홍 대표를 감쌌다.

그는 이어 “표를 겨냥하면 한 분 한 분 다 취향에 맞는 용어를 써주면 좋은데, 당을 대표하는 대표가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소리를 안 내주면 누가 그 이야기를 하겠느냐”고 두둔했다.

이완구, 洪과 거리 두며 ‘견제구’..박성효 ‘지원사격’

하지만 이 전 총리는 홍 대표의 발언을 에둘러 비판하며 견제에 나선 분위기다. 이 전 총리는 지난 1일 충남도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한층 진일보한 회담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외교관 생활도 해보고 국무총리 경험도 해 본 결과, 핵 폐기 문제를 꼭 명시적으로 해야 하는지는 더 살펴봐야 한다”며 홍 대표와 대척점에 섰다.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 역시 같은 날 <디트뉴스> 초청 토론회에서 “사실 어떤 지역에서는 ‘이번 선거 때, 홍 대표 좀 오지 말게 해 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저희도 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박 후보는 홍 대표를 향해 “제발 말 좀 조심 하십시오”라고도 했다.

이처럼 지역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홍 대표와 이 전 총리를 축으로 한 분화 현상은 지방선거 이후 벌어질 당권 경쟁의 전초전 성격으로 해석된다.

‘충청대망론’ 군불 때기 먹힐까? 막힐까?..선거 이후 전면전 예고

이 전 총리는 최근 정치활동을 재개하면서 ‘충청대망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전 총리가 차기 당권 도전 의사를 간접적으로 내비치면서 이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대오가 만들어지는 분위기다. 반면 당내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주류세력은 홍 대표를 지원사격하며 적극 엄호하는 모양새다.

이 전 총리는 이번 지방선거와 동시 열리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때문에 원외 신분으로 차기 당권에 도전하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군’을 최대한 당선시켜야 한다.

이 전 총리가 지난 달 23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전국 어디든지 찾아가서 우리 당 후보들에게 힘을 실어줄 계획"이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이 전 총리가 충남지사 시절 정무부지사를 지낸 김태흠 최고위원(보령‧서천)이 당 지도부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동향(同鄕, 충남 청양)인 이장우 의원(대전 동구)도 원내 지원세력으로 분류되고 있다.

반대로 홍문표 사무총장을 비롯해 성일종 충남도당위원장(서산‧태안)은 홍 대표 측근 그룹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이인제 후보가 충남지사에 당선될 경우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총리가 ‘적어도 지방선거 전까지는 홍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한만큼, 선거까지는 적절한 스탠스를 유지할 것이다. 다만, 이후 선거 결과에 따라 당권 경쟁에서 두 진영 간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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