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49곳 "공보다 과 큰 이승만, 동상 철거" 주장
학교 측 "학교 단독으로 결정할 부분 아냐, 추후 논의 "

19일 대전시민사회단체 49곳 관계자들이 배재대 교정에 설치된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의 철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이주현 기자

배재대학교에 설치된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의 존폐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대전시민사회단체는 공보다 과가 큰 이승만의 동상을 그대로 두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하는 반면, 대학 측은 상황을 지켜본다는 입장이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 49곳은  19일 오전 11시 배재대학교에서 이승만 동상 철거를 촉구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승만 동상 앞을 매일 오가는 학생과 교직원 중 머리 숙여 존경의 표현을 하는 사람이 있나"며 "대학 측에서 먼저 동상을 철거하라"고 입을 모았다.

이승만 동상 철거 이유에 대해서도 나열했다.

단체는 "일제강점기, 가는 곳마다 분란을 일으킨 이승만은 곡절 끝에 임시정부 대통령으로 선출됐지만 임시정부 의정원은 불신임안 가열에 이어 1925년 그를 탄핵했다"며 "직무유기와 업무 태만, 파벌 짓기와 갈등 조성이 탄핵 이유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인환 의사의 통역을 거부하고 이봉창, 윤봉길 의사의 의열투쟁을 테러로 비난했다. YMCA간사 시절에는 학생들에게 반일운동보다 해외 유학을 권유했다"며 "해방 후에는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에 선출됐지만 재임 내내 독선과 고집으로 일관했고 정권 연장을 위해 반민특위를 해체, 친일파를 중용해 민족정기와 사회정의를 짓밟았다"고 목소리를 냈다.

또 "수만 명의 제주도민을 희생시킨 4.3 학살과 대전 산내 골령골 등 한국전쟁 시기 100만 명의 민간인학살을 지시한 인물이기도 하다"면서 "헌법이 정한 절차조차 지키지 않고 개헌으로 장기집권을 꾀했다. 부정선거로 민주주의를 짓밟았고, 이로 인해 촉발된 마산의거와 4.19 혁명 시위대에게 발포해 수천 명의 사상자를 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58년 전 오늘, 이승만은 이미 역사에서 내팽개쳐졌다. 오죽하면 시인 김수영이 4.19 혁명 직후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고 치를 떨었겠나"라고 강도 높은 비난을 했다.

단체는 향후 배재대학교 이승만 동상 철거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세부적인 철거운동 추진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배재대학교 교정에 설치된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 모습. / 사진=이주현 기자

이와 관련 배재대 측에 이승만 동상 철거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이렇다 할 답변은 듣지 못했다.

대학 관계자는 "총동창회에서 기증한 것이기 때문에 학교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며 "오늘 시민단체에서 동상 철거 기자회견을 한 것도 하나의 의견 개진이라 생각한다. 또 다른 의견이 있을 수도 있고 이 문제는 추후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이승만 동상은 1987년 2월 배재대 졸업 동문들이 기증해 세워졌다. 그러나 같은 해 6월 항쟁이 발생하면서 재학생들은 '독재자의 동상'이라며 동상을 철거했다.

학교 측은 3년 뒤 다시 동상을 세웠지만 학생들이 동상을 훼손하는 등 강도 높은 철거운동을 함에 따라 1997년 자진 철거해 우남관 지하창고서 보관했었다. 동상이 다시 교정에 모습을 보인 것은 2008년 6월부터다.

한편, 이승만 동상 철거 운동에는 (사)공공, (사)대전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사)대전충남생명의숲, (사)전국장애인부모연대대전지부, (사)풀뿌리사람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대전본부, 대전YMCA, 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전광역시인권센터, 대전교육희망네트워크, 대전기독교교회협의회정의평화위원회, 대전기독교윤리실천운동, 대전문화연대, 대전변혁실천단, 대전여민회, 대전여성단체연합, 대전여성장애인연대,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충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대전충남보건의료단체연대회의, 대전충남인권연대, 대전충청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대전평화여성회, 대전학부모연대, 대전환경운동연합, 대전흥사단,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대전세종충남지회, 배재대학교민주동문회, 밴드프리버드, 성서대전, 세상을바꾸는대전민중의힘, 시민참여연구센터, 실천여성회관, 양심과인권나무, 여성인권티움, 전국교수노조대전충남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대전지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대전지역본부, 전국언론노동조합문화방송본부대전지부, 참교육학부모회대전지부, 충남대학교민주동문회, 충청평화나비네트워크, 충청평화나비네트워크배재대모임, 평등교육실현을위한대전학부모회, 풀뿌리여성마을숲, 한남대학교민주동문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