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지으려면 택지를 확보하고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집 지을 땅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선 허가를 받을 수 없다. 집이 아니라 주차장 같은 공공시설 사업의 허가를 받으려 해도 부지를 확보한 뒤에야 허가받을 수 있다. 다만 물류단지의 경우 필요한 부지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면 우선 허가를 내주고 나머지 토지는 수용(收用)하는 방식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그런데 대전시는 한 물류업체가 대덕구 신일동에 신청한 물류단지 조성사업에 대해 확보 부지가 3분의 2에 못 미치는 데도 허가를 해주었다. 2015년 5월에 있었던 일이다. 일단 허가를 받으면 토지를 강제 수용하는 방식으로 확보할 수 있어서 사업자에겐 크게 유리하다. 해당 업체는 땅값만으로도 거액의 시세 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은 마치 택지가 없는 데도 주택 건축허가를 내준 것이나 다름없다. 

대전시는 이 물류사업의 인가 과정에 참여한 공무원 10여 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시 스스로 검찰 수사를 요청할 정도면 단수한 실수나 착오로 볼 수 없는 문제로 보인다. 공무원들이 규정을 몰라서 그런 실수를 했을 리는 없다. 규정을 어기면서 그 해당 사업자를 도와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단은 검찰 수사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 

대전시는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는가? 지금 대전시 행정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진 상태다. 크고 작은 사업들이 추진될 때마다 나도는 특혜설과 시 산하기관에서 잇따라 불거진 인사 비리는 대전시가 썩어도 너무 썩어 있다는 의구심을 자아냈다. 대전시의 대다수 선량한 공무원들은 이런 특혜설이나 인사 비리의 피해자다. 그러나 더 큰 피해자는 이런 대전시를 믿고 따라갈 수밖에 없는 대전시민들이다. 

정부는 지방분권 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지방행정의 부패와 불투명성이 지방자치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과거에는 지방행정이 중앙정부의 감시를 받았으나 이젠 중앙정부 감시가 사실상 사라졌고, 지방의회와 언론 감시마저 소홀해지면서 지방자치단체는 감독 사각지대가 되어 있다. 대전시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사정기관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더 절실한 이유다. 대전시를 돕고 지방자치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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