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전 세계에 생중계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만남’에 예정에 없던 ‘돌발행동’에 관심이 집중됐다. 먼저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와 문 대통령과 악수를 난 뒤 문 대통령과 북측 분계선으로 ‘깜짝 월경’한 장면이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후 판문점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역사적인 악수를 하면서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나’라고 했다”며 “이에 김 위원장은 남측으로 넘어온 뒤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면서 문 대통령 손을 이끌고 넘어갔다. 그래서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께서 예정에 없던 MDL을, 북측에서 사진을 찍게 됐다”고 설명했다.

“초청해주면 언제라도 청와대 갈 것”..남북 수행원 ‘즉석 포토타임’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의장대 행렬을 하면서 “외국도 전통의장대를 좋아한다. 그런데 오늘 보여준 전통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 오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아, 그런가요. 대통령께서 초청해 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고 화답했다.

의장대 사열에도 예정에 없었던 해프닝이 빚어졌다. 의장대 사열이 끝나고 양측 수행원들과 악수를 나눈 김 위원장이 “오늘 이 자리에 왔다가 사열을 끝나고 돌아가야 하는 분들이 있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그럼 가기 전에 남북 공식수행원 모두 기념으로 사진을 함께 찍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해 예정에 없던 ‘즉석 포토타임’이 이루어졌다.

회담장인 ‘평화의 집’으로 이동한 김 위원장은 로비 전면에 담긴 민정기 화백의 북한산 그림을 보면서 “이건 어떤 기법으로 그린 것이냐”고 물었고, 문 대통령은 “서양화인데, 우리 동양적 기법으로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의 화기애애한 대화는 환담장에서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이 먼저 환담장 뒤 벽에 걸려있는 김중만 작가의 ‘훈민정음’ 작품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작품은 세종대왕이 만드신 훈민정음의 글씨를 작업한 것이다. 여기에 보면 ‘서로 사맛디’는 우리말로 ‘서로 통한다’는 뜻이고, 글자에 ‘ㅁ(미음)’이 들어가 있다. ‘맹가노니’는 ‘만들다’라는 뜻”이라며 “거기에 ‘ㄱ(기역)’을 특별하게 표시했다. 서로 통하게 만든다는 뜻이고, ‘사맛디’는 ‘미음’은 문재인의 미음, ‘맹가노니의’ ‘기역’은 김 위원장의 기역”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웃으면서 “세부에까지 마음을 썼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에게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느냐”라고 물었고, 김 위원장은 “새벽에 차를 이용해 개성을 거쳐 왔다. 대통령께서도 아침에 일찍 출발 하셨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불과 52km 떨어져 있어 한 시간 정도 걸렸다”고 답했고,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하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김 “우리 때문에 새벽잠 많이 설쳤다는데..잠 안 설치게 내가 확인할 것”
문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김여정 남쪽에서 스타 됐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께서 우리 특사단이 갔을 때 선제적으로 말씀을 주셔서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내가 확인하겠다. 불과 200미터를 오면서 왜 이리 멀어보였을까, 또 왜 이리 어려웠을까 생각했다. 원래 평양에서 문 대통령을 만날 줄 알았는데 여기서 만난 것이 더 잘됐다”고 말을 받았다.

“대결의 상징인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가지고 보고 있다. 오면서 보니 실향민들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의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을 봤다.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사이에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분단선이 높지도 않은데 많은 사람들이 밟고 지나다보면 없어지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배석한 김여정 부부장을 가리키며 “김 부부장은 남쪽에서는 아주 스타가 되었다”라고 말해 웃음이 있었다. 윤영찬 수석은 “김여정 부부장은 얼굴이 빨개졌다”고 전했다.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사전 환담을 마친 두 정상은 오전 10시 15분부터 11시 55분까지 1시간 40분 동안 1차 회담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