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대전평생교육진흥원에서 도시공감연구소 창립식을 겸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도시공감연구소는 살기좋은 도시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민간연구소라고 한다. 정치인이 정치를 접고 만든 단체다. 대덕구청장과 국회의원을 지낸 김창수씨가 정치 현장을 떠나 새롭게 모색하는 시민운동이다.

지속가능한 도시, 환경친화적인 생태도시, 시민참여와 시민 중심의 도시, 소외와 차별이 없는 균형발전의 도시를 추구하는 시민운동이다. 김창수 도시공감연구소장은 “정파와 이념의 차이를 넘어 오로지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도시의 주인인 시민들의 삶의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는 생산적 담론의 광장이 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치인들은 국가와 지역 사회에 누구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직업이지만, 일단 정치현장을 떠나면 대부분은 지역 문제에 대한 관심조차 접고 살아간다. 정치인으로 쌓은 경험과 지혜도 정치 현장을 떠나면서 폐기되고 만다. 현역 후배들을 위해 선배가 현장에서 물러나주는 의미는 있으나 ‘선배의 경험과 지혜’의 활용 기회마저 없어진다는 점에선 사회적 손실이다. 이런 점에서 김창수 의원의 ‘변신’을 주목해 본다.

그의 말처럼 지역사회는 언론 기능이 약화되면서 건강한 담론이 사라지고 있다. 아무리 중대한 현안도 지방의 ‘슈퍼갑’으로 등장한 시.도지사가 결정해버리면 그것으로 끝이고, 여기에 시민단체가 종종 결사반대를 외치면 찬반갈등만 심화되는 양상이 반복되곤 한다. 그 결과 시민들은 우리 지역에 무슨 일이 왜 벌어지는지조차 모르고, 그 사이에 도시는 망가져 간다.

김 소장의 변신은 정치인이 정치 대신 시민운동이란 수단으로 이런 문제에 뛰어드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을 만하다. 사실 정치는 권력을 잡고 한 자리를 차지해서 뜻을 펼치는 것이긴 하나 그것이 정치의 전부는 아니다. 권력을 잡지 않고도 자신의 좋은 아이디어를 소통시켜 지역사회를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최고의 정치다.

제대로 된 시민운동이야말로 ‘고수 정치’

시장이나 도지사가 되었다고 제 맘대로 권한을 휘두르는 것이 본래의 정치는 아니다. 어쩌면 제대로 된 시민운동이야말로 고차원의 정치다. 권력을 움켜쥐지 않고도 지역 사회를 바꿀 수 있어야 진짜 정치라고 할 수 있다. 진정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지 않으면 불가능한 정치다. 미래를 내다보고 시민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지혜가 없어선 어려운 일이며,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추진력도 필요하다. 

김 소장의 변신을 순수하게 보지 않는 시각들도 있다. 김 소장 스스로 “정치 재개를 위한 포석 아니냐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 많다”며 “그러나 모든 당적을 정리했으며 정치적 목적을 갖고 연구소를 설립한 게 아니다”고 말한다. 그것이 그의 진정한 각오라고 해도 식언이 될지는 자신조차 알 수 없을지 모른다. 그의 변신이 또 하나의 정치수단일 뿐이라면 연구소도 정치도 성공하기는 힘들 것이다. 

김 소장은 ‘현실’과 ‘균형’같은 말을 중시한다고 한다. 좌우 이념에서 자유롭고 현실에 바탕한 시민운동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미다. 그 자신의 경력을 보더라도 대표적인 보수언론사에서 노조위원장을 지냈고, 진보당과 보수당을 오간 점 등을 들어 스스로 ‘균형자’임을 자처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구청장과 국회의원까지 지냈기 때문에 ‘현실에 바탕한 시민운동’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 

정치인이면 하나같이 표를 얻는 데만 혈안이고 막상 권력을 얻으면 시민들과 반대로 가는 정치를 한다. 김 소장의 시민운동이 내심 정치권력을 갈구하는 정치가 아니라면 이 점에서 다를 수 있다. 담론이 없어진 지역사회에 정치인의 시민운동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면 그 의미는 현역 정치인 역할에 뒤지지 않을 것이다. 김 소장이 가는 길을 주목해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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