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가 있는 시와 그림]

맛과 그림 1

탕수육

급제한 것처럼 중등 검정고시에 자랑스럽게(?)

합격한 딸을 축하하기로 맘먹었다

부모란 이런 것인가?

인생은 어차피 ‘껀수’를 만들며 사는 것이니깐

보기만하면 배고프다는 자식들 데리고 원형 테이블에 모셔놓으니

미리 시킨 탕수육이

나오기도 전에 젓가락을 빠는 딸

아빠 다음엔 ‘대(大)’자로 시켜주삼? 이러곤 게임이 시작된 듯

1회전도 끝나기 전에 깨끗하게 정리되는 포획물들

간장이 얼굴에 묻은 지도 모르면서 점점 배만큼 불어나는 여유와 기쁨들

계산서 찍는 소리는 무시되고

또 기쁨의 대명사가 쓰일 그날을 기다리는 가족들

꼭 기쁘지 않더라도 동해바다처럼 쉽게 가서 만끽하는 소박함,

그것은 결국 준비다

그리고 탕수육은 또 잔치를 기다리고.

맛과 그림 2

맛없는 음식을 먹어봐

 

그곳은 촌

내가 대학졸업 후 군 대체 근무를 했던 보건소 가는

농로(農路)에서도 한참 들어가야 한다

봄나물이 좋다고 소문이 떠돌아서

진달래가 나오기도 한참 추운 시절에 갔다

그곳은 언덕 위에서 놀래 키듯 불쑥 우릴 맞이했다

빽을 썼다

그것은 아는 사람을 동원하여 있는 모든 압박을 붕대처럼 감았다는 말

그런데도 인간처럼 숙성이 필요한 시간을 요구했다

2인분은 사양, 예의는 홀수인 3인분부터다

의사처럼 의무가 아닌데도 친절한 설명이 이어졌다

빽 덕분이라 생각했다

“맛은 없을 겁니다” 놀리듯 툭 던져놓고

그리곤 사라지는 주인 뒤에 올라온 찬들은 모두

거친 식감, 밍밍한 맛, 소금, 설탕, MSG 제로의 약이니

맛이 없다는 것이 이런 맛임을 느끼는 인내의 시간 그리고

보약이니 더 먹으라는 입발림이 튕겨 나오고

여긴 포만감 느끼러 오는 식당이 아니라, 치료를 위해 오는 병원이야

쓴 것이 몸에 좋으니! 라는 액자가 보이기 시작하고

기도가 주 종목인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끝은

연분홍 진달래 한 잎 올린 머루차가 기쁨처럼 떳다

그래도 사람들이 북적이는 걸 보면

치료받을 환자들이 많은 것이 요즘 현실인가보다.

시와 머그컵

Cuba

Cuba도 정체성을 빼면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섬일 뿐이고 생각보단 세련된 겉보기의 사람들과 Cuba만의 색과 멋을 간직한 스페인의 속국(1492년 이탈리아 제노바 사람이지만 도미니카와 스페인 세비아 대성당 스페인 왕들의 어깨에 떠 있는 콜럼버스의 눈에 들어와 식민지가 된) 그러다가 바로 위 미국이 51번째 주(State)로 탐내 무비자로 헬기타고 다니던 ‘대부2’의 놀음판이었지만 지금은 K-pop과 ‘응8’에 익숙하며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이 보통명사처럼 쓰이는 나라다. 한국에 와서도 알았던 현지인과 ‘카톡’이 되는 온라인, 실시간 한세상이다.

민박집 Casa(집)도 생각보다 고급지고 1950년대의 미제 Old car가 아직도 형형색색으로 하바나 도시를 질주하는, 뜨거운 태양의 Cuba는 헤밍웨이와 체 게바라의 나라다.

헤밍웨이가 유명 소설가로 이곳에 살았다는 것만으로, 모든 남미인들의 프렌드! 아르헨티나 출신 의사 체(Che)가 혁명을 이루고 쿨하게 ‘조국 아니면 죽음’이라면서 볼리비아로 떠나 롤렉스 서브머린(Submarine) 을 차고 땅콩죽을 마지막으로 식사한 후 죽었지만, 둘 다 Cuba 사람이 아닌데 Cuba 시가(Cohiba)처럼 돈벌이가 되고 있는 아이러니가 씰룩 실소를 만든다.

아직도 거리마다 주먹이 미국 국기를 향하고 있는 선명한 그림들 속 Che는 분명 ‘REVOLUTION’의 베레(Beret)모 영웅이다. 무상 의료지만 빠른 진료는 뒷돈(빽)이 오고가고, 무상 교육이지만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닐 정도로 질이 낮다는 혁명의 결과는 오래지 않아 재평가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관광 수입원으로 외국인(캐리비안 해변에는 러시아와 캐나다인들이 많았다.)은 받아들이지만 내국인의 출국은 철저히 제한하는(그러나 배로 남미에 가서 돈을 버는) 통제의 나라에서도 실시간으로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는, 나도 모르는 연기자 ’이민호’를 안다며 사진 찍자는 나라다.

하바나를 조금만 벗어나도 마차와 차가 섞여 달리는, 마트의 썰렁한 품목들이 북한을 연상시키는 Cuba는 순수일지 모르지만 과연 누구를 위한 혁명의 결과인가?

그래서 그런지 트리디나디에서 생전 처음 마신 모히토(Mojito)가 자꾸만 땡긴다. 폭탄주처럼. 더 찐하게 타라고...

스페인과 인디오 사이의 혼혈인 메스티조(Mestizo, Mulatto-백인과 흑인의 혼혈, 51%), 스페인(37%), 흑인(11%) 그리고 애니껭이라 불리는 한국인 사탕수수밭 노동자 후손들이 살고 있는 쿠바에 헤밍웨이가 온 이유는 여자나 낚시가 아니라 자유와 열정 아니었을까?

*1905년 1,033명의 노동자들이 돈 많이 준다는 일제의 광고에 속아 제물포에서 영국배의 화물칸에 타 40일 만에 멕시코에 도착 에네켄(Henequen, 애니껭, 용설란의 일종) 농장에서 착취, 값 하락으로 사탕수수 농장의 쿠바로 1921년 300명이 이주, 사탕수수 값의 하락 등으로 정착하여 현재 쿠바인으로 동화되어 700여명이 살고 있다.

원장실의 스켈레톤

가방- 대신 들어주는

정작

본인은

터지도록 힘들지만,

내색하지 않는

내가 더 배우고,

따라가야 하는.

소소한 느낌들

헬리콥터 카우보이

미국의 스테이크 프랜차이즈 아웃백(Outback)은 오스트레일리아의 인구가 희박한 넓은 원주민(어보리진)이 사는 사막 지역을 말하고

밤 까먹은 자리는 있어도 소 잡아먹은 자리는 없다는 말처럼 도가니, 꼬리까지 먹는 소에서 스테이크는 안심, 등심, T-본, 척 아이롤, 립, 라운드.....등 있지만 내 취향이 아니고

소에서 양이란 두 번째 위를 말하고

육개장에는 소가 들어가고

횡성, 태백, 함평, 예산...한우가 유명하다지만 도고 근처 염치 한우는 노모가 드셨던 유일한 고기였고

특히 우리가 좋아하는 마블링이란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성질을 이용한 미술 기법이고 육류에 포함된 지방분포를 말하고

소고기 광우병 촛불시위는 역사에 남을 우스갯거리가 되었고

미국산 소고기 수입 2위국이 우리라는 사실은 나약과 비겁을 말하고

미국산 소고기도 멕시코에서 태어난 것들이고,

홍릉, 태릉, 광릉, 정릉, 수원갈비 등은 왕릉의 제사에 쓰였던 소 때문에 생겼고

몽골군들은 소 한 마리 육포를 소 오줌보에 넣어 헝가리까지 갔을 거고

영화 워낭소리처럼 가슴 시린 인연도 있고

47억에 팔린 이중섭의 소는 너무 유명하고

씨소는 정말로 귀한 값을 받을만한 수컷의 자태이고

청도의 소싸움과 스페인 론다의 투우는 동물학대로 시달리고

형님의 등록금으로 팔려가던 누렁이의 글썽글썽한 눈물이 50여 년이 지났는데도... 내 가슴이 먹먹하고

소는 되새김(반추)하면서 많은 양의 메탄을 배출해 온난화를 일으키고

황소는 Bull, 암소는 Cow, 거세소는 Ox, 송아지는 Calf, Cattle은 소의 집합명사이고

벽창호는 평안북도의 벽동, 창성 지방의 소(碧昌牛)처럼 고집 세고 성질이 무뚝뚝하며 우직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뜻함

우보천리는 자식에게 전하고픈 말이고, 소가 웃는다는 말을 경계해야 하고,

황희 정승의 불언장단(不言長短)도 소에서

절간의 심우도(尋牛圖)는 나의 본성을 찾는 과정이고

갑사에는 소를 기리는 우공탑이 있고,

천연두도 우황도 소를 통하고

요즘은 헬리콥터 카우보이가 새로이 탄생했고

그런데 나도 마누라도 대신할 무언가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있을까?


송선헌 원장.

치과의사, 의학박사, 시인,

대전 미소가있는치과® 대표 원장

충남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UCLA 치과대학 교정과 Research associate

대한치과 교정학회 인정의

전)대전광역시 체조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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