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31]
탈북자 [31]
  • 이광희
  • 승인 2018.04.23 10: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인적인 일 때문에…….”

기자들은 매번 입장이 곤란하면, 개인적인 일이라더라.”

“.......”

탈북자들 때문에 왔구먼.”

…….”

어휴 말도 하지마. 탈북자들 때문에 얼마나 곤혹을 치렀는지 알아, 탈북자란 말만 들어도 진저리가 날 지경이야. 탈출을 극비리에 성사시켜 놓으면 귀순자들이 이곳으로 온다고 보도하는 사람들이 기자들이야. 그 바람에 살해된 사람도 있어, 장 기자도 기자니까 하는 말이지만 너무들 하더라고......”

“......”

어떤 기자는 이곳 블라디보스토크로 전화를 걸어요. 그리고는 뭐라고 묻는지 알아?”

“.........”

기가 막혀. 탈북자가 몇 명이나 왔느냐고 물어. 말이나 될 법한 얘기야.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하는 일인데 앉아서 몇 명 왔느냐고. 눈앞에 있다면 그대로 패주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니까.”

“........”

물론 충분한 얘깃거리일 수 있지, 조국이 분단된 상황에서 북한을 탈출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관심을 끌기에도 넉넉하지, 하지만 기자들은 이런 일들이 한낱 기사거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정작 당하는 탈북자들은 생명이 달려있는 일이란 말이야, 삶과 죽음이 걸려있다고.”

그는 한참동안 열을 올렸다. 러시아 벌목장을 탈출한 뒤 각지를 유랑하는 노동자들이 모스크바 우리 대사관과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관에 귀순을 요청한 경우도 수백 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하바롭스크 인근의 벌목장에서 탈출한 인부들을 제외하고도 북한을 탈출한 주민의 숫자가 1-2천명에 달한다는 이야기며 이들이 북한 사회 안전부 요원이나 러시아 거주 북한인들의 추적을 피해 은밀히 숨어살고 있다는 얘기 등을 쉼 없이 내뱉었다. 또 그는 함경도나 양강도 일대에서 극심한 식량난을 피하기 위해 당국에는 식량을 구한다는 구실로 통행증을 발급받아 이곳에 건너와 터를 누르고 살고 있는 이들도 있다는 이야기 등을 빼놓지 않고 들려주었다. 심지어 이들이 모여 사는 조선인촌이 연해주 곳곳에 산재하고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나 선배는 이런 말을 실감나게 내뱉을 때마다 입에 거품을 물고 거친 숨을 토했다. 그러다 그는 입버릇처럼 그것이 진정한 애국인가 묻고 싶다는 말을 예전처럼 되풀이했다. 내가 탈북주민 문제에 접근키 위해 취재를 요청한다면 일찌감치 거절 하겠다는 심산을 한 자락 깔고 있었다.

그럴 테지요. 기자들이 여간 극성입니까?”

그것은 그렇고, 아이는?”

사내아이 하나 있습니다. 유치원 다니고 있지요.”

벌써 그렇게 됐구먼. 그럼 제수씨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