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의눈]작심발언 쏟아낸 불출마 회견, 당권도전 가능할까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천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천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3년 만에, 돌아온 이완구(67. 전 국무총리)는 혼자였다. 지난 23일 천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는 국회 기자회견에 참석한 현역의원은 대학(성균관대) 동문 유민봉(61) 뿐이었다.

유 의원은 대전 출신이긴 하지만,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 신분이다.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려면 현역 의원 추천이 있어야 한다. 이날 유 의원이 온 배경은 그래서 짐작할 만하다.

이 전 총리는 “어느 누구와도, 정치인과도, 오늘 기자회견을 상의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혼자 왔다는 얘기다. 회견문도 당일 아침까지 자필로 썼다며 기자들에게 보여주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집권당 원내대표와 국무총리를 지낸 그의 오랜만의 국회 방문은 쓸쓸해보였다. 사전에 기자회견을 알리지 않았더라도 이미 그의 회견 일정은 언론을 통해 알려질 대로 알려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 많던 지지자들과 동료 의원들은 눈 씻고 봐도 없었다. 소위 ‘친박(친 박근혜)’의 모습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친박이나 친이(친 이명박)그룹이나 저는 관련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대법원 무죄 판결 받으니까 재선 급 의원 30여명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았다. 아마 여러분들 취재하면 나올 것”이라고 자신만만했다. 사정이 있어 기자회견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당내 동료 의원들과 ‘이심전심’ 소통하고 있다는 소리다.

이 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 지도부로부터 어떠한 출마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며 서운함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언론은 그가 지방선거 이후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 지도부로부터 어떠한 출마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며 서운함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언론은 그가 지방선거 이후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는 홍준표 대표를 언급하며 “적어도 지방선거 전까지는 흔들지 말라”고 했다. 누가 보면 홍 대표를 향한 ‘충심’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적어도 지방선거 전까지는’이라는 단서 는 의미심장하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흔들어도 된다거나, 가만히 두어도 흔들릴 거란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홍 대표도 언행에 무거움과 그 무서움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큰 꿈은 연탄가스처럼, 누가 연탄가스 옛날에 이야기했죠? 큰 꿈은 연탄가스처럼 아무도 모르게 슬며시 찾아온다”고 홍 대표를 정 조준했다. ‘연탄가스’ 발언은 홍 대표가 당권을 막 쥐고 나서 친박을 청산대상으로 빗대 한 말이다.

그는 “지방선거 이후에는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해야”하고, “충청도 사람들은 끈질기다. 충청대망론은 사라지지 않았다”며 차기 당권과 대권 도전에 대한 야망을 드러냈다.

불출마 배경에 건강도 작용했느냐는 <디트뉴스> 질문에 그는 “스트레스 받지 마라. 스트레스성 비만이 심각하다. 제가 총리 물러나고 8kg 늘어 82kg까지 나갔다. 지금 4kg 줄이고 76kg 정도 나간다”고 했다.

이날 현장에서 그의 회견과 회견 이후 브리핑을 지켜본 ‘전지적 기자시점’에서 그의 발언을 정리하면 이렇다.

“나는 총리 사퇴 이후 3년간 홍 대표와 통화 한번 한적 없다. 출마 제의도 없었다. 그래서 불출마한다. 스트레스성 비만 올까봐 다소 좀 납득하지 못한 일이 있더라도 묻겠다. 지방선거까진 홍 대표 중심으로 뭉쳐라. 나는 당이 요청 안 해도 어디든 가서 할 도리는 하겠다. 선거 끝나면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친박들)의견이 나올 것이고, 그때 나는 어떤 역할도 피하지 않을 것이고, 끈질긴 충청도 기질을 살려 충청대망론에 도전하겠다.”

그는 이날 회견문을 자필로 직접 써왔다. 회견 자료 역시 손수 준비했다고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홍 대표가 어떤 성적표를 받아드느냐에 따라 이 전 총리의 향후 정치행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회견문을 자필로 직접 써왔다. 회견 자료 역시 손수 준비했다고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홍 대표가 어떤 성적표를 받아드느냐에 따라 이 전 총리의 향후 정치행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전략적 후퇴’ 성격이 다분히 엿보인다. 그래서 어쩌면 그의 속내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간판이 떨어져 나갈 직전까지 ‘폭망’을 바랄지도 모르겠다. 그래야 홍 대표를 끌어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홍 대표가 공언한 ‘광역단체장 6석’을 채우면 이 전 총리가 당권과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확률은 그만큼 줄어든다. ‘정치적 고립’도 이날 ‘돌려치기’를 계기로 심화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정치 지도자의 ‘자기희생’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치 지도자는 철저한 자기희생이 필요하다. 정치 지도자가 희생을 전제하지 않을 때는 국민들과 언론이 안다.” 건강하다고는 했지만, 몸과 마음 휴식이 아직은 더 필요해 보였던 ‘3년만의 복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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