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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와 남희석이 정치판에서 만난다면
정준호와 남희석이 정치판에서 만난다면
  • 류재민 기자
  • 승인 2018.04.13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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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민의 정치레이더 15]정치라는 이름으로 쓰는 ‘상상 동화’

이번 주 충청 정가를 뜨겁게 달군 이슈는 ‘정준호 출마설’이었습니다. 천안병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확정되면 출마할 것이라는, 말 그대로 ‘설(說)’인데요. “출마하지 않는다”는 게 지금까지 그의 소속사 공식입장입니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두고 보면 알겠지요.

정준호 씨 고향은 사과로 유명한 충남 예산군입니다. 그곳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1995년 MBC공채 탤런트(24기)로 정식 데뷔했다고 하는데요. 그보다 앞서 1993년 뮤지컬 배우로 데뷔했고, 이듬해(1994년) 연극배우로 이미 대학로 극단에서 활동한 ‘될성부른 나무’였습니다.

그 ‘될성부른 나무’는 반듯하고 깔끔한 신사적인 이미지로 영화와 드라마를 종횡무진하며 고향 사람들뿐만 아니라 대중적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대한민국 ‘국민배우’로 우뚝 섰습니다.

발군의 ‘호감 형’ 이미지에 걸맞게 그는 전국 방방곡곡 홍보대사를 꽤 많이 했습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그의 홍보대사 경력만 해도 스무 개가 넘습니다. 사업 수완도 좋아 현재 골프 의류업과 웨딩업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고 합니다.

정준호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웨딩업체 홈페이지.
정준호 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웨딩업체 홈페이지.

그런데 말입니다. 그가 한때 “정치에 관심 있다”는 언론 인터뷰가 나가자 언론은 부추김 섞인 독려로 그의 출마를 거론했습니다. 이에 발맞춰 보수 정치권은 기다렸다는 듯 그의 영입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그동안 집권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이 야당으로 전락했고, 낮은 지지율에 ‘선수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거든요. 그렇다보니 인지도 높은 지역 출신 찾기에 혈안이 될 수밖에요.

그래서 6.13지방선거와 같은 날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정준호 씨가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가 여의도 주변에 심상치 않게 퍼졌습니다. 그의 출신지가 ‘충남’이라는 점에서 그간 거론됐던 예산이 아닌, 천안 출마설이 돌았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충남지사 후보로 확정되면 그의 지역구인 천안병 보궐에 나설 거라는 소리였습니다. 제 귀에는 “홍준표 대표가 정 씨를 점찍어뒀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들렸습니다. 혹자는, 만약 그리된다면 배현진 (전 MBC아나운서, 현 송파을 재선거 후보) 이후 ‘역대 급’ 공천이란 말을 하더군요.

정준호 씨가 ‘용단(勇斷)’을 내린다면 얼마든지 출마는 가능합니다. 천안시민이면 동남구에 살아도 서북구 지역 시의원 선거에 나올 수 있고, 충남도민이면 천안에 살아도 예산이나 서산, 태안 지역 도의원에 얼마든지 출마할 수 있으니까요. 대한민국 국민이면 전국 어느 곳의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선거법은 허용하고 있습니다.

경북 영천 출신인 김문수 대구 수성갑당협위원장이 서울시장에 나선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정치인들이 고향이나 실제 거주지를 출마지역으로 택하는 이유는 바로 ‘지역정서’ 때문입니다. 만에 하나 정준호 씨가 천안에 출마한다면 지역민들이 ‘얼씨구 좋다’며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을지 저로서는 의문입니다.

여기서 잠깐만요. 지난 10일 열렸던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경선 후보자 토론회 장면을 돌려보겠습니다. 이날 민주당 여의도 당사에서 천안병 보궐선거 여부를 좌우할 양승조 의원이 복기왕 전 아산시장과 설전을 벌였습니다. 갑론을박 도중 이런 재밌는 대화가 오갔습니다.

양 “복기왕 후보는 (도지사보다)국회의원 하면 잘 할 것 같습니다.”
복 “그럼 의원님 지역구 저 주는 겁니까?”

양 의원이 복 전 시장에게 자신의 지역구를 줄 리도 없지만, 아산 출신인 복 전 시장이 천안에서 출마할 일도 없습니다. 이번 경선에서 지더라도 2년 뒤 ‘고향 아산’에서 총선에 도전하면 되니까요. 재선 아산시장을 만들어준 시민을 등지고 천안으로 넘어간다는 건 곧 정치적 ‘금도(襟度)’를 넘는 행위와 다름없다는 지역정서와 일맥상통합니다.

아무리 천안과 아산이 인접한 도시이고, 공동생활권이라고 해도 여전히 ‘가깝고도 먼 이웃’입니다. 지역주의 안의 소지역주의 정서는 시대가 변해도 티눈처럼 뿌리깊이 박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산이 고향인 정준호 씨가 출마를 결심한다면 천안이 아닌 ‘고향 예산’을 추천하는 바입니다.

채널A 시사프로그램 '외부자들' 홈페이지.
채널A 시사프로그램 '외부자들' 홈페이지.

개그맨 남희석 씨 잘 아시지요? 고향이 충남 보령입니다. 1971년생이니까 정준호 씨보다 한 살 아래네요. 그분 역시 정준호 씨만큼 고향사랑이 남다른 분으로 유명합니다. 오죽하면 큰딸 이름을 ‘보령’이라고 지었을까요. 한화이글스 연예인 홍보대사, 충남지방경찰청 홍보대사, 보령머드축제 명예홍보대사 등 지역과 관련한 홍보대사도 참 많이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남희석 씨도 지역 정치행사에서 심심치 않게 보게 되네요. 그분은 진보 성향이 강한지, 더불어민주당 행사장에서 주로 마주치는 것 같더군요. 최근 남희석 씨를 정치행사장에서 본 것은 지난 3월 단국대 천안캠퍼스 체육관이었습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충남지사 출마를 선언한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출판기념회가 있었는데요. 남희석 씨가 사회를 보더라고요. 재치 있는 입담의 소유자인 그는 요즘 채널A 시사예능 프로그램 ‘외부자들’ MC를 맡고 있습니다. 때때로 정치권을 향해 던지는 ‘뼈있는 농담’과 ‘개념발언’이 돋보이더군요. 방송 홈페이지를 보니 '개그계의 JP(김종필)'이라고 소개하고 있네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한국당이 천안병 보궐선거에 정준호를 출마시키면 그럼 민주당은 남희석을 내보내야하는 것이냐”고요.(정준호 씨나 남희석 씨, 웃자고 한 소리입니다) 그런데요. 이런 ‘생뚱맞고 뜬금없는’ 일이 현실로 발현되는 곳이 ‘정치판’ 아니겠습니까. 두 달 뒤 세상이 어떻게 바뀔 진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서 “한 달 뒤에 보자”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미국으로 날아간 이완구 전 총리 출마설도 아직은 유효합니다.

‘올드보이’ 소리에도 “마이웨이”를 외치며 충남지사 선거에 뛰어든 ‘피닉제’ 이인제 한국당 충남지사 후보. 그의 오랜 연륜과 내공이 깃든 철학적 발언이 의미심장합니다. “숨 쉬는 게 정치다.” 탈 때는 꽃가마인 줄 알았는데, 내릴 때보니 ‘상여’인 것도 정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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