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콩나물밥(대전시 중구 선화동 대전세무서 앞)

웰빙시대 건강음식 40년 콩나물밥. 콩나물, 쌀. 양념장 최고 재료 사용

콩나물은 콩을 물에 불려 싹을 틔워낸 채소다. 세계에서 콩나물을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그래서 어떤 음식을 해도 콩나물은 빠지지 않는다. 콩나물무침, 콩나물국을 비롯하여 아귀찜, 해물찜 등 각종 찜 요리나 매운 해물음식에 들어가는 것이 콩나물이다. 이런 콩나물로 만든 ‘콩나물밥’ 하나로 40년을 지켜온 착한가격의 집이 있다.
       

콩나물밥. 국산 콩을 사용한 콩나물에 농사지은 쌀로 만든 밥과 비법 양념장을 얹어 비비면 환상의 콩나물밥이 된다.
콩나물밥. 국산 콩을 사용한 콩나물에 농사지은 쌀로 만든 밥과 비법 양념장을 얹어 비비면 환상의 콩나물밥이 된다.
양념장과 고추장
양념장과 고추장

대전시 중구 선화동에 있는 ‘선화콩나물밥’(대표 김연화. 67). 대전세무서 맞은편 뒷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 10평 정도밖에 안 되는 작고 허름한 곳이다. 60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오래된 건물모습은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집이다. 들어가는 문에 착한가격 업소 표시와 달력의 모든 빨간 글씨는 휴일라는 글씨가 인상적이다. 안으로 들어가면 주방도 좁고 허름한 방 2개와 작은 홀에서 식탁 10개가 손님을 맞이한다.

콩나물밥(4500원)은 콩나물, 쌀, 양념장 등 3박자가 맞아야 제 맛이 나온다. 콩나물은 국산 콩으로 주문 생산(OEM)한 맞춤형 최고의 콩나물을 사용한다. 신선도가 높은 콩나물 그 자체만으로도 윤기가 난다. 콩나물이 물러지지 않고 아삭아삭 맛을 내는 게 일품이다. 콩나물에서 달착지근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입맛을 당긴다.

콩나물밥에서 중요한 것은 밥이다. 흑석동에서 직접 농사 진 아끼바리 품종의 쌀을 가지고 밥을 만든다. 밥알 하나하나가 탱글탱글 살아있고 적당한 끈기로 뭉쳐있다. 특히 질거나 고두밥이어서는 안 된다. 여기에는 60이 넘은 경력 많은 이모님 같은 직원 두 분이 척척 알아서 손님상을 차리기 때문에 밥은 언제나 윤기가 나고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럽다. 콩나물밥은 흰 쌀밥이어야 맛있다. 잡곡이 들어가면 콩나물 맛을 희석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콩나물밥과 육회,해물파전.두부김치 등이 차려져 있는 한상차림
콩나물밥과 육회,해물파전.두부김치 등이 차려져 있는 한상차림
콩나물밥 위에 육회를 얹은 육회콩나물밥
콩나물밥 위에 육회를 얹은 육회콩나물밥

콩나물밥의 맛은 양념장에 그 비밀이 있다. 전통간장에 풋고추를 다져넣고 깨소금과 참기름 등 5가지를 넣어 만든 양념장은 이집만의 고유한 맛을 낸다. 특히 참기름이 좋아야 제 맛이 나는데 농사지은 것으로 사용한다. 이렇게 최고의 재료를 가지고 콩나물밥 이 완성되면 그 위에 고명으로 다져서 볶은 쇠고기와 부추, 당근을 채 썰어서 함께 올려 손님상에 낸다. 이러면 콩나물에만 치우쳐있는 영양성분을 보완하는 효과가 있어 건강콩나물밥이 탄생된다.

여기에 취향대로 양념장과 고추장을 넣고 비비면 구수하고 담백한 맛의 콩나물밥이 완성된다. 가득 떠서 입안에 넣으면 무엇보다도 아삭아삭 씹히는 향긋한 콩나물 맛이 그만이다.  그리고 순간 어머니가 생각난다. 이곳엔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었던 고향의 맛, 어릴 적 어머니의 손맛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 그래서 차려진 음식상은 조촐하지만 혀끝에서 맴도는 맛은 항상 풍성하다.

여기에 한우 육회를 얹어 비비면 육회콩나물밥이 되는데 입안에 환상의 맛을 선사해준다. 어디가나 콩나물밥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한우 육회(2만~ 2만5000원)다. 고소하고 뒷맛이 담백하다. 배, 참기름, 깨소금 등 갖은 양념을 해서 그때그때마다 금방 무쳐 나온다. 콩나물밥에 곁들여 먹기도 하고 술안주로도 인기가 좋다. 밑반찬은 매일 담그는 신선한 배추겉절이김치와 무생채 그리고 새우, 조개를 넣어 만든 시원하고 개운한 미역국이 나오는데 이 맛 또한 별미다.

한우 육회
한우 육회
해물파전
해물파전

콩나물밥의 비법 양념장과 미역국 별미. 고소하고 담백한 육회 인기

해물파전(8000원)도 인기. 새우, 오징어 등 해물에다 부추와 고추, 양파와 대파 등 10여 가지 재료로 부쳐서 나온다. 찹쌀가루를 섞어 존득하고 구수한 맛이 입안에 침을 고이게 만든다. 보통 콩나물밥이 나오기 전 에피타이저로 먹는 메뉴인데 술안주로도 많이 찾는다. 두부김치(6천원)는 가격도 저렴하고 볶은 묵은지에 두부를 싸먹는 맛 때문에 찾는 사람이 많다.

김연화 대표는 경북 상주가 고향으로 스무 살 때 대전과 인연을 맺어 직장생활을 하다 스물넷에 공직자인 남편을 만났다. 당시 좋은 집안형편이 아니어서 3년만 식당을 해서 가계에 보탬을 주려고 뛰어든 것이 벌써 40년이 흘렀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이제 자식에게 대를 이어 물려주고 싶은데 3남매 중 2명은 대학교수로, 1명은 공무원으로 반듯하게 성장해서 대를 이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래서 훗날 오래 동안 같이 일해 온 직원들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한다.

두부김치. 가격도 저렴하고 볶은 묵은지에 두부를 싸먹는 맛 때문에 콩나물밥을 기다리는 동안 찾는 사람이 많다.
두부김치. 가격도 저렴하고 볶은 묵은지에 두부를 싸먹는 맛 때문에 콩나물밥을 기다리는 동안 찾는 사람이 많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꾸준히 할 겁니다. 도와주신 단골손님 때문이라도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예전에 충남도청, 검찰청, 법원이 이곳에 있을 때 직원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었는데 늦게나마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 있다는 게 너무 좋이요. 나를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니 기다리는 마음으로 사니까 즐겁습니다. 손님을 기다리려면 몸도 깨끗이 씻고 옷 매음 새도 단정하게 해야 하니까 건강해지지요.”

손님을 맞이하는 게 몸에 배인 김 대표의 겸손의 말이지만 어떤 음식이든 한 가지 맛으로 40년을 지켜오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동안 콩나물밥에 관해서는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해왔기 때문에 어디에 갔다 놔도 자부한다고 한다.

김연화 대표  경북 상주에서 대전 흑석리로 시집을 와 3년만 해본다고 시작한 콩나물잡집이 40년이 흘렀다. 이제는 대전 콩나물밥의 명소로 추억의 장소가 됐다.
김연화 대표 경북 상주에서 대전 흑석리로 시집을 와 3년만 해본다고 시작한 콩나물잡집이 40년이 흘렀다. 이제는 대전 콩나물밥의 명소로 추억의 장소가 됐다.
실내 벽면에 붙어있는 착한가격업소 인증과 작년 12월 착한가격 공로로 받은 대전광역시장의 표창장이 붙어있다.
실내 벽면에 붙어있는 착한가격업소 인증서와 작년 12월 착한가격 공로로 받은 대전광역시장의 표창장이 붙어있다.

3년만 해본다고 시작한 콩나물밥집, 40년 세월 흘러 고향의 맛 어머니 손맛 느껴

요즘은 콩나물밥이 웰빙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예전에는 못 먹고 힘들었던 시절에 먹었던 콩나물밥을 연상하니까 40대 이상의 손님이 많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한만큼 젊은 손님들이 더 많이 선호하고 있다고 한다.

콩나물밥은 나른하게 봄을 타는 사람에게 생기를 북돋워주고 잃어버린 입맛까지 되살려준다. 오랜만에 어머니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추억의 선화콩나물밥을 먹어보자.
<이성희 푸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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