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철 단국대병원 충남농업안전보건센터장

노상철 단국대병원 충남농업안전보건센터장

농림축산식품부는 안전한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를 높이고자 범 농업계가 참여하는 '농약 바르게 사용하기 운동'을 지난 3월 20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농업계와 정부 부처가 대처에 나선 것이다.

이 운동은 농업인 스스로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농약 안전 사용기준을 준수하겠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내용을 보면 △해당 작물·병해충에 등록된 농약만 사용 △농약별 희석배수에 맞게 정량 살포 △농약 사용시기와 횟수 준수 △농약이 이웃 농지에 날아가지 않도록 살포 △농약 빈 병 수거 △병해충 발생 시 지도사와 상담 등이 담겨 있다.

이 운동 확산을 통해 오는 2019년 1월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면 시행하는 농약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PLS)에 대비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PLS 제도는 정해진 농약 기준에 따라 농산물(식품) 안전성 적합 여부를 판단하고 기준이 없는 경우 불검출 수준(0.01ppm)을 초과하면 부적합으로 처리한다.

PLS 제도의 핵심 5계명은 △재배 작목에 등록된 농약만 사용 △농약 희석배수와 살포 횟수 준수 △출하 전 마지막 살포일 준수 △농약 포장지 표기사항을 반드시 확인하고 사용 △불법 밀수입 농약이나 출처 불분명한 농약 사용금지 등이다.

이러한 제도 시행과 함께 '농약 바르게 사용하기 운동'이 제대로 실천된다면 장기적으로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가 자연적으로 상승, 농가 경제에 긍정적인 결과를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농업인 직업성 질환 예방을 위한 교육과 농약 노출 코호트를 구축하고 있는 연구자 입장에서는 해당 제도나 운동에 많은 아쉬움이 있다. 해당 운동과 제도의 결의문이나 포스터, 세부추진 내용을 보면 작물과 병해충, 최종 농산물의 농약 잔류량에 대부분 초첨이 맞춰져 있다.

작물에 올바른 농약, 병해충에 올바른 농약에 대한 설명은 매우 중요하고 자세하게 다뤄지고 있지만 농약이 농업인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농약으로부터 농업인을 지키기 위한 방법 등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뜻이다. 정작 농약을 사용하고 1차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것은 농업인인데도 말이다.

농림부 지정 충남농업안전보건센터에서는 2014년부터 농업인 농약노출 코호트 구축을 위한 조사와 농업인 농약노출 예방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농약중독 예방 교육 중, 농업인들과 농약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나눈 이야기들이 생각난다.

대상 농업인분들께 “농약을 올바르게 사용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하고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먹을 때 농약이 안 묻어 있으면 100점이지요!”, “팔 때 문제없게 해야 되요. 내가 맨손으로 농약을 만지더라도 일단은 팔 때 문제없게 해야지”, “글쎄, 누가 농업인 농약중독 되는 것에 관심이라도 있나요? 쓰라는 기록 잘 쓰고 아무나 못 만지게 잘 잠궈 놓아야지요” 등 이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안전한 농산물 만들기, 농약사용일지 작성하기, 농약 보관함 정리하기는 올바른 농약 사용 방법이 맞다. 그러나 농약을 희석하는 단계에서부터 보호구를 잘 착용해야 농업인을 위한 올바른 농약 사용의 첫걸음이라는 대답을 원했던 본인으로써는 다소 씁쓸한 대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농약을 사용하는 농업인들에게 △농약 보호구 착용의 중요성과 방법 △농약이 건강에 급성 또는 만성으로 미치는 영향 △증상이 발생하였을 때 대처해야 하는 요령 등을 교육하고 인지하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농산물이 농약으로부터 안전해야 한다는 사실에 앞서 농약을 사용하는 농업인이 농약에 대한 위험성에 대하여 충분히 숙지하고 행동하게 된다면 농산물이 안전해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결심에 의해서 올바르게 되는 것이 아니라 습관에 의해서 올바르게 된다(윌리엄 워즈워드)는 명언도 있지 않은가.

국외의 사례들과 비교하면 초기 단계이나 충남농업안전보건센터 및 여러 정부 기관과 학계에서는 농업인의 직업성 농약 노출과 관련한 제도 확립을 위하여 다방면으로 연구와 조사들을 진행하고 있다. 결과물들이 쌓인다면 농업인을 위한 제도마련이 가능해 지고 나아가 농업인을 위한 운동 또한 활발하게 전개되어 행복한 농업, 건강한 농업이 실천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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