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열의 세계속으로 63]

1. 지중해.
1. 지중해.

이탈리아 반도에서 지중해와 접한 나폴리(Napoli; 영어명 Naples)는 호주 시드니, 브라질의 리오데자네이로와 함께 ‘세계 3대 미항(美港)’중 하나로 꼽히는 항구로서 이탈리아 캄파니아(Campania)의 주도(州都)이자 인구 190만 명으로 이탈리아 제2의 도시이다. 로마에서 남동쪽으로 약190㎞ 떨어진 나폴리는 BC 10세기경 그리스인들이 지중해를 건너와 개척한 도시로서 나폴리란 지명도 그리스어로 ‘새로운 도시(Nea Polis)’라는 뜻이라고 한다.

1-1 나폴리 지도.
1-1 나폴리 지도.

1세기 경 로마제국에 정복된 나폴리는 폼페이․소렌토․ 카프리 섬 등과 함께 황제들의 여름 휴양지로 이용되었다가 AD 90년 자치도시가 되었으나, 476년 서로마제국이 멸망하자 동고트왕국, 비잔틴제국(동로마)의 침략을 받았다. 그 후 1282년에는 나폴리 왕국을 세웠으나 1441년에는 시칠리아 왕국의 수도가 되는 등 빈번하게 침략과 전쟁을 겪었는데, 이것은 나폴리가 지리적으로 지중해를 통해서 로마로 진격하기 가장 좋은 위치였기 때문이다. 또, 19세기 초 나폴레옹의 침략으로 프랑스의 지배를 받다가 1860년에야 청년장군 가리발디에 의해 통일되어 이탈리아에 편입되었는데, 이렇게 3000년을 지나는 동안 수많은 이민족들의 침략과 전쟁으로 곳곳에 유적과 유물들이 많다. 외국의 수많은 무역선이 드나들던 지중해에서 가장 국제 항구였던 나폴리는 2차 대전 이후 철도와 항공교통의 발달로 그 중요성은 크게 약화 되었지만, 오늘날 농업지대로 유명한 이탈리아 남부의 중심도시로서 철도교통과 금융의 중심지이다(지중해에 관하여는 2018.04. 16. 카프리 섬 참조).

2. 나폴리 광장 기념탑.
2. 나폴리 광장 기념탑.

나폴리는 로마에서 매 30분마다 출발하는 열차를 타면 1시간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지만, 로마에서 폼페이를 거쳐 소렌토를 여행한 우리가족은 카프리 섬에서 크루즈를 타고 나폴리에 도착했다.

2-2 가리발디 동상.
2-2 가리발디 동상.

‘창공에 빛난 별 물위에 어리어/ 바람은 고요히 불어오누나!/ 내 배는 살같이 바다를 지난다/ 산타 루치아/ 산타 루치아.......’ 나폴리를 그리는 이태리 민요 산타 루치아(Santa Lucia)는 어부들이 배를 타고 멀리 바다로 나가면서 나폴리의 수호성인 루치아에게 무사항해를 기원하는 노래로서 코트라우(Teodoro Cottrau: 1827~1879)가 작곡했다고 하지만, 우리는 미처 그런 감흥을 느껴볼 사이도 없이 크루즈에서 내렸다.

3. 나폴리 항.
3. 나폴리 항.

여객터미널 밖으로 나오니 길 건너 거대한 누오보 성(Castel Nuovo)이 시야를 가로막듯 서있다. 누오보 성은 나폴리를 지배하던 프랑스 샤를 1세 당주(Charles d’Anjoou: 1226~1285)가 세운 성으로서 2차 대전 때에 많이 파괴되었으나, 지금은 복구해서 해양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또, 나폴리 항 바로 왼쪽에는 조금은 투박하게 보이는 델로보 성(Castle dell'Ovo)은 12세기 노르만 왕이 무역선으로 실어온 물건들을 저장하는 창고이자 죄수들을 가뒀던 감옥이었는데, 성안의 비밀장소에 숨겨둔 계란이 깨지면 나폴리도 바다 속으로 가라앉게 된다는 전설이 있어서 ‘계란성’이라고도 부른다. 지금은 성의 망루에 올라가 멀리 베수비오 화산과 소렌토와 나폴리를 조망하는 풍경이 절경이라고 하며, 입장료도 무료이다.

3-1 나폴리항 옆의 계란성.
3-1 나폴리항 옆의 계란성.

캄파니아 주의 나폴리를 비롯하여 폼페이․소렌토․아말피 등을 여행한다면 아르테 카드(Arte Card)를 구입하는 것이 매우 편리하다. 대중교통은 물론 박물관도 무료입장이 가능하며, 3일 권은 32유로, 7일 권은 34유로다.

3-2 나폴리 조형물.
3-2 나폴리 조형물.

서유럽의 도시들은 대부분 중세에 발달했던 구시가지와 근세에 형성된 신시가지로 나뉘는데, 나폴리도 나폴리 항을 중심으로 동쪽 구시가지와 서쪽 신시가지로 나뉜다. 나폴리는 구시가지가 도시의 중심으로서 큰 도로를 축으로 삼아 좁은 길들이 그와 직각을 이루고 있으며, 항만 쪽으로 내리뻗은 구시가지에는 두오모 성당(1294~1323)을 비롯하여 카포디몬테 대저택, 시청이 들어선 누오보 성, 십자 모양의 갤러리아 움베르토 1세거리,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공부했던 도미니쿠스회 수도원 등이 있다. 특히 번화가인 움베르토 갤러리는 통일 이탈리아 초대 임금인 비토리오 에마뉴엘 2세의 아들이자 ‘나폴리 피자’를 만든 왕비 피자 마리게이타(Pizza Marigherita)의 남편인 움베르토 1세(Umberto 1)의 이름을 딴 것으로서 상공업이 발달한 북부의 밀라노 아케이드와 매우 비슷하다. 이것은 이탈리아인들의 아이디어가 비슷한지, 당시의 쇼핑몰의 트렌드가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4. 뉴오보성.
4. 뉴오보성.

그런데, 시내의 도로 한 가운데에는 전차 궤도가 있는데 이상하게도 중앙선이 없다. 자동차와 오토바이들은 차도와 전차 궤도의 구분이 없이 도로를 달리다가 반대 방향에서 전차가 달려오면 순식간에 차도로 이동했다가 전차가 지나가면 다시 전차궤도 위를 달리는 약간 위험한 질주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반대방향에서 달려오는 차량들도 역시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서 금방이라도 충돌사고가 날 것 같은 위험천만하고 무질서한 모습과 함께 도로조차 매우 지저분했다.

4-1 폼페이 유물.
4-1 폼페이 유물.

나폴리 중앙역 앞은 이탈리아 통일영웅 가리발디(Giuseppe Garibaldi: 1807~1882)를 기리는 가리발디 광장으로서 그의 동상이 있다. 니스에서 선원의 아들로 태어난 가리발디는 사르데냐 왕국의 해군이 되었다가 마치니의 청년 이탈리아당에 가입하여 혁명운동에 참여했다가 실패하자 프랑스로 망명했다. 그 후 1848년 이탈리아의 통일(Risorgimento) 운동이 일어나자 귀국해서 의용대를 조직하여 나폴레옹 3세의 대항하여 전투를 지휘했다. 그러나 공화정부가 붕괴되자 뉴욕으로 망명했다가 1854년 다시 귀국하여 나폴리와 시칠리아 지방을 점령하여 사르데냐 왕국에게 바치고, 1859년 해방전쟁 때 양시칠리아 왕국을, 1860년에는 나폴리를 사르데냐의 왕 비토리오 에마뉴엘 2세에게 바침으로써 이탈리아 통일에 기여하여 국민들의 큰 존경을 받고 있다(가리발디에 관하여는 2018.3.19. 베네치아 광장 참조).

5. 나폴리왕궁과 플례비시토 광장.
5. 나폴리왕궁과 플례비시토 광장.

나폴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생산지이자 이태리 피자(Pizza)의 고향이고, 또 범죄 조직인 마피아(Mafia)가 있다. 먼저, 와인은 지리적으로 포도생산에 적당한 지중해의 기후 덕택이고, 둘째 피자는 19세기 말 가난한 농부의 아내가 밀 빵을 굽고 토마토와 치즈로 음식을 만들다가 잠시 자리를 빈 사이에 쥐가 밀 빵 위에 치즈를 엎지른 것을 본 농부의 아내는 버리기가 아까워서 먹어 본 것이 계기였다고 한다. 당시 나폴리 왕국에서는 매년 요리경연대회를 열었는데, 농부의 아내가 출품한 이상한 빵을 직접 맛본 움베르토 1세의 왕비가 그 빵을 최고상으로 뽑고 왕비의 이름(Pizza Marigherita)를 따서 ‘피자’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오늘날 이태리 피자는 종류도 다양하고 맛도 수백 가지이지만, 가장 전통과 권위가 있는 것은 왕비이름을 딴 이탈리아 국기 색깔인 빨간색(토마토), 하얀색(모차렐라 치즈), 녹색(바질)이 주재료인 ‘피자 마리게이트’라고 한다.

5-1 움베르토 1세 갤러리.
5-1 움베르토 1세 갤러리.
5-2. 나폴리 피자.
5-2. 나폴리 피자.

또, 중세 이래 나폴리에서 가까운 시칠리아 섬을 정복한 여러 이민족들의 착취에 저항하는 비밀조직이자 지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병조직(mafie)으로 시작된 마피아는 주민들이 정부의 공권력보다 가까운 사조직의 특별한 보호에 지지를 받아 널리 확산되었다. 이탈리아 전국은 물론 미국으로 이주한 마피아들은 1930년대 초 아일랜드계· 유대계 갱들로부터 범죄세계의 지배권을 빼앗고, 오늘날에는 도박· 파업조종· 고리대금업· 마약밀매· 매춘 등으로 번 자금으로 호텔·식당·유흥업 같은 합법적인 기업에 투자하여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대규모 조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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