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표 인문운동가의 사진하나, 이야기 하나, 생각하나]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생각 하나 81

사진81.뱅샾62 판화: 중국작가 유옥강
사진81.뱅샾62 판화: 중국작가 유옥강

양식과 상식이 있는 사람은 부끄러움과 괴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

삶이 원래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끊임없이 성찰하고, 참회하고, 정신을 높이는 일을 하여야 한다.

그것은 늘 깨어나, 지혜의 길로 가는 것이다. 세 가지이다.

-이치(음양오행에 따른 춘하추동의 흐름)에 합당하고,

-도덕과 윤리에 부합하고,

-모든 생명의 편안함에 동참하는 길이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문장 하나 82

내가 저지른 실수는 반드시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진실을 온몸으로 깨닫고 그 책임을 이행하는 순간, 우리는 진정한 '주체'로 다시 태어난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이야기 하나 83

사진83. 해변의 수도승(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사진83. 해변의 수도승(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내가 원하는 것들로부터 나를 지켜주소서!(Protect me from what I want!)

정말, '나를 지킨다(守吾수오)'는 것은 쉽지 않다.

정말, '나를 지킨다.'는 것이 늘 깨어있지 않으면, 어렵다.

"수오실(守吾室)", ‘나를 지키는 방’은 정약용의 형 정약전의 서재 이름이다.

굳이 나를 지킬 필요가 있는가?

항상 나 자신에게 '나'는 찰싹 달라붙어 있는데.

정약용은 형님의 서재에 붙인 그 이름에 대해,

'유배 생활을 하다 보니 그 깊은 뜻을 깨달았다고 한다.

‘나'라는 것을 지키기가 어렵다는 것을.

'나'는 잠시라도 제대로 보살피지 않으면,

출세에 혹하고, 돈에도 혹하며, 미인에게도 혹해버리기 일쑤이다.

'나’라는 존재는 한번 유혹에 휩쓸리면,

다시 돌아오기도 어려우니 붙잡을 수도 머무를 수도 없는 존재이다.

'나‘를 잘 못 간직했다가 ’나‘를 잃은 자라고 정약용은 고백했다.

그는 욕심과 야망에 이끌려

진정한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과거를 부끄러워했다.

깨어있지 않고 욕심에 따라 살다보면,

아니 까딱 잘못하면, 누구나 나를 잃어버릴 수 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그것 때문에, 우리는 그 양만큼 고통을 받는다.

사랑이 클수록 실망도 크고, 희망이 클수록 절망도 크다.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함께할 수 없는 지금 이 순간이 고통스럽다.

무언가를 성취하려고 노력할수록 성공하지 못할까 봐 느끼는 두려움도 커진다.

내가 원하는 것들 때문에 나는 나 스스로를 착취하고 궁지에 몰아넣는다.

그러니 원하는 양을 조절하고, 통제하면 나를 잃지 않을 것이다.

나를 지키는 싸움은 쉽지 않다. 왜?

내가 무엇과 싸우고 있는가를 모르기 때문이다.

잘 싸우는 방법은 '싸움의 표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가령, 누군가의 갈등을 빚고 있을 때,

'그 사람의 존재 전체'와 싸운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 사람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특정한 생각과 싸우는 것이다.

사람을 싫어할 때도 사실 모든 것을 속속들이 싫어할 순 없다.

그 사람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주장을 싫어하는 것이다.

두려움을 느낄 때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그 사람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힘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는 갈등에 대처하기가 훨씬 더 쉽다.

그리고 실제로 적은 내 안에 있다.

'나는 결코 이런 대접을 받을 사람이 아니다.'라는

나르시시즘에서 나온다.

오늘 우리는 무엇과 싸우고 있는가?

실재, 나는 싸울 일이 없다. 그래서 자유롭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처럼,

원하는 것이 없으면, 두렵지 않고, 자유롭다.

나는 불교에서 말하는 사성제(四聖諦, 영원히 변하지 않는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

즉 '고집멸도(苦集滅道)'의 이야기를 늘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

고통은 집착에서 오고,

사람이 사는 길, 도(道)는 그 집착을 없애는데서 나온다는 말을 늘 기억한다.

여기서 난 희망을 만난다.

마음에 힘이 있을 때, 무엇이 절망으로 다가올 수 있을까?

하루 한 가지씩 마음을 향해서 희망을 말하리라.

희망을 말하면, 내 마음이 운동을 시작한다.

그 때 나는 내가 원하는 것으로 나를 지켜달라고 비손한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문장 하나 84

사진 84.

눈을 떠야 다 보는 것은 아니다.

눈을 감아도 보이는 것도 있다.

만약에 눈 없이 햇빛을 본다면 눈부심보다 따뜻함을 느낄 것이고,

만약에 눈 없이 꽃을 보면 아름다움보다 향기를 느낄 것이고,

만약에 눈 없이 얼굴을 보면 인상보다 마음을 느낄게다.

느낀다는 것은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

인문운동가의 사진 하나, 생각 하나 85

사진 85.

이 시대에는 감수성이 필요하다.

나를 일깨우고, 사회를 사랑으로 연결하는 힘의 원천이 바로 감수성이기 때문이다.

그런 감수성을 키우려면 감각의 회복이 필요하다.

감각의 회복은 일상에서의 잘못된 습관을 바꾸는 일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것은 '검색의 시대'에 기계(스마트폰이나 TV)로부터 벗어나, 책을 가까이 하고, 몸을 움직이는 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이다. 예컨대, 자연으로 나가 직접 매화의 향기를 맡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익숙한 것과 감각의 습관에서 탈출하여야 한다. 희석식 소주를 멀리하고, 탄산음료를 피하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 인간이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이 제공하는 음식과 제철의 야채나 과일들을 즐긴다.


박한표 인문운동가, 대전문화연대 공동대표, 경희대 관광대학원 초빙교수, 프랑스 파리10대학 문학박사, 전 대전 알리앙스 프랑세즈/프랑스 문화원 원장, 와인 컨설턴트(<뱅샾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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